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존 수녀 피살 소식을 보도한 <인디아투데이>.
<인디아투데이>
20년간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해온 인도의 수녀가 처참하게 살해됐다. 발사 존(Valsa John, 향년 52세) 수녀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 <인디아투데이>, <인디아TV> 등 인도 언론을 종합하면, 15일 자정 무렵(이하 현지 시각) 40명 정도의 폭력배가 인도 동부의 자르칸드 주에 있는 발사 존 수녀의 숙소를 둘러쌌다. 이들은 수녀를 몽둥이로 두들겨 팼다. 그러고 나서 수녀의 목젖을 절단했다. 발사 존 수녀는 그렇게 살해됐다.
경찰은 16일 오전 2시 무렵 수녀가 살해됐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재 조사 중"이라며 살해범을 특정하지는 않고 있다. 이 지역 경찰 책임자는 "발사 존 수녀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어느 누구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발사 존 수녀의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인도 언론들은 살해범으로 '광산 마피아'를 지목하고 있다. 발사 존 수녀가 힘없는 부족민들을 위해 '광산 마피아'에 맞서 싸웠기 때문이다.
밑바닥 인생들 위해 '마피아'에 맞선 수녀... "목숨으로 대가 치렀다"발사 존 수녀는 인도 남부의 케랄라 주에서 태어났다. 수녀(자선수녀회 소속)가 된 것은 1984년이다. 발사 존 수녀는 그 후 자청해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고향을 떠나 약자와 함께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발사 존 수녀의 자매인 리나는 이렇게 기억했다. "수녀원에서 '(발사 존 수녀가 가려는 곳이) 일하기 위험한 지역'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발사 존 수녀는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지만, 발사 존 수녀는 거부하고 계속 부족민을 위해 일했다."
발사 존 수녀는 부족민의 곤경에 관심을 보였다. 부족민은 불가촉천민에 버금가는 차별을 받은 토착 부족 사람들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발사 존 수녀는 '광산 마피아'와 대립했다.
'광산 마피아'는 석탄이 풍부한 곳에 사는 힘없는 부족민들을 쫓아내고 탄광을 개발하려는 광산 기업 등을 말한다. '광산 마피아'는 부족민들을 압박해 강제로, 헐값에 토지를 사들이는 한편 비인간적으로 착취했다. 이 때문에 오랜 삶의 터전을 내주고 쫓겨나는 부족민이 늘었다.
발사 존 수녀는 이에 맞서 싸웠다. 이 과정에서 2007년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발사 존 수녀는 2007년 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 후 발사 존 수녀와 광산 기업은 광산 개발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 기업이 부족민들의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대신 광산 개발로 인해 쫓겨나는 부족민들에게 새로운 땅과 일자리, 보건센터, 아이들을 위한 무상교육 시설을 기업에서 제공한다는 합의였다.
해당 부족민이 모두 이 합의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일부 부족민은 만족스럽지 않은 합의라는 반응을 보였다. '발사 존 수녀가 돈에 눈이 멀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발사 존 수녀의 가족들은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반박했다. 가족들은 발사 존 수녀가 "항상 탄압받는 사람들과 가난한 이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발사 존 수녀의 오빠인 베이비는 '광산 마피아'가 수녀를 회유하기 위해 여러 번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발사 존 수녀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수녀는 광산에서 나오는 수입에서 부족민들에게 합당한 몫을 줄 것을 요구했다."
발사 존 수녀는 15일 저녁 가족들과 통화를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가족들은 수녀가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베이비는 "수녀가 (살해) 위협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마피아가 정말로 수녀를 죽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부족민들을 위해 '마피아'에 맞서던 발사 존 수녀가 "결국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