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한송의 모던한 그런지 룩
김홍기
도시의 포도 위를 걷는 유랑민들, 사회에 속해 있으나 조직 속에 편입되지 못한 인간들은 하나같이 분노에 가득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Pan)은 죽음의 이미지로 가득했다. 사진에서 이러한 감성을 포착했던 것이 바로 데드팬(Deanpan)이다.
팬은 얼굴의 속어다. 어느 시대나 감성이란 불리는 무늬의 내면에는 인간의 표정이 있다. 그 표정은 한마디 말로 규정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다종다기한 힘들이 곱게 주름 접혀 있는 세계이기 때문일 거다. 이렇게 조직인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설정된 도시의 보헤미안들이 만든 패션이 바로 그런지다.
그런지 음악이 1970년대 히피와 헤비메탈의 적자이듯 그런지 룩도 히피의 남루한 반전의 이미지와 하류층 복식의 영향을 자신의 디자인 속에 편입시켰다. 모든 것이 시스템과 조직이란 거대한 표제 아래 일사분란하게 변형되던 시절, 그들은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신이 편한 대로 입고 싶은 옷들을 레이어드로 걸쳐 입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믹스트 스타일인데 여러가지 스타일이 혼종되면서 새로운 시각문법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그런지 음악이 대조되는 배음을 연결하는 기보법을 사용하듯 보색이 아닌 대비색을 혼합해 더 한층 대담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였다. 도시문화가 만든 하이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