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겟 라베르 회장위겟 라베르 회장
위겟 라베르 회장
-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지난 1999년 3.8점에서 2008년 5.6점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특히 지난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하에서 한국사회의 여려 부문이 함께 모여 반부패 약속인 투명사회협약을 체결하였다. 세계 반부패운동 전문가로서 과거 한국의 이러한 반부패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당시 한국의 공공, 기업, 정치,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 주체들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반부패와 투명성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에게도 역할모델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나는 한국의 이러한 반부패 운동의 역할모델을 다른 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하였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와서 이러한 시민사회 주도의 자발적 반부패 운동이 정부의 비협조와 무관심으로 중단되게 된 것이 가슴 아프다."
-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반부패 전문 독립기관이었던 국가청렴위원회를 폐지시켰고 국민권익위원회라는 이름으로 3개의 기관을 한 개 기관으로 통합시켰다. 그 후 시민사회는 물론 정부 차원의 반부패운동에 대한 열의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는 비평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분명한 것은 2009년부터 한국의 부패인식지수에서의 상승세가 꺾이고 오히려 완만한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투명성기구를 포함한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투명성기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왔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2009년 이래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반부패 독립정부기관의 폐쇄 등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나? 또한 국제투명성기구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한국의 부패인식지수 하락세에 우려를 갖는 이유는 무언가?"유엔 반부패협약 제6조에 따라 독립적인 반부패기관을 복원하는 것은 그 회원국으로서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기를 기대한다. 예방 기능의 강화 없이 저절로 반부패에 성공하고 투명한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더욱이 통전적접근(holistic approach)과 협력체계구축(coalition building)이라는 국제투명성기구의 반부패 전략을 매우 힘 있게 추구하였던 투명사회협약 체계가 복원되어 다시 이행되고, 또 각 부문과 지역 등으로 확산·발전되기를 또한 기대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이 반부패 모델을 세계 많은 나라들이 다시 수용할 수 있도록 진정한 반부패 기술지원(technical assistance)에도 한국 정부가 힘써주길 바란다."
"기업, 학교 등에서 반부패 교육 강화되어야"- 금년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뇌물공여지수를 보면 기업 간의 뇌물수수 행위도 상당히 심한 수준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압박하거나 하청업체에도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반부패 노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기업들 또한 반부패 투명성제고 노력을 적극 강화해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는 기업들에 뇌물방지 경영원칙(Business Principles Countering Bribery)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서 이제 200개 가까운 숫자를 기록하고 또 한국협회를 통해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기업들이 거버넌스(협치)를 개선하면 이른바 세계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기업들에 대한 평가절하도 극복할 수 있다. 결국 기업과 한국 경제에도 큰 이익이 된다고 할 수 있다."
- 그럼 한국의 반부패와 투명성을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한국기업들의 세계시장에서의 평가절하를 극복할 수 있는 중장기적 처방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아울러 한국의 정치부문에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면?"교육이 중요하다. 아무리 제도나 법이 좋아도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이 나쁘면 악법이 되고 나쁜 제도가 된다. 그래서 한국의 각 기관이나 기업, 학교 등에서는 반부패 교육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리적 인프라가 튼튼해야 장기적으로 부패를 극복하고 투명한 사회에 접근할 수 있다. 내가 알기로 한국투명성기구는 그동안 이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으며, 국제투명성기구에서도 2015년 전략적 우선과제에 이를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언론과 시민사회의 부패에 대한 감시 기능이 보다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정책포획(한국의 4대강 프로젝트 같은) 등으로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언론과 시민사회가 잘 감시해야 진정한 정부의 책무성(accountability) 실현도 가능해진다.
게다가, 내년에는 한국에서 총선과 대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각 정당과 후보 진영은 분명한 반부패 정책과제들과 공약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러 노력이 모여서 함께 힘을 발휘하면 한국은 세계 수준의 투명하고 청렴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5위 수준이고 국민소득도 2만 불이 넘는다. 그러나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지난해 세계 39위를 기록했고 금년 전망도 그렇게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부패인식지수가 세계에서는 평가절하된 것 같다고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측도 있다. 동의하나?"국민소득이 높아도 단지 사회의 소수가 많은 부를 독점하고 있으면 부패척결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사회의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곤층이 늘어나면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아도 그 국가가 높은 수준의 청렴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결국 부패가 독버섯처럼 사회 구석구석까지 번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부의 분패가 적절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대투명성이 높고 청렴하다. 지구상의 다른 어느 국가들보다도 북유럽은 든든한 중산층과 더불어 부의 분배가 비교적 균등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분배 없는 경제성장은 부패척결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나온다."
덧붙이는 글 | * 위겟 라베르 : 캐나다 오타와대학교(University of Ottawa) 총장. 국제투명성기구 회장. 유엔 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 이사. 월드뱅크거버넌스(World Bank Governance) 고문. 반부패전략(Anti-corruption Strategy) 고문.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아시아 개발 은행(Asian Development Bank on Climate Change and Sustainable Development) 고문. CRC Sogema 부의장. 국제반부패아카데미(International Anti-Corruption Academy) 상임고문단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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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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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 없는 경제성장, 부패 척결에 도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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