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을 보기 위해 동성고등학교에 도착한 최형철군.
이지현
학점, 스펙, 취업... 대학생이 좀비 같아최군이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처음 생각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09년 글을 쓰면서부터다. 중학교 시절 그는 전교 성적 상위 10% 내에 꾸준히 드는 모범생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야구를 하거나 책을 즐겨 읽었다. 특히 만화, 무협소설, 판타지소설을 좋아했다. 중학교 3년 동안 5000권 정도 읽었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은 전부 책 빌리는 데 썼다. 하루 두어 시간만 잠을 자며 책에 빠져 지낸 날도 많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이 정도 소설은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소설가 권지혜, 시인 정희성 등 문학가들의 특강을 찾아 다녔다. 잘 모르는 것은 중앙대, 동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묻기도 했다.
2009년 전국 글짓기 대회에 참가했다. 전쟁기념관에서 주최하는 '나라사랑평화사랑' 글짓기였다. 처음 나간 대회에서 2등을 했다. 글을 쓰는 재미가 점점 커졌다. 이때부터 최군은 문학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지난 5월에는 목포 해양대에서 열린 제16회 '바다로 세계로' 전국 글짓기 대회에 나가 4등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무조건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대학생 선배들이 고민하는 얘기를 들으니 요즘 대학생들이 좀비처럼 보였다. 다들 비싼 등록금 내가면서 학점관리, 스펙쌓기, 취업준비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군의 학교 친구들은 생각이 달랐다. 친구들은 아침 일찍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죽어라 공부했다. 대학 수시전형 기간에는 너도나도 원서를 넣었다. 최군도 불안한 마음에 담임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수시원서를 썼다.
법학과, 건축과 등 성적에 맞춰 쓴 곳에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는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대학에 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면접장에서 스스로를 인위적으로 포장해야 한다는 것에 환멸감을 느꼈다. 대학가기 위해서 하는 공부도 진짜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정답을 잘 골라 높은 점수를 받는 기술을 배우는 것에 불과해 보였다.
"대학 안 가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최군이 대학에 꼭 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언론 보도를 통해 '투명가방끈'에 대해 알게 됐다. '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은 1993년생을 주축으로 대학입시와 학벌사회 경쟁위주의 교육 및 불안정한 사회 현실을 거부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최군은 그들을 더 자세하게 알아보려고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10월 31일 홍익대 부근에서 투명가방끈들의 거리행진이 있을 예정이라는 것도 거기서 알게 됐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 거리행진에 나가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