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누가 서민들에게 진짜 폭탄 던졌나
한미FTA 강행처리는 MB 정권 최대 범죄행위"

[인터뷰]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정당의 권력 절반 내놓는 게 통합 명분"

등록 2011.11.25 14:24수정 2011.11.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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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남소연

"국가와 국민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직권상정한 것. 국민을 우습게 알고 민심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다. 이번 한미FTA 비준안 강행처리는 이명박 정권의 최대 범죄행위이자 오판이다. 최대의 후과를 치르게 될 것이다.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는 담담하게, 그러나 강단있게 이명박 정부를 겨냥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야권은 모두 단결해 정권퇴진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찻집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전날 벌어진 한나라당의 한미FTA 강행처리에 분노했다. 

그는 "한미FTA 협정문 한영본 둘 다 살펴봤는데 폐기와 관련된 조항이 있다"며 "'발효 및 종료'를 다룬 24.5조에 보면 '이 협정은 어느 한 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게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 번 맺은 조약은 폐기 못한다고 인식했지만 한미FTA 폐기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한미FTA 폐기에 대한 국민투표를 거쳐 국민 반 이상의 동의를 얻는다면 새 정부·새 국회가 충분히 폐기할 수 있다"며 "야권은 다음 선거 때 국민에게 한미FTA 폐기를 약속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그는 새로 구성되는 진보통합당과 야권연대 방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혁신과 통합' 등이 꾸준히 주장하는 대통합 노선과 관련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약속된다면 선거연대·연합정당 가능하다고 본다"며 "부산시민 50%가 한나라당을 찍지 않는 현실이지만, 오직 선거제도 때문에 한나라당이 부산 의석의 절반 이상을 얻는다"고 개탄했다.

그는 '혁신과 통합'이 추진하는 방향대로 정당개혁이 이뤄진다면 "한국 정치의 삼김(三金 : 김영삼·김대중·김종필)시대가 진정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라며 "지금은 3김도 없는 후(後)삼김시대에 머물러 있지만, 진정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현실에서는 이념과 지역주의를 다 떠나 정책과 생활이 중심되는 정당구조의 개편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거연합당을 하면 진보정당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진보정치도 희생을 좀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연합당 이후) 만일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말라고 하면 안 나가겠다"며 "그만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진보세력의 집권을 가능하게 할 제도이기 때문에 평생 나가지 말라고 해도 받아들일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내년 총선 전까지 장외에서 정권퇴진운동 벌여야"


- 한미FTA 비준안이 22일 강행처리됐다.
"언론보도를 보니,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비공개로 비준안을 직권상정해 강행통과시키자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 발상이 참 놀랍다. 국가와 국민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직권상정한 것도, 기자들조차 보지 못하는 '밀실'에서 비준안을 강행 통과시킨다는 것도 놀랍다. 국민을 우습게 알고 민심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다. 미 쇠고기 협상이나 4대강 사업 등의 전례도 있지만 한미FTA 비준안 강행처리는 이명박 정권의 최대 범죄행위이자 오판이다. 최대의 후과를 치르게 될 것이다.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남소연

- 한미FTA 비준안 강행처리에 분노한 시민 5000여 명이 22일 밤 명동 등에서 게릴라 시위를 벌였다. 한미FTA 비준안이 처리된 지금, 어떤 방식의 저항이 필요하다고 보나.
"당분간 분노한 민심이 최대한 표출될 것이다. 또 통과됐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폐기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방금 전 트위터에 '막지 못해 죄송하다 말하지 마라, 한미FTA 폐기하겠다고만 하라', '우리는 원한다 한미FTA 폐기시킬 새 국회의원, 새 대통령, 새 정당을'이라고 남겼다.

어제 급히 한미FTA 협정문 한·영본 둘 다 살펴봤는데 폐기와 관련된 조항이 있다. '발효 및 종료'를 다룬 24.5조에 보면 '이 협정은 어느 한 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게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돼 있다. 그동안 한번 맺은 조약은 폐기 못 한다고 인식했지만 가능하다. 한미FTA 폐기에 대한 국민투표를 거쳐 국민 반 이상의 동의를 얻는다면 새 정부·새 국회가 충분히 할 수 있다. 물론 단서조항에 따라 일부 조항의 효력 유지 여부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겠지만 길은 있는 셈이다. 야권은 다음 선거 때 국민에게 한미FTA 폐기를 약속하라."

-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루탄을 터뜨리며 저항했다. 보수언론은 이를 '국회의원의 국회 테러'로 규정했다. 김 의원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오죽했으면... 한 트위터리안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정부·여당이 한미FTA 강행통과를 통해 국민에게 무엇을 던졌는가, 생존권을 박살내는 진짜 폭탄을 던진 것 아닌가, 최루탄은 약하다'고 했다. 저는 오히려 다른 야당 의원들이 김 의원처럼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아쉽다."

- 민주당은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 한미FTA 강행처리를 계기로 서울시장 선거 이후 다시 야권연대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고 봐도 될까.
"확실하게 막으려면 야당 의원 모두 의원직 사퇴서부터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강행처리 시 정권퇴진운동을 펼치겠다고 경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안 됐다. 이제 장외로 나오되, 예산안 통과에 합의해줘선 안 된다. 한나라당은 결국 야당이 약간의 시간을 보낸 뒤 예산안 처리를 위해 원내로 들어오리라 보고 있다. 장외로 나왔으면 적어도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정권퇴진 운동을 벌여야 한다. 그래야 정권도 빨리 퇴진하고 그만큼 한미FTA도 빨리 폐기시킬 수 있지 않겠나." 

- 현재 '민주통합'·'진보통합'으로 나뉜 야권이 한미FTA 폐기운동 등을 통해 대통합할 수도 있을까.
"물론 한미FTA 강행통과로 야권연대가 더 강화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한미FTA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드러났다. 한 당 안에서 어떻게 찬반이 그렇게 갈릴 수 있나. 찬반이 뒤섞여서 다수결로 당론을 결정하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선거연대는 가능하나 통합까진 한계가 있다. 우리는 민주당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미FTA 폐기를 당론으로 세우고 장외로 나온다면 뜨겁게 환영하고 함께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때 연대는 물론, 그 이상의 전망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정치 혁신하자"

- '희망과 대안' 등은 민주통합과 진보통합 간에 선거연대를 논의할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보나.
"우선 통합진보정당에 참여하는 세 주체들은 개별적으로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한 입장은 표명했다고 본다. 하지만 세 주체가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통합과 관련해 새로운 합의를 한 것은 없다.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나는 통합은 몰라도, 선거연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정해야 한다고 본다. 게다가 (민주통합과 진보통합은) 서로 통합하자, 통합 안 한다는 얘기만 하고 선거연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희망과 대안'이 제안한 테이블은 필요하다고 본다."

- 노 대표가 생각하는 선거연대 원칙은 무엇인가.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약속된다면 선거연대·연합정당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정당은 정체성을 중심으로 모여야 하고 진보정당 역시 진보정당끼리 모이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특수한 상황에서는 그를 뛰어넘는 경우도 있어야 한다.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은 정치개혁을 위한 핵심의제다. 정치 개혁 없는 통합은 국민들에게 당리당략에 의한 통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지분을 많이 양보해 대통합되더라도 그건 국민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상대 쪽 정치인을 위한 통합이다.

이제 영·호남 패권에 기대어 각자의 기득권을 유지한 거대 양당의 적대적 의존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 직선제와 지방자치를 도입한 87년 이후 정당·정치인이 스스로 정치개혁을 한 것이 없다. 매번 국민들 탓하지만 이제 부산시민 50%가 한나라당 찍지 않는다. 오직 선거제도 때문에 한나라당이 부산의 의석 절반 이상을 얻는 것이다. 국민의 변화된 의식을 담지 못하는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남소연

- 혁신이 없다면 통합 역시 소용이 없다는 얘기인가.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얘기를 많이 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할 것 없이 안 교수가 자신의 당에 와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안철수 모시기' 하지 말고 '안철수 따라하기'에 나서라고 말하고 싶다. 안 교수가 자신의 주식지분 절반을 기부할 때 기존 정당은 보유 권력·권력 절반 내놔야 할 것 아닌가. 안 교수 따라하면 국민들은 정치인들 달리 보고 좋아해준다. 스스로 뼈와 살을 깎아내는 정치개혁을 할 때 통합의 명분도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세를 키워 민주당에게 양보를 받아내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물고기 몇 마리 얻는 것보다 좋은 그물을 얻는 게 진보세력의 집권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제도를 안 바꾸고 진보정당이 집권한 나라는 영국 밖에 없다. '혁신과 통합'은 이미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에 대해 도입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동의하면 선거연합정당 가능하다"

- 손 대표를 최근 만났나.
"최근 두 번 연달아 만났다. 손 대표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났던 무렵이다. (민주통합에)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다. 나는 이미 <나는 꼼수다>에서 밝혔듯,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약속을 요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하기 힘든 일이지만 내년 총·대선이 있는 만큼 선거제도를 개혁할 절호의 찬스다. 원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면 국민투표를 거쳐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이 문제에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 

- 노 대표의 생각에 민노당이나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동의하는 편인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도 얘기해봤다. 유 대표는 개인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다만, 이것이 실현되려면 민노당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 문제 갖고 우리끼리 찢어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아직 이정희 대표와는 얘기하지 않았다. 민노당의 다른 인사와는 관련해 얘기를 해봤지만 소극적인 편이다. 민주당을 못 믿는 것 아니겠나. 아직 민주당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을 약속한 것도 아니니깐. 그쪽이 입장을 밝힌다면 이쪽에서도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 손 대표가 왜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답변 못했다고 짐작하나.
"글쎄. 사실 통합 의지가 강하다면 '무슨 수'를 고민하게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돼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지 않나. '무슨 수' 중에 이런 것이 있단 점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 본다. 다만, 민주당이 통합을 '명분쌓기용'으로 보고 부분 통합으로 갈 가능성도 있지 않나 우려한다. 반면, '혁신과 통합'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혁신과 통합'의 방안을 보면 평시에는 하기 힘든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 실현 여부를 떠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합해야 한다고 절박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사실 진보정치에 평생을 매진한 내가 대통합 가능하다고 하는 것도 비정상적이지 않나.(웃음)"

- 혁신과 통합이 주장하는 '무슨 수'가 통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그 정도의 변화가 진행된다면 한국 정치의 삼김(三金 : 김영삼·김대중·김종필)시대가 진정으로 막을 내린다고 본다. 삼김도 없는 지금 역시 우리 정치는 후(後)삼김시대에 머물러 있다. 삼김이 만든 정당이 원내 제1·2·3 정당 아닌가. 원내교섭단체도 이들이 다 갖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데, 이념·지역주의를 다 떠나서 정책·생활 중심으로 정치하라고 요구하는데 정당 구조가 그렇지 않다. 국민의 변화 요구에 매번 공천 물갈이만 될 뿐 낡은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래서 한나라당·민주당의 공천탈락율이 40%에 달한다. 실망만 낳는 정치일 뿐이다.

진보세력도 내놓아야 한다.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뭔가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선거연합당을 하게 되면 진보정당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도 희생을 좀 감내하자. 개인적으로 지금 상황이 답답해서 (선거연합당 이후) 만일 국회의원 나가지 말라 하면 안 나가겠다고 얘기한 적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은 오랫동안 바랐던 세상의 변혁, 진보세력의 집권을 가능하게 할 제도이기 때문에 평생 나가지 말라고 해도 받아들일 자신 있다. 아주 극단적으로 내년 총선 단일화 때 진보세력은 이를 약속받고 대대적으로 양보해도 된다. 단 한 번 뿐이다. 좋은 그물을 얻게 되면 당장 물고기 몇 마리 못 잡는다 해도 괜찮다. 다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민주당이 먼저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다."

"진보신당 탈당, 통합 위한 옳은 결정"

- 윤여준 전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은 선거할 때마다 40%의 인물을 교체하는데 대한민국 그 누구도 한나라당이 변했다고 생각치 않는다'고 개탄한 바 있다. 진보정치도 현재 낡았다고 평가받긴 마찬가지인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원인은 100% 내부에 있다. 우선 민심을 거울로 삼아야 하는데 자신을 거울에 비추고 만족해한다. 당 내부에서 정책을 놓고 논쟁할 때도 서로의 교과서를 가지고 싸우고 있었다. 이것이 과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2004년 무상급식·무상교육·부유세 신설 등을 제기하고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진보정당도 이를 선거용으로만 쓴 것이다. 제기한 지 1년이 지난 뒤에야 운동본부를 꾸렸고 명패 다는 이벤트를 한 번 한 뒤에는 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저작권이 우리에게 있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 

두 번째,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라고 했지만 정작 그들은 우릴 자신의 당으로 보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우릴 자신들의 대표 정당이라고 봤다면 지지율이 그렇게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인정받고 지지받아야 할 이에게 지지를 못 받는 건 전적으로 자신의 문제다. 현장에 더 가까이 가서 활동하지 못했다. 각자의 신념과 철학을 반영하는 데만 급급했다."

- 그렇다면 민노당-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의 진보통합은 그런 한계를 없앨 수 있겠나.
"세 주체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자극제가 되리라 생각한다. 진보정치세력의 관성을 깰 수 있는 최소조건은 마련됐다. 새로움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지만 노력과 방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 진보신당 홍세화 당대표 후보나 진보학자 손호철 교수 등은 통합연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기 위한 술수라는 시각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 통합이 개인의 당선 확률을 높여주진 않는다. 특히 울산 북구의 조승수 의원은 재선이 더 어려워졌다.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 고양시 덕양갑에 둥지를 튼 심상정 전 대표는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관건이다. 그 이후엔 한나라당 후보와 싸워야 한다. 노원병의 나도 심 전 대표와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가 원해서 이런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지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픔이 크다. 민노당 분당·진보신당 탈당 때나 모두 우리의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그 선택을 하지 않는 게 나았을까? 탈당하지 않고 진보신당에 남아서 통합은 당분간 포기하는 게 맞나. 그렇게 보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로 상처가 생기고 모양새도 안 좋아진다. 그러나 옳음을 택한 대가로 여러 아픔을 겪는다고 본다. 이 아픔을 피하기 위해 잘못된 노선에 몸을 계속 실었어야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수와 의견이 달랐고 그를 존중했다. 우리의 뜻이 다수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탈당하는 게 맞았다."

- 통합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국민참여당의 합류 여부였다. 통합연대는 민노당 9.25 당대회 직전 참여당과의 통합 부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금 상황에서 입장이 바뀐 것 아닌가.
"공식적인 입장은 먼저 진보정당끼리 통합하고 이후 참여당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9월을 전후하며 우리를 제외하고 이에 동의하는 세력이 아무도 없게 됐다. 그렇게 하면 진보통합을 실현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가까운 차선책을 택했다. 통합연대 내부에서도 참여당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통합 후 논의하지 못한다면 일단 같이 하면서 검증해가는 게 차선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긴 호흡 갖고 진보대연합 구성해야"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남소연

- 독자노선을 천명한 진보신당은 추후 사회당 등과 '왼쪽으로 통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밝혔듯, 세 주체를 통합하는 게 통합진보정당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통합진보정당을 구성하는 과정이다. 사회당, 진보신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 등 모든 진보정치세력이 하나의 당으로 모여야 한다고 본다. 각자 따로 통합하더라도 진보정당의 수는 적어진다. 진보대연합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의미 있다고 본다."

- 오른쪽으로는 민주통합과의 통합을, 왼쪽으로는 진보신당·사회당 등과의 통합을 열어놔야 한다는 뜻인가.
"혁신과 통합 등과는 일종의 선거연합당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도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진보신당·사회당 등과는 긴 호흡으로 가야 할, 필수적으로 해야 할 통합이다. 선후 순서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 노력이 충돌한다고 보진 않는다."

- 통합진보정당은 참여정당·단체의 대표를 공동대표로 하기로 했다. 통합연대의 경우 세 명의 공동대표가 있는데 누가 통합진보정당의 대표단에 들어가나.
"통합진보정당은 민노당·참여당·통합연대 각 1인 씩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또 필요하다면 1~2인의 공동대표를 더 두기로 했다. 우선 여기까지 합의가 돼 있다. 통합연대는 오늘(23일) 광역대표자회의가 있다. 여기서 통합연대의 대표를 누가 할 지 논의하기로 했다. 내가 양보하기로 했다. 지금 처음 얘기하는데 곧 가서 얘기할 것이다. 나는 심상정 대표를 대표로 천거하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조승수 대표도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통합연대 전국광역대표자회의에서 통합진보정당의 통합연대 쪽 대표로 선출됐다. 노 대표는 통합연대의 상임대표를 맡고 통합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 통합진보정당은 내년 총선에서 의석수를 어느 정도나 확보할 수 있을까.
"최소한 서울·경기·인천에서 지역구 1석씩은 확보할 것 같다. 이른바 '동남해안 벨트', 부산·거제·창원·진주·사천·울산 등에서도 상당한 변화와 진출이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비례대표까지 합친다면 최소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20석 정도는 무난하다고 본다."

- 전제 조건은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3자 대결 가능성은 없겠나.
"당연히 1대1 구도로 가야한다. 특히 동남해안 벨트는 1대1 구도가 아주 쉽게 되는 지역이다. 다만, 수도권은 최악의 경우를 산정해 말한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서울·경기·인천에서 1석 이상씩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야권후보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민주당 자체 조사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통합진보정당의 지지율은 5.4%에 불과했다. 어느 정도나 지지를 받을 것이라 예상하나.
"2004년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이 13.4%의 정당지지율을 얻었다. 통합진보정당은 그를 능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바로 제3세력이다"

- 현재 야권의 주요 변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대개 여권은 안 교수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야권은 안 교수를 끌어안으려 애를 쓰는 형국이다. 안 교수가 정치에 뛰어들 것이라 생각하나.
"자기는 지금 정치를 하고 있으면서 안 교수에게 '당신은 정치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예의에 벗어난 얘기 아닐까.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을 질 문제다. 정치를 하든, 안 하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건 마찬가지다. 다만, 어떤 현상이든 이유가 있다고 본다. 세칭 '안철수 현상'은 그동안 정치를 해온 사람으로서, 특히 진보정치를 해온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계기가 분명히 되고 있다. 안 교수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자신의 신념이나 철학을 밝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만, 안 교수가 어느 당으로 갈 것 같다고 말하는 건 너무 빠르지 않나 싶다."

- 윤여준 전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상황에선 '제3세력'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제3세력이 늘 안 된다고 보진 않는다.(웃음) 윤 전 장관의 말씀도 근거 있는 관측이다. 관건은 누가 제3세력인가이다. 진보정당은 우리가 제3세력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들은 그동안 진보세력에게 '너희들 말은 다 맞는데 실력이 되느냐'라고 의구심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당만 갖곤 힘들다', '이제 진보정치세력도 밀어줄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늘어가는 과정이다."

- 내년 대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또 진보정당은 어떻게 대선을 준비하려고 하나.
"87년 이래로 진보정치세력에게 대선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선거'였다. 그러나 내년 대선부터는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선거를 치를 것이다. 당연히 후보도 내야하고 국민이 원하고 당원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할 것이다. 진보세력의 집권을 머나먼 일로만 얘기해선 안 된다. 진보정치세력 스스로 집권하기 전이라도 이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대변하는 정책을 조금이라도 국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을 전제로 한 정책을 빨리 입안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복지와 평화가 주요 화두라 생각한다. 지금 복지가 유행처럼 퍼졌지만 '좋은 노동 없는 복지'는 짝퉁에 불과하다. 또 지난 5년 동안 후퇴한 한반도 평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한다. 통합진보정당은 이 두 가지 화두를 제대로 내걸고 내년 선거를 주도해야 한다."
#노회찬 #진보통합 #민주통합 #한미FTA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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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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