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지하철 역을 아예 통째로 막고 있는 전경
권영숙
"지금 이 곳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교보문고 안으로 들어가셔서 회전문으로 나가주세요.""어? 왜요. 저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는데요.""지금 저 위에서 시위를 하고 있어서 못나갑니다. 저쪽으로 돌아가셔야 됩니다.""저기요, 시위하는거 하고 이 출구로 나가는 것하고 무슨 상관있어요?"
"시위대가 많아서 나가시면 안됩니다. 일단 교보로 들어가서 저쪽으로 나가시면 됩니다.""저 어짜피 시위하러 가니까 여기로 나갈게요.""네?""저 지금 저 위에 시위하러 왔다구요."열심히 전경이 내게 시위대가 막고 있어 못나간다고 설명했는데 내가 그 시위하러 간다니까 갑자기 입을 꾹 다문다. '뭐 이런 아줌마가 다 있나?' 싶은 표정이다. 어이 없어 하는 전경과 말싸움을 할 필요는 없다. 그들도 얼마나 괴롭겠나, 싶다. 전경이 시키는대로 교보문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교보문고고 안에도 나가는 출구에는 전경이 또 막는다.
"왜 못 나가게 하세요?""저쪽 회전문으로 나가세요. 지금 위에서 시위를 하고 있어서 못 갑니다."
좀 화가 났다. 바로 코 앞의 출구를 나두고 난 교보문고 안을 돌며 회전문을 찾아 겨우 나갔다. 그러나 이건 또 뭐냐? 나가자마자 전경이 또 막는다. 나 말고도 많은 시민들이 전경들이 쳐놓은 바리케이트 앞에서 항의를 하고 있다. 인도는 전경이 막고 서 있고, 도로는 차들이 막고 서 있다.
"저, 저쪽으로 가려고 하는데요.""저쪽으로 못 갑니다. 시위대가 막고 있어요.""괜찮아요. 어차피 저 시위하러 온 거니까 가도 괜찮아요. 비켜주세요.""안 됩니다."광화문까지 한 시간 넘게 걸려서 갔는데 광장으로 못 나가게 한다. 거기까지 가서 포기할 순 없었다. 난 잽싸게 도로로 몸을 돌렸다. 전경이 "도로로 나가면 위험합니다" 하면서 양팔로 막는다. 난 잽싸게 전경 팔 아래로 고개를 쑥 집어넣고 빠져나갔다. 내 뒤를 따라오던 한 여자분이 빵 터지는 말을 했다.
"도로보다 당신들이 더 위험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