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고막파열 물대포 과잉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홍현진
박 대표와 마찬가지로 물대포를 정통으로 맞았다는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한동안 '뇌진탕' 증상이 나타났었다"고 증언했다.
"저희는 한나라당 당사 앞에 가서 평화롭게 시위하고 해산하려고 했다. 그런데 경찰이 막아서서 갑자기 진압을 하고 순식간에 직사포를 정조준했다. 물대포를 딱 맞는 순간 '아, 이건 살인도구구나'라고 생각했다. 무방비 상태로 (몸이) 날라가서 아스팔트에 뒷머리를 꽝 찍었다. 저녁부터 머리가 한 짐이 되는 것처럼 무겁고 먹먹했다. 머리도 멍하고 귀도 멍하고 목, 어깨가 뻐근했다." 범국민대회 현장에 함께 있었던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쇠파이프를 든 것도 아니고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었고, 시위대 앞에는 주로 연세가 있거나 여성인 대표자분들이 있어서 경찰을 위협할 여지가 전혀 없었는데도 갑자기 경찰이 난입해 현수막을 빼앗고 3~4m 거리에서 물대포를 직사포로 예고 없이 쏴버렸다"면서 "제가 180cm 정도의 건장한 체격인데도 나자빠져 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 부위원장은 "경찰청의 물포 운용지침을 보면 '직사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하여 가슴이하 부위를 겨냥하여 사용한다'고 나와있다"면서 "그런데도 고막이 파열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경찰 스스로가 운용지침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의 물포운용지침에 나타난 '직사살수 사용요건'을 보면 ▲도로 등을 무단 점거하여 일반인의 통행 또는 교통소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 ▲쇠파이프·죽봉·화염병·돌 등 폭력시위용품을 소지하거나 경찰관 폭행 또는 경력과 몸싸움 하는 경우 ▲차벽 등 폴리스라인의 전도·훼손·방화를 기도하는 경우로 명시되어 있다.
정 부위원장은 "경찰은 교통소통 방해를 이유로 물대포를 쐈다고 하는데,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 도로를 점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경찰은 인도에 있는 참가자들에게도 물포를 쐈다"고 꼬집었다.
"물포 사용,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 법적근거 만들어야" 경찰이 시위 현장에서 물대포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부터.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그 당시에는 직사포가 허용이 안 되고 15도 이상의 각도를 유지했어야 했는데도 경찰이 직사포를 사용해서 손해배상청구 등 문제제기를 많이 했었다"고 전했다.
이후 인권위는 물포 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부령'으로 정하라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지만, 경찰청은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2009년에는 물포 '직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부규칙을 만들었다. 박 변호사는 "현재 물포 사용과 관련된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물포 발사세기의 경우 최대한도만 규정되어 있고, 최루액 혼용 사용 역시 어떤 성분, 어느 정도의 농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고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가장 문제는, 도로소통을 방해할 때 직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도로 소통이 방해된다는 이유로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청장은 물포 사용과 관련해 부령 이상의 법적근거를 만들고 인권을 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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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 맞고 고막 찢어져... 이건 살인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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