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추진기구인 '혁신과통합' 상임대표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의 손목에 '야(野), 크게~ 합치자!" 문구가 새겨진 노란색 팔찌가 눈길을 끈다.
남소연
엊그제 민주노동당의 유력 정치인을 만났습니다. 그 분께 저는 그동안 야권통합운동을 하면서 보고 느낀 현실적인 문제부터 이상적인 문제까지 모두 말씀드렸습니다. 좀 깁니다만, 제가 그 분께 드린 말씀을 이 자리에서도 말씀드려보지요.
지난 20년간 진보정당 활동을 하신 데 대해 존중을 넘어 존경합니다. 저도 진보세력이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진보세력의 확산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아니었습니까? 영국 노동당 같이 자유당을 누르고 제2당에서 집권당까지 가는 방안. 노동당도 처음 독립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자유당에 들어갔다가 2차 독립에서 성공했지요. 그런데 영국과 우리는 이념의 토대와 역사가 다르죠. 안 되는 것을 지난 20년 동안 거듭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는 민주당의 진보파가 탈당해서 민노당과 힘을 합치는 방안. 이것 역시 안 되는 게 확인됐습니다. 세 번째는 선거법을 개정해서 다당제가 안착되는 방안이죠. 이 두 번째, 세 번째 방안이 <혁신과 통합>이 제안하는 연합정당에서 구현될 수 있습니다.
일단 선거법 개정을 공동공약으로 걸고 정체성 보장제도를 도입한 연합정당을 만들어 집권에 성공한 다음 선거법 개정에 성공하면 분립해도 됩니다. 그 때쯤이면, 지금의 민주당에서 진보적인 분들이 지금의 민노당 분들과 손을 잡고 분립할 가능성이 생기죠. 이게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방안 아니겠습니까?
지금 당장 시급한 건 '정권교체'... 연합정당보다 확실한 방안 없어이정희 대표께서는 "연합정당에 들어가면 의석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안다, 정책연대는 할수 있으나 연합정당은 안 된다"고 말씀하셨고, "참여당과는 되는데 민주당과는 왜 안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참여당과는 정당 구조와 문화가 같은데, 민주당은 달라 같이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우선, <혁신과 통합>이 제안하는 것은 지금의 민주당과 민노당이 합치라는 말이 아닙니다. 민주적인 운영체계를 가진 정당, 특히 기존의 오프(off) 정당에 온(on) 정당을 탑재한 정당에 모이자는 것입니다.
안철수 현상에서 나타난 무당파가 인터넷, SNS에서 놀면 그게 정당 지지자들의 활동이 되는 구조를 설계한 것입니다. 민노당도 기존의 '활동가 정당'의 한계를 느끼고 '대중정당화' 한다는 계획을 갖고 계시죠.
민주당은 폐쇄성, 노쇠성을 벗고 시민의 뜻이 대의되는 정당으로 진화해야 하고, 민노당도 대중정당화해야 하니 <혁신과 통합>이 제안하는 정당 안에 모이면 양쪽 모두 이를 성취할 수 있는 거지요. 이정희 대표께서 언급하신 '정당 문화의 차이'는 해소되는 것입니다.
정치는 명분과 대의, 그리고 실리 아닙니까? 의석수가 늘어나니 실리는 확보되었구요. 명분은 정체성을 유지, 진화시켜 나가는 걸 텐데 '정체성 보장제도'로 가능하지요. 대의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지금 당장 시급한 건 정권교체 아닙니까? 이때 우리가 연합정당보다 더 확실한 방안은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계속 선거연대를 통해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를 이루고 대선에서는 연립정부를 조건으로 후보단일화를 하겠다고 주장하십니다. 우선 총선에서 민주진보 진영이 다수당이 못되면 대선에서 이길 확률이 거의 없으니 연립정부는 아예 논의가 안 되는 거죠? 민족사를 놓고 이렇게 도박을 해도 됩니까?
물론, 선거연대로 절대 다수당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다치고 생각해 보지요.
선거연대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박원순 후보 방식의 '후보단일화'와 '정당 지도부간에 지역구 나누기'입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워낙 큰 선거이니 박원순 후보는 시민의 집중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45개 지역구 중에서 몇 개를 경선할지 모르나, 100개 정도 경선한다면 관심이 분산되니 진보정당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하지요.
그러니 진보정당은 당연히 '지역구 나누기'를 시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볼 때 박원순 방식 '후보단일화'와 '지역구 나누기' 중에서 어느 게 합리적일까요? 당연히 박원순 방식이죠? 민주당 쪽에서는 이 방안이 유리하지만 유불리 여부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합리적 방안'이라며 여론전을 펼칠 것입니다.
시간이 갑니다. 그런데 내년 4월 총선의 예비후보 등록이 12월 13일에 시작됩니다. 시간이 흘러 총선에 가까워진다는 건 후보자들이 갈수록 돈을 많이 쓴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후보단일화'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민주당 쪽에서 일정 지역구를 양보하고 싶어도 이미 상당기간 선거운동을 한 사람을 누가 어떻게 양보시키겠습니까? 결국 진보정당은 여론에서 불리한 상황으로 몰리다가, 양측은 선거에 임박해 파열음을 내며 어떤 방식이든 겨우 타결을 보게 될 겁니다. 유시민 대표께서 김해(을) 보궐선거 후에 '경쟁적 단일화의 한계'를 말씀하셨는데, 이건 '경쟁적 단일화'를 넘어 '적대적 단일화'입니다.
게다가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든 '지역구 나누기'건 간에 진보정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충분히 내지 못하면, 정당지지도가 떨어져 비례후보의 당선자 숫자도 줄어듭니다. 어떻게 원내교섭단체를 이룹니까?
민주·진보진영 '분립'된 상태에선 '지역구도 극복' 어려워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민주와 진보진영이 분립되어 '선거연대'를 하면 지역구도가 극복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10·26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 저도 유세를 갔는데요. 지금껏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선거에 다녀 본 경험으로는 유권자의 반응이 이번에 제일 좋았습니다.
그런데 졌습니다. 시민들은 한나라당에서 마음이 떠났지만 아직까지 민주당까지는 오지 않은 겁니다. 통합당이면 달랐을 것입니다. 이게 제일 가슴 아픕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투신 이후, 민심이 달라진 게 뚜렷한데, 이를 정당권이 받아내지 못하는 겁니다. 노 대통령의 서거가 준 충격은 시간이 가면 잊혀집니다. 이번에 우리가 '야권대통합'을 이루어 부산, 울산, 경남에서 10개 의석 이상을 얻으며 다수당이 되면 한나라당은 TK로 고립됩니다. 그래야 지역구도가 극복되면서 한나라당이 선거법 개정에 동의해 오지 않겠습니까?
진보정당의 지도부에 계신 분은 '연합정당? 좋다. 그러나 2/3 의결조항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십니다. 이해합니다. 그래서 지도자의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모든 길이 막힌 것 같아 절망적일 때 그걸 뚫고 전망을 제시하는 게 지도자 아닙니까?
여기까지가 제가 그 분께 드린 말씀입니다. 그러고 나서 꽤 한동안 가슴이 먹먹한 채로 남아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11일) <국민의 명령> 활동가가 저한테 묻습니다.
"남북한 간에 '국가연합'과 '연방제'를 거치며 긴 세월 노력해 마침내 통일을 이루겠다면서 왜 진보정당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힘을 합치는) 연합정당조차 거부하는 거죠? 남북의 이질성보다 정당 간의 차이가 더 커요?" 지난 반 년 넘게 통합 논의는 쳇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참여당은 "진보통합으로 가서 민노당 세력과 함께 대통합으로 가도록 노력하겠다" 얘기하시고, 민노당 지도부는 "대통합은 절대 없다" 하십니다.
저는 "참여당이 대통합에 합류하면, 민노당으로서는 독자 원내교섭단체의 성취가 어려워져 대통합에의 합류를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참여당의 지금 계획이 성공한다면 100점이지만, 진보통합 후 민노당 세력이 거부하면 '선거연대'로 가야 하는데 어쩌지요?
'야권대통합'의 키를 지금은 참여당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진보통합이 이루어진다면 민노당 주류로 넘어 갑니다.
서울시장 선거 후 <한겨레>가 조사, 발표한 정치세력 지지도에서 한나라당 세력이 40%, 안철수·박원순 등이 참여한 제3세력이 39%, 민주당 세력이 11%, 진보당 세력이 2%입니다. 늘 40%를 넘던 '지지 정당 없음'이 8%로 떨어진 결과가 무엇을 의미합니까?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내일의 역사를 살아갑니다. 불과 몇 달 후, 또는 내년 대선에서 우리는 역사 앞에 준엄한 평가를 받습니다. 역사 속에서 지금 나의 판단이 정말 최선의 길인지 한 번 더 깊게 고민해주시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2011.11.11.
<국민의 명령>
대표 문성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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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국가연합도 한다면서 정당연합은 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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