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아요"적게는 5천, 많게는 2억이 드는 4년제 대학 학비를 벌기 위해 시급 4320원을 주는 편의점에서 숨만 쉬고 바코드만 찍어야 한다"는 것이 지금 20대의 삶이다.
KBS
더욱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편의점은 절대로 한가하지 않다. 30분 이상 물건이 판매되지 않을 경우 본사에서 '사고(점원이 졸고 있다던지 문을 잠궈놓고 딴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가 있진 않은지 확인 전화를 한다. 즉, 30분 안에 '반드시' 단 한 명이라도, 라이터 하나 사러왔더라도 손님은 있다는 말이다.
손님이 없는 틈틈이 물건 채우기, 청소, 쓰레기 비우기, 검수 및 정산을 하면 어느새 동이 튼다. 혹여 계산이 맞지 않으면 자기 돈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나중에는 일부러 돈을 남게 해 돈을 챙겨가는 꼼수를 배우게 되기도 하지만) 그러고 나면 아침 출근 전, 간단한 식사대용품을 사러 오는 손님을 보게 된다.
이렇게 하나 둘 따지다 보니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거의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 중에 '할만한'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잉여인력 남은 것은, 몇 개월 전 한 대학생이 죽어나갔다던 저온냉장창고, 대형유통마트의 심야 파트, 경기도 인근의 심야택배창고 등이었다. 냉장창고와 심야택배창고는 도저히 몸이 버텨줄 것 같지 않았다. 절대로 자식에게 허투로 돈을 주지 않는 것이 인생철학이신 아버지는 대학 3학년이 될 때까지 책 창고에서 하루 일을 하면 5만 원을 줬다.
한 겨울 책 창고의 기억 덕분에 심야의 저온냉장창고와 심야택배창고가 얼마나 악몽 같은 일일지 해보기 전에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사장 아들'이 일할 때와 아르바이트생이 일할 때의 차이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방학까진 한 달여밖엔 남지 않았지만 낮에는 학교도 가야 했고 집에 와서도 편히 쉬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쉽고 돈 많이 버는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했다. 결국 학과 전공과도 들어맞는 대형유통마트가 제 겪이라 판단했다. 주 6일 하루 10시간 근무에 심야수당도 적용돼 월수입도 최저 150만 원 정도였다. 휴일 외에 월 2회 추가 휴무도 있었다.
일이 얼마나 고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손님을 위해' 온도 조절 되어있는 실내에서 하는 일이었다. 해보지 않았지만 동계 방학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방학이 오면 주말 아르바이트를 더해 두 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고 월 200만 원 가까운 수입을 벌수 있으리라.
몇 군데 이력서를 넣었다. 그렇게 집을 나온 지 일주일 가까이 흘렀다. 연락은 오지 않았고, 초조했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막대한 수의 잉여인력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었다. 난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그들에 비해 현저히 경쟁력 떨어지는 '비선호' 대상이었다.
대학 생활 8년의 굴레 2004년부터 지금까지 대학을 떠나지 못하고 돌로 굳어버린 화석마냥 대학에 남아있었다. 그냥 남아있던 게 아니라 '골수 좌빨'로 남았다. 학교에 '큰일'이 벌어지면 인근 경찰서 정보과 형사와 안부를 주고받을 정도가 됐다. 정확히는 일방적인 캐물음과 일방적인 짜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