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해라, 꿈꿔라, 하면 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강연회의 핵심 메시지였다. 지난 15일 나는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린 지성콘서트 '21세기 리더의 자격' 강연회에 참석했다. 이전에도 종종 느꼈던 것이지만, 박원순에게서 왠지 모를 이명박 대통령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착하고 똑똑한 이명박이랄까. 박원순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으면서 계속 반복되며 떠오르는 메시지는 '하면 된다'였다. 그의 접근 방식은 실용적이었고, 탈이념적이었다. "저는 CEO였습니다"라는 박원순의 말에 갸우뚱 고개를 저었다. 이내 박원순이 다시 말했고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아름다운 가게의 사장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아름다운 소비, 윤리적 소비가 이 시대의 가치가 될 것입니다."
솔직히 나는 박원순의 시장 당선을 보며 한편으로 걱정되기도 했다. 청년들의 희망을 등에 업고 선출된 박원순이 기대에 어긋날까 봐.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 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햇볕정책을 승계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념을 넘어선 실용의 시대를 열겠다면서 쓸데 없는 좌우대립 대신에 경제성장에 따른 일자리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은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해 왔다'고 말했다.
박원순의 "뭐든지 열심히 창의적으로 하면 된다"는, 이념적 성찰이 생략된 메시지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박원순을 향한 시민들의 믿음을 상기하며 다시 고민해 봤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각기 다른 점이 있다. 이명박의 비전에는 '실용'이라는 모호한 가치만 있었다면, 박원순의 비전에는 우리 시대가 원하는 '공생'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토건·전시행정의 서울에서 벗어나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그는 서울시장이 됐다.
시민이 주인인 정치, 이제 시작이다
그뿐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박원순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그리고 시민들에게 물어본다. 박원순의 가치와 비전은 이념적 범주를 넘어 소통하며 공감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 한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면서도,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기준으로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박원순 같은 지도자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탈이념의 시대가 원하는 지도자 중 하나다. 시민들은 '진보냐, 보수냐'라고 묻기보다, 우리의 삶을 더욱 더 개선시킬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희망제작소에서 박원순의 직업은 사회를 업그레이드 하는 소셜 디자이너였다. 어떻게 정치인이 이념을 넘어 사유하고 행동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말한, 그리고 자신을 지칭한 '21세기 리더'의 모습이 유효한지 확인하는 방법은 '박원순 표 서울시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냥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이념이 빠진 자리에 시민이 들어서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진보도 보수도 아닌 '시민'이라는 기준으로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시민들은 끊임없이 소통하고 참여해야 한다. 시민이 정치인 세상이 시작했다. 이제 그 완성은 시민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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