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무소속 의원이 10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야권연대 서울시장 후보의 해외 출국 현황을 가리키며 대기업 후원금으로 간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성호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제명된 강용석 국회의원(서울 마포을)이 또 한번 여론의 뭇매를 자처하고 나섰다. 박원순과 안철수를 집중 공격하다가 이번엔 연예계로 범위를 넓힌 강 의원의 '인기인 시비걸기'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17일 KBS <개그콘서트>에서 '애정남'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최효종씨를 집단모욕죄로 형사고소했다. 이유는 최씨가 맡은 또 다른 꼭지 '사마귀유치원'의 내용이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최씨가 '국회의원이 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되요",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라고 말한 부분이다.
강 의원이 최씨를 고소한 것은 자신의 '아나운서들에 대한 집단모욕'에 대해 실형이 선고됐고 최근엔 항소도 기각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항소심 판결문을 올려놓은 강 의원은 상고했음을 밝히면서 "이 사건 판결과 같이 모욕죄가 성립한다면 국회의원인 제가 개콘 '사마귀유치원'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한 최효종을 모욕죄로 고소해도 된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나요?"라며 "정말 최효종을 모욕죄로 고소라도 해볼까요?"라고 썼다.
쉽게 말해 자신에 대한 법리적용이 부당하다며 같은 법리로 타인을 고소한 것. 최씨에 대한 고소가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과는 별 이해관계도 없는 유명인을 고소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 의원의 이런 행동은 인터넷 상에서 많은 비난을 자초해 관련 기사 댓글이나 트위터에서 강 의원 비난 의견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강 의원이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박원순 후보에 대한 공격을 시작, 안철수연구소 관련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안 교수를 향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등 '안철수·박원순 저격수' 역할을 한 데 이어, 이번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개그로 인기몰이 중인 최씨에게까지 시비를 걸고 나선 것이어서 비난 강도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비난 내용이 많지만 '정말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내용들도 자주 보였다.
"우리라고 욕 먹는 걸 모르겠냐? 알면서도 하는 것"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강 의원 사무실을 찾았다. 강 의원은 집무실에서 각종 자료를 보면서 폭로거리를 찾고 있었고, 의원실은 자료를 분석하고 기자들에게 발송하느라 분주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인터뷰 요청은 많지만, 하지 않고 있다. 당분간은 팩트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게 '강 의원이 요즘 하는 게 스스로 정치생명 갉아먹는 일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 관계자는 "우리라고 해서 욕먹고 있는 사실을 모르겠느냐"며 "지금 여론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항간에는 '한나라당에 복당하기 위해 기를 쓰고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고 했더니 이 관계자는 "그게 도움이 될까? 당규에 의해 5년간은 복당이 안 되는데, 시도할 필요도 없지 않냐. 당에선 '지금은 안철수를 깔 때가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인데, 이걸 하면 복당에는 분명히 마이너스 아니겠냐"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한나라당이 무소속 강용석을 내세워 저격수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나라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강용석 의원이 소신껏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 살인사건 피해자가 죽기 전에 남기는 범인에 대한 단서)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 항소까지 기각된 상황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강용석 정치인생 끝났다'고 보지 않느냐. 죽어가는 사람들이 어떤 말을 남기나. 사건에 대한 진실을 남긴다"며 "어차피 죽을 사람이 왜곡되거나 과장되거나 잘못된 걸 얘기할 리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단 강 의원 스스로도 18대 국회에서 자신의 정치생명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복당에 대한 기대를 버렸고, 무소속 출마를 준비한들 성희롱 사건 최종심마저 기각(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되면 의원직이 박탈되고 출마도 못하게 된다. 최종심 결과가 좋게 나와 19대 총선에 출마를 해도 당선 가능성은 낮다. 이래저래 정치생명을 이어가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정치생명이 끊어질 때까지 강력한 다잉 메시지를 이어간다'는 게 강 의원의 계획인 것으로 추정된다. 의원실 관계자는 "안철수 교수가 정계에 관심이 있으신 한 (문제제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지금 나가고 있는 것은 확보된 데이터 중에서는 가장 작은 것이다. 단계별로 준비가 돼 있고, 자료를 계속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소속 된 뒤 찾은 새 할 일은 블랙 마케팅, 확실히 자리매김될 것"그러면 '강용석의 시비걸기 행보'는 결국 강 의원 자신에게는 이득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까?
강 의원의 지인 중 한 사람은 "일종의 블랙 마케팅(Black Marketing)으로 본다. 자리매김이 아닐까 한다"고 분석했다.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활용해 '강용석'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자리매김한다는 것이다.
이 지인은 "강 의원은 매우 활발한 사람이고 의원이 아닐 때에도 항상 일을 찾아서 바쁘게 살던 사람"이라며 "무소속이 되고나니 활동할 공간이 없어졌는데, 스스로 할 일을 찾은 게 그런 일인 것 같다. 계속 기사가 나가고 부정적인 이미지이긴 하지만 확실히 자리매김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도 "'한나라당이 시켜서 하는 것'이란 주장은 맞지 않을 것이다. 시킨다고 다 하는 사람이 아니다. 순전히 자신이 착안해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용석 의원실 관계자와 지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의 공통점은 강 의원 스스로도 자신의 정치생명이 19대 국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하고 있는 일련의 폭로와 고소 같은 행동을 단순한 '다잉 메시지'로 보긴 힘들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뒤에도 쉼 없이 이어지는 폭로의 속도나 양을 보면 강 의원의 다잉 메시지는 '생의 의지'로 충만하다고 할 만하다. 강 의원은 정치생명이 일단락되는 마지막 날까지 국회의원 자격으로 입수할 수 있는 '안철수 관련 자료'를 모을 태세다. 그래서 강 의원의 '다잉 메시지'는 '날 죽인 범인이 누구다'라는 내용이 아니라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안철수 교수가 대선 후보가 되는 상황이 되면 상대 후보의 입장에선 강 의원의 필요를 느낄 가능성이 크다. 강 의원의 '블랙 마케팅'이 성공적이라면, '안철수에 대한 공격 포인트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이는 강용석'이라는 평판이 형성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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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의원 왜 이래요?" 의원실에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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