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추천 양문석 위원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민주당 최종원 의원이 국정감사 시기 KT임원으로부터 강남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한겨레신문>은 지난 9월 20일 양 위원과 최 의원이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 조아무개 KT 전무와 강남의 ㄱ룸살롱에서 밤 11시부터 새벽 1시께까지 함께 술자리를 가졌고 수백 만 원의 술값을 조 전무가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또 술자리 이틀 뒤인 9월 22에는 방통위 국감이 잡혀 있었는데, KT와 관련된 방통위 역할이 다뤄질 예정이었다고 한다.
방통위는 KT를 관리·감독하며 통신정책을 마련하는 주무 기관이고, 국회 문방위는 이런 방통위를 감시·견제하는 곳이다. '감독을 받아야 할 사람'과 '감독을 해야 할 사람'이 수백 만 원 대의 술자리를 가졌다는 자체만으로 문제다. 게다가 당시 KT의 주파수 경매 포기,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등이 언론계의 주요 의제로 오르내렸고, KT에 대한 방통위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었다.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이들의 부적절한 만남은 주무 기관과 국회의원에 대한 로비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과연 양 위원과 최 의원이 방통위원과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조 씨가 수백 만 원에 이르는 술 접대를 했을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조씨가 지불한 술값이 개인의 돈이었는지 아니면 회사 차원에서 제공된 '경비'였는지도 궁금하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양문석 위원은 이날 룸살롱접대에 대해 "평소 둘 다 알고 있던 최 의원이 삭발을 했다고 해서 위로주나 한잔하자고 모이게 된 것"이라며 "정서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한술 더 떠 "아는 동생들과 술 한잔한 것"이라며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문제 인식도 없는 최 의원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었다. 수구보수 진영의 인사들이 이런 종류의 물의를 빚었을 때 해왔던 '판에 박힌 변명'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양 위원에 대해서도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수백만 원 룸살롱 술접대'가 "선후배 사이의 위로주"라는 말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우리의 얼굴이 뜨거워진다. 게다가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히 '정서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적절한 만남'이 아니라 '수백만 원 대의 접대가 오간 로비 의혹'이다. 형식적인 유감 표명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얘기다.
'언론운동단체 출신'으로 방통위원이 된 양 위원에 대해 시민사회가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당에 대한 견제, 정책적 판단 등에서 양 위원의 행보는 우리의 기대를 한참 벗어났다. 진보적인 매체와 언론단체들 사이에서 양 위원이 '야당 추천 방통위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는 양 위원이 최소한 '도덕적 문제'에서 만큼은 자기 관리를 해주기 바랐다. 그런데 이마저 무너진 것이다. 양 위원이 방통위원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릴 때 일부 언론은 '양 위원이 통신업체와의 관계에서 독립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지적을 모르지 않았을 양 위원이 통신업체 간부에게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이다.
최 의원과 양 위원의 처신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형식적인 사과로도 안 된다. 두 사람은 우선 '수백만 원 룸살롱 접대'와 관련된 진실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아울러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수구기득권세력의 부도덕성을 비판해 왔던 그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해 '책임지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양문석 위원·최종원 의원의 'KT 룸살롱 술접대'에 대한 민언련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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