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카페 차려서 대박을? 꿈깨시라. 월급쟁이보다 못한 돈을 챙겨가는 사장님들이 수두룩하다. 카페 격전지에서 살아남으려면 웬만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김정훈
상수동에서 까페를 운영하는 홍수영은 나의 친구다. 영화제 관련 일을 하던 그는 언제부턴가 커피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고 드디어 작년 3월, 핸드 드립을 전문으로 하는 까페를 차렸다. 커피맛에 민감한 손님들은 다소 비싸더라도 그의 까페를 찾는다. 그 때문에 수익률이 나쁘지는 않지만 회전율이 높지 않아 역시 비슷한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작은 케이크를 직접 구워 내더니 최근엔 샌드위치도 새롭게 시작했다.
홍대 앞의 이야기를 주제를 잡아 매월 전하는 소식지 <스트리트 H>는 작년 9월에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 하나를 실었다. '홍대앞 까페사장님들, 밥은 먹고 사십니까?'가 그것. 고공행진하는 권리금과 월세의 살인적 비용속에서 과연 살아남을 까페는 얼마나 될까 걱정하는 것이 기사의 요지. 독특한 개성과 푸근한 겉모습, 허나 많은 까페들이 저조한 수익에서 신음하고 있음을 기사는 보여준다.
권리금 7000만 원 줄 테니... 부동산의 달콤한 유혹 이런 상황을 기회로 활용하는 이들은 부동산이다. 그들은 얌전히 장사하고 있는 까페에 전화를 걸어 가게 내놓을 계획 없냐고 줄기차게 묻는다. 당장 그럴 계획이 없더라도 높은 권리금을 제시하면 까페 주인들은 '살짝'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재훈씨의 경우도 얼마 전 걸려온 전화에 살짝 짜증이 나 권리금으로 버럭 7000만 원을 불렀다. 그러자 돌아온 부동산의 답변은 매출을 공개해줄 수 있느냐는 것. 재훈씨는 그럴 수 없다고 했고 이후 전화는 잠시 뜸해진 상황이다.
홍수영의 경우도 비슷하다. 올 여름, 9000만 원을 제시하는 부동산이 나타났으나 가게를 차린 지 이제 겨우 1년이 조금 넘어선 시점이라 그는 제안을 거부했다. 솔깃하기도 했지만 불쾌하기도 했다. 그는 친구들 힘까지 빌려 가게의 모든 것을 꾸미는데 몸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부동산이 또 다시 전화를 걸어올 것이라 믿고 있다. 부동산은 건물주인, 집주인, 심지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가게 주인들에게까지 높은 권리금, 내지는 임대료를 제시하며 새로운 수요자를 물어 온다. 건물 주인로선 이전 세입자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고 현 세입자는 신규 세입자로부터 높은 권리금을 받을 수 있고 부동산은 그 높은 비용이 낳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