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25일자 1면에서 다룬 최은배 판사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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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판사의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 허용돼야 한다고 보는가."(판사의 의견표명이) 신중해야 한다는 데 저도 동의한다. 특히 판사의 판결 자체가 의견표명일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사건 처리나 직무 수행에서 오해 살 수 있는 언행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번 사안만 놓고 보자. 내가 당장 이(한미FTA 관련) 재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또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도)는 사법 주권 자체에 대한 현안도 포함돼 있다. 우리(판사)가 사법 현안에 대해선 의사표명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상황에 따라 오히려 침묵하는 것이 이상할 때도 있지 않나. 이번 건도 그렇다.
일반적인 공무원의 관점에서 보자면 업무 수행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나타나지 않는 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허용되는 게 맞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성=무색'이라거나, 생각없어야 한다, 영혼이 없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도식은 허상이고 도그마일 수 있다. 예컨대, 정교분리 원칙이 있다고 해서 종교 자유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 만일 페이스북에서 어떤 판사가 최 판사와 반대로 한미FTA를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고 치자. 이런 의견표명도 존중해야 하나? "엊그제(25일) 이정렬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과 우리 후손의 미래를 위해 한미 FTA를 통과시키신 국회의원님들과 한미안보의 공고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대통령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더라.(웃음) 물론 역설적인 표현이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가치판단을 배제하여) 몰가치적으로 (의견표명을 존중하는 관점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
"반FTA 판사라서 재판 못맡긴다? 사상검증에 불과"- <조선> 기사를 보니 어느 판사의 말을 인용해 "최은배 판사가 FTA 사건 재판할 수 있겠나"라고 제목을 달았다. 어떻게 생각하나."제가 (FTA)반대를 표명했기 때문에 FTA 반대론자다, 정권과 반대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현안에 대해선 재판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확대해석하는 건 동의 못한다. 가령 FTA 반대 시위를 하고 온 사람을 당신이 재판할 수 있겠느냐고 했는데 이건 집시법 위반이 쟁점이지 FTA 문제가 아니다.
더 나아가 당신의 생각이 드러났으니까 판단하면 안 된다, 이건 사상검증이나 이념몰이다. 때문에 이건 경계해야 하고 그런 생각에 대해선 반대한다. 다만 FTA 자체가 쟁점이 되었을 때, 재판의 근거 법령이 되고 해석에 관한 문제가 되었을 때, 더 나아가 FTA 위헌 문제, 여기에 관해서는 찬반의견이 있을 수 있겠다."
-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서…."우리법연구회와 이번 일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연관 짓지 말아달라."
- 최근 몇 년간 우리법연구회 회원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기자가 보기엔 2009년 촛불 재판 개입 사건 이후에 보수언론 등에서 지속적으로 '색깔론' 공격을 하는 바람에 판사들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정리한 데서 원인이 있다고 보는데."이번에 보수언론이 한 것처럼 그때도 위축효과를 보려고 했다는 게 맞다. 다시 말해 기사화해서 망신줄 테니 다음부터 그러지 마라, 더 극단적으론 재판을 못하게 하겠다, 그런 의도가 있었다. 다만 이번에 제 의견표명은 우리법연구회와는 관련이 없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
"거취 표명? 원래 내 일은 재판, 묵묵히 그대로 갈 것"- 대법원 윤리위에 회부된 사실은 알고 있나."보도가 나와서 (열린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 윤리위 결과에 따라 거취 문제를 고민할 수도 있나."이대로 담담하게 그대로 갈 거다. 다른 생각은 없다. 계속 인터넷에서 뭐라고 하는 바람에… 지금 좀 정신이 없지만 원래 제가 하는 일은 재판이다. 이번주 재판 준비도 할 게 많다. 우선 그걸 먼저 해야 한다."
최 판사는 SNS에서의 의견표명으로 보수언론의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SNS에 넘쳐난다. 최 판사는 누리꾼들의 관심에 관계없이 판사로서 본분을 지키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는 27일 트위터 팔로어들에게 "일일이 답글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연대가 무엇인지 새삼스레 느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어느새 연대를 떠올리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터넷을 보니 <조선>이 '정치편향 부장판사 논란 2탄'을 내보냈다. 이번엔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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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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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판사는 입 다물라?...침묵이 비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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