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만 통합할 수 있다는 건 옳지 못해"

[인터뷰]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선 단독전대-후 통합으로 가야"

등록 2011.11.27 10:24수정 2011.11.2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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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남소연

야권통합과 그 과정에 대한 민주당 내 갈등의 한 복판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있다. '원샷 통합전당대회'를 제시하고 나온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등 지도부에 '선 단독전대-후 통합'(투샷)론으로 대척점에 섰다.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혁신과 통합'이 창당하고 있는 '시민통합당'과 당대당 통합을 하자는 것이다.

반면 통합전대파는 민주당이 먼저 지도부를 뽑고 나면 그 이후 통합과정은 '지분 나누기'라는 구태과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사전 안배 없이 한 번에 통합당의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가장 강력한 당권주자인 박 전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장악하게 되면 기득권 유지를 위해 통합에 소홀할 것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손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지난해 10월 3일 전당대회에서 통합에 관해 아무런 수임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통합문제를 다음 지도부에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도 "지도자가 자기만이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옳지 못한 생각"이라며 손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생전에 맨 먼저 통합에 대해 말씀하셨고 내가 전파하고 다녔는데 내가 당권 잡았다고 해서 안 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이 이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도 "지도부의 소통 부족과 현 지도부 임기 내인 12월 17일까지 야권통합을 이루겠다는 지나친 과욕이 오늘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부 임기 내에 통합 이루겠다는 과욕이 오늘의 상황 만들어"

박 전 원내대표는 그를 비롯한 단독전대파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말하지만, 내면에는 통합하지 말자는 주장과 당권에 대한 욕망이 뒤섞여 있다"는 비판에 "그분들이 민주당을 사랑하는 만큼 나도 민주당을 사랑한다"며 "민주당에 타격을 주는 불행한 일을 막자고 하는 내 행동도 대의"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문답전문.


- 민주당 내 통합추진이 난항이다. 이렇게 꼬인 이유가 무엇인가.
"지도부의 소통 부족이 문제다. 여기에 현 지도부 임기 내인 12월 17일까지 야권통합을 이루겠다는 지나친 과욕이 오늘의 상황을 만들었다. 11월 3일 손학규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해 통합로드맵을 발표했는데, 박주선 최고위원은 통합하자고 하니 간 거지 자세한 내용도 몰랐다고 한다.

통합과 절차가 병행 추진돼야 하는데 절차가 무시됐다.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혁신과 통합도 창당하고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한 뒤 양당의 수임기구에서 통합을 결의해 '당대당'으로 합당하는 '3단계 통합론'을 제시했다. 정치적·법적으로 하자가 없고 질서 있는 통합이 돼야 한다."


"가처분 소송으로 전국위 재소집된 한나라당 봐라"

남소연

- 지난 23일 중앙위원회를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중앙위의 토론 내용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민주당 의원이라면 누구나 통합을 찬성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소통과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면 문제가 생긴다. 얼마나 궁색하면 10월 3일 전당대회 때 결의문 속에 야권통합이 있었기 때문에 중앙위에 통합결정이라는 전대 권한이 위임된 것이라고 하겠나. 국회의장의 개회사·폐회사에 포함된 의견을 국회 전체 의견으로 보나? 아니지 않나.

두 번의 지역위원장-국회의원 연석회의, 당무회의, 중앙위에서 압도적 다수가 '통합에 찬성하지만 절차를 무시하는 통합은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 전국위원회 결과를 잘 알지 않나. 무리하게 전대 당헌을 개정했다가 한 당원이 가처분 소송을 해 전국위를 재소집하지 않았나. 대의가 있더라도 합법적 절차가 함께 가야 한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나를 반통합파로, 구태로 몰아가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 '통합전대파' 쪽 발언에 대해 곳곳에서 야유와 욕설, 고성이 나오는 등 난장판이었다는 비판이 많다. 박 의원이 핵심인 '단독전대파'에서 당원들을 동원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박 전 원내대표 지역구인 목포의 시의원들이 중앙위에 동원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중앙위 날 점심 때 목포에서 버스로 약 150명의 당원이 올라온다고 전해 듣고 '오지 말라, 그런 일이 있으면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얘기했고, 모두 돌아갔다. 내가 동원한 것은 없다. 중앙위 회의에 목포 시의원은 한 사람도 안 왔다. 사실을 잘못 알고 나를 구태로 몰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말단 지엽적인 구실을 잡아서 모면하기 위해 공격하면 더 큰 문제로 비화된다.

게다가 오늘(25일) 갑자기 원내대표가 통합 논의한다고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내일이 주말이라 의원들이 다 지역구에 내려가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내가 한미FTA에 대해 의총 소집하자고 할 때는 안 하더니, 시민들이 엄동설한에 물대포를 맞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처를 안 하고 있다.

또, 다음 중앙위원회를 중앙위원만 출입할 수 있게 국회에서 소집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렇게 하면 한나라당이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의총한 뒤 바로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한미FTA를 강행처리한 것을 비난할 수 있겠나. 중앙위는 당사에서 해야 한다. 뭐가 떳떳하지 못해서 다른 곳에서 하나. 23일 중앙위원회 때는 경찰 동원해서 당원도 당사 못 들어오게 했다가 항의하니까 개방시켜줬다고 하더라."

- 손학규 대표 등 통합전대파는, 민주당이 단독전대를 통해 지도부를 뽑은 뒤 통합을 하게 되면 지분 나누기가 될 것이고, 이런 행태는 국민들에게 구태로 비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지분배정 없이 한 번에 통합전대를 해 지도부를 뽑자는 것인데.
"자기와 똑같은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나쁜 교육이다. 지도자도 자기만이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옳지 못한 생각이다. 야권 통합은 우리의 살 길이고 국민의 명령이다. 또, 김대중 대통령께서 생전에 맨 먼저 통합에 대해 말씀하셨고 내가 전파하고 다녔다. 통합이 안 되면 민주당이 총선에 패배하고 정권교체 못한다. 그러니까 한다, 이거다. 내가 이렇게 공언하고 국민에게 약속했는데 내가 당권 잡았다고 해서 안 한다고 할 수 있겠나.

'지분 나누기' 얘기를 하는데, 얼마 전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이용득 위원장이) '일부 신문에서 내가 최고위원·의석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는데 그런 의도로 얘기한 게 아니다. 와전됐다. 한국노총이 통합 세력으로 민주당 당원이 돼서 바탕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 어떻게 지분을 요구하겠냐'고 하더라. 이 위원장의 순수성을 알았고 나도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이런 게 소통 아니냐. 민주당 전대에서 지도부를 뽑아 수임기구를 만들고 혁신과 통합도 창당해서 수임기구를 만들면 거기에서 논의해 지도부를 구성하면 된다."

"지분 나누기, 절대 없다"

- 수임기구 논의가 지분 나누는 자리가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인데.
"절대 지분 나누기 없다. 내가 지도부에 들어가면 감동적으로 통합하겠다. 결국 공천이 지분인데, 철저한 오픈 프라이머리로 하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또, 20~40대가 제대로 공천받을 수 있는 길을 주고, 진보적 경제학자나 사회운동가나 전문가들을 비례대표로 받아들으면 이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을 끌어올 매개 역할을 한다. 지분 나누기는 국민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

- 통합전대파 측은 박 전 원내대표가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데 호남 쪽 의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통합에 소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불신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나야말로 탈호남, 기득권을 버릴 준비가 가장 잘 돼 있는 사람이다. 자꾸 호남을 덧칠하는데 만약 호남의 지지를 안 받으면 내년에 정권 교체 되나. 그런데 왜 이렇게 호남 출신이라는 걸로 문제 삼나. 최문순·박원순 후보 시절 호남 향우회 다녀가면서 하라고 내가 조언했다. 박 후보 때는 이희호 여사의 지지를 확인해달라고 해서 내가 (손으로 기호 10번 모양을 만들어) 장풍 쏘는 장면까지 만들어줬다. 호남이 그렇게 싫었으면 그런 요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소아병적으로 지역색이 있어서, 김대중 이미지가 강해서 안 된다? 나는 김 전 대통령에게 그런 정치 배우지 않았다. 과감한 물갈이 통해 젊은 피를 수혈해 정권 재창출하는 모습을 봤다. 나도 감동적인 통합하겠다. 공천도 국민에게 감동 주는 공천해야 이길 수 있다. 이건 호남에서도 마찬가지다."

- 12월 17일 오전에 민주당 전당대회를 열어서 통합 의결을 하고 오후에 통합 전대를 열어 지도부를 뽑자는 안에 대해 어떻게 보나.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 민주당 전대를 열어서 통합을 결의하고 지도부 선출을 그 다음에 하자는 건데, 후보 등록을 어디다 해야 하나. 통합전대파가 말하는 로드맵대로 중앙위에서 통과돼도 합당 및 해산의 수임기관으로 중앙위가 위임되지 않은 것이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소통이 없다. 1만2000명 대의원이 모여서 사실상 민주당 해체·통합을 의결해야 하는데, 의결이 안 되면 민주당이 어떻게 되나. 된다는 보장도 안 된다는 보장도 없다. 때문에 정치적인 합의를 해야 한다."
(그는 인터뷰 뒤 의원총회에서 제안된 '12월 통합결의뒤 1월 통합지도부 선출'이라는 중재안에 대해서는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이다.)

- 통합 의결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박 전 대표가 "야권통합에 대해 반대하는 당원은 한 사람도 없다"고 말한 것과는 배치되는 것 아닌가.
"합의가 안 된, 절차상의 문제다. 만일 통합 의결이 안 된 상태에서 12월 18일 지도부가 물러나면 민주당은 어디로 가나. 명분과 절차가 함께 가야 한다."

"민주당은 안철수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있다" 

남소연

- 이인영 최고위원은 25일 최고위원회에서 "통합전대를 반대하는 분은 당헌과 절차적 문제를 말하지만, 내면에는 통합하지 말자는 주장과 당권에 대한 욕망도 뒤섞인 듯 보인다"고 했다. 한 신문 칼럼에서는 "야권통합을 둘러싼 민주당 갈등의 핵심에는 차기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박 전 원내대표의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욕심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분들이 민주당을 사랑하는 만큼 나도 민주당을 사랑한다. 어떻게 해서든 합당이 이뤄져야 총·대선 승리할 수 있다는 사명감이 나에게 있다. 꼭 당권 욕심 때문에 이런다고 보지 말라. 민주당에 타격을 주는 불행한 일을 막자고 하는 내 행동도 대의다. 어쩌다 내가 대척점에 서게 됐는데, 대의원들에게 단독 전대 소집요구 서명을 받은 것도 당권주자 5개 캠프에서 공동으로 한 것이고 원외지역위원장이 주도했지 내가 주도한 게 아니다. 나도 반대 의견을 강하게 전달했다."

- 대의원 4600명의 전당대회 소집요구서를 받아놓았다고 하는데, 제출할 계획인가.
"(원외지역위원장들이) 24일부터 내겠다고 하는 걸 당의 결정을 보고 결정하자고 말리고 있다. 손 대표 스스로 27일까지 통합 합의가 안 되면 민주당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했으니 지켜봐야 한다. 제출 여부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 단독전대를 소집하게 되면 파장이 클 텐데, 27일 이후에 손 대표가 전당대회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소집요구서를 낼 건가.
"미래 일을 가정해서 지금 얘기할 건 아니다. 잘 풀릴 수도 있는데, 마치 공갈용으로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 박양수 전 의원이 전대소집 요구서 서명작업과 제출에 적극적인데, 외부에서는 박 전 원내대표 뜻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당 대표 경선 때 자기(박양수 전 의원)가 나서서 손학규 대표를 밀었다. 내가 그를 보낸 게 아니었다. 자꾸 오해가 있다. 나는 지금도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문재인, 김두관, 김정길 이런 분들이 민주당의 자산이라고 본다. 함께 대권 후보로 경쟁하며 부딪히면 국민이 검증할 것이다. 민주당은 안철수라는 감나무 밑에서 감을 따려고 하지도 않고 입 벌리고 기다리고만 있다. 우리가 잘하면 안철수는 못 나온다, 우리가 못하면 안철수가 나온다."

- 손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가 치킨게임을 하는 것 같다. 서로 매우 완강하다.
"의총, 당무위, 중앙위를 보라. 물론 통합전대에 찬성하는 다수가 침묵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많은 사람이 반대를 하면 설득해서 합법적으로 가야 한다. 내가 합의해도 다른 측이 또 있다. 지금도 손 대표와 신뢰 관계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 견해가 좀 다르다. 통합에 대한 손 대표의 열정은 이해하지만 절차에 대한 부작용도 함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국민에게 자꾸 절차만 얘기하는 걸로 보이고 있다. 나 역시 통합이 중요하다고 얼마나 얘기하고 다녔는지를 충분히 이해해달라."
#민주당 #야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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