환태평양경제연계협정(TPP)의 종착역은 일본 문명의 묘지

울릉도 방문하려다 되돌아간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의원, TPP 반대 표명

등록 2011.11.07 18:23수정 2011.11.0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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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는 가운데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환태평양경제연계협정(TPP) 참가 여부를 둘러싸고 정국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70%가 환태평양경제연계협정(TPP)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일본의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참가해야 한다'는 대답이 34%로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25%)보다 많았지만 '모르겠다'고 대답한 국민이 39%에 달해 가장 많았다. 일본 국민들의 견해는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다. 민주당 지지자의 47%가 '참가해야 한다'고 대답해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의 17%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야당인 자민당의 지지층의 경우 찬성 32%, 반대 37%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것은 민주당이 도시지역을 자민당이 농어촌 지역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한편 11월 5일과 6일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들은 TPP 교섭 참가가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섭 참가 찬성과 반대가 각각 38.7%, 36.1%였지만 응답자의 17.1%만이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보고 있을 뿐이며 78.2%는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면서 정부의 태도에 강한 불신감을 표출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12일부터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교섭 참가 의사를 오바마 대통령에 전달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집권 민주당의 반대파와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커다란 과제가 남아있다. TPP 교섭 참가에 전향적인 것으로 알려진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 총재는 농림수산관계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에 반대파가 많아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지만, TPP 문제는 노다 총리만이 아니라 다니가키 자민당 총재가 극복해야 할 정치적인 시련이 될 것이다.

 

11월 7일자 <산케이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자민당의 이나다 도모미(稲田朋美) 중의원 의원은 일본의 TPP 참가에 강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TPP와 관련해 이렇게까지 명확하게 반대 의견을 밝힌 적은 없었다. 이나다는 TPP 참가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일본이 "(TPP 교섭 참가라는)버스에 늦게 타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버스의 행선지이며, 행선지도 모르고 더구나 버스를 잘못 탄 것을 알아도 도중하차할 수 없는 버스에 국민을 태워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모든 물품의 원칙적인 관세철폐와 서비스, 무역, 투자, 노동 등의 자유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TPP 문제는 일본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정권은 2010년 10월 간 나오토 총리(당시)의 국회 소신표명연설에서 갑자기 TPP 문제를 제기하고 지금까지 교섭 참가에 관한 원칙적인 방침도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변호사를 했던 이나다 의원은 지금 일본에서는 TPP 교섭에 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추상적인 논의가 앞서고 있어 교섭에 참가해도 결국 미국에 끌려 다니다가 양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농업을 희생양으로 논의를 왜소화하지 말고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에 의한 사법권과 입법권의 침해문제 등을 문명의 위기의 문제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녀는 2009년의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규모 확대 농업정책이 영세 농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정권을 잡았던 민주당이 TPP에 의한 자유무역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 규모의 확대를 축으로 한 농업구조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오키나와에 있는 후텐마 미군기지의 현외 이전이라는 가능하지도 않은 공약을 내세워 미일관계를 약화시켰던 민주당이 후텐마의 실정을 만회하고 미국의 호감을 사기 위해 TPP 교섭에 참가한다면 그것은 정권유지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폭거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나다는 최근 미국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월가의 시위는 미국식 탐욕 자본주의의 폐해에 의한 것이라고 공감을 표하면서 일본은 카지노 자본주의를 바로잡을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녀는 TPP는 미국의 기준을 일본이 받아들이고 일본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TPP 참가는 일본 스스로가 그런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며, TPP라는 버스의 종착역은 일본 문명의 묘지라고 결론짓는다.

 

1959년생인 이나다 의원은 2005년 9월의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들어온 재선의원이지만 그의 후원회장이 저명한 극우파 논객 와타나베 쇼이치(渡部昇一)이다. 와타나베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그녀는 일본에서 역사왜곡을 주도하고 있는 자유주의사관연구회의 회원이며, 2006년 자민당의 초선의원 34명을 모아 '전통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정책연구회를 만들어 회장에 취임했다.

 

이 모임은 2006년 자민당의 아베 신지 정권이 교육기본법을 개정하는 데에도 앞장섰는데, 개정 교육기본법은 일본의 전통과 문화 존중, 국가와 국토에 대한 애국심 고취를 교육 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전통과 창조의 모임'은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발효되어 일본이 주권을 회복되었던 4월 28일을 '주권회복 기념일'이라고 부르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역사문제만이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과 같은 민감한 외교안보문제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리에게 이나다 도모미 의원은 자민당의 영토특명위원회 소속으로 지난 8월 1일 울릉도의 독도박물관 방문을 위해 김포공항으로 입국했지만 법무부의 입국 불허 조치로 일본으로 돌아갔던 인물로 기억되고 있지만, 잡지나 신문, 저서를 통해 보수적인 입장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에 대해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1.11.07 18:23ⓒ 2011 OhmyNews
#환태평양경제연계협정(TPP) #이나다 도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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