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시골의 시외버스에선 사람냄새가 난다. 도시의 버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김민수
전북 김제터미널에서 금산사 가는 시외버스에 올라탔다. 그냥 시외버스가 아니라 정말 시골을 달리는 그런 시외버스를 얼마 만에 타보는 것인지 감회가 새롭다.
서울시내의 버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시외버스에서는 사람냄새가 난다는 점이다. 드문드문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 안부를 주고받고, 낯선이에게도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목적지를 이야기하자, 낯선이는 알 수도 없는 곳에서 내린다며 잘 다녀가란다.
서울시내의 버스에서는 어지간해서 아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고, 저마다 자기 일에 열중을 하느라 다른 이에게 관심이 없다. 그런데 시외버스에서는 한 가족인냥 속속들이 가정사까지 꿰고 있는 듯,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조금은 못생긴 사람들, 순박한 사람들, 그저 자기가 살아가는 곳에서 할수 있는대로 열심히 살았던 그들이건만 이제 또 한미FTA라는 괴물의 횡포가 그들의 삶을 유린할 것이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여?"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게 고향을 지키고 살아가는 땅의 사람들에게 십자가를 강요하는 현실이 스산한 겨울날씨와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