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생 1년 농가는 경계태세, 행정력은 부족

[구제역 1주년 -①] 충남도내 구제역 대책을 묻는다

등록 2011.12.01 16:48수정 2011.12.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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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농가들을 비롯한 전국 축산농가들이 구제역과의 사투를 벌인 지 지난 11월 29일로 1년을 맞았다. 작년 11월 29일 안동에서 시작되어 충남에는 올해 1월 2일 천안시 수신면에 모습을 드러낸 구제역은 이후 보령, 홍성, 당진 등으로 뻗어나갔고, 충남에서만 총 403곳의 매몰지에 가축 46만 마리를 매몰했다.

구제역은 충남을 비롯한 전국으로 치고 나갔고 11개 시·도 75개 군 6241개 축산농가를 비탄에 빠뜨렸다. 소 15만 마리와 돼지 331만 마리 등 가축 348만 마리가 영문도 모른 채 차가운 땅에 묻혀야 했다. 한반도는 더 이상 구제역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살처분한 가축을 묻기 위해 전국 4700여 곳에 달하는 매몰지가 생겨났고 침출수, 악취 등의 문제로 주민들은 물 한 모금 먹는 것도 불안해야 했다. 장마철에 일부 매몰지가 붕괴하거나 침출수가 유출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대가를 치른 구제역 사태를 전국민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고, 농가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재 구제역 매몰지 현장은 어떻게 돼 있을까

대전충남녹색연합은 현재 구제역 매몰지 관리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1월 4일(금)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하필 그날은 포항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어 전국의 농가들을 구제역 공포에 떨게 했던 날이었다. 따뜻한 날씨였지만 동행한 보령시 공무원과 농장주의 표정은 지난해 구제역이 창궐한 그날처럼 차갑게 굳어있었다.

이날 조사는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2만5069두 매몰), 천북면 하만리(1530두), 학성리(650두) 세 곳을 기초조사 했고, 보령시 농정과 공무원과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보령신문 기자가 동행했다. 보령지역은 매몰두수 2만두 이상인 대형매몰지가 3곳 이상이며 천북면은 축산단지가 크게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그중 천북면 일대는 인구 2000명에 사육 두수가 10만인 지역으로 악취나 지하수 오염에 대한 민원이 자주 있어왔다. 농장주들은 구제역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공포에 외부출입을 극도로 꺼려하고 있었다. 대부분 매몰지가 농가 안에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 허락을 안하면 진입자체가 힘들었다.

보령 장은리 매몰지  예방적 살처분으로 돼지 2만 5천두가 묻혀있다. 근처에 홍성호가 보인다.
보령 장은리 매몰지 예방적 살처분으로 돼지 2만 5천두가 묻혀있다. 근처에 홍성호가 보인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예방적 살처분으로 돼지 2만5000두가 묻힌 곳이다. 거대한 양의 가축을 묻을 곳을 찾기 어려워 국유지에 매몰지를 만들었다. 매몰 당시 주민반발이 심해 경찰까지 동원되기도 했다. 현재는 매몰지 이설작업을 거친 뒤 액비화 과정에 있다. 매몰지 측면이 경사져 있고 불과 2km 정도 밖에 안되는 곳에 홍성호가 있다. 멀리 민가도 한 채 보인다.


현장을 함께 둘러본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매몰지가 하천부지와 인접하고, 경사면인데다 토질도 자갈이라 비가 많이 오게 되면 지속적으로 땅이 유실돼 매몰지가 유실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설 이후 관측정이나 유공관 시설이 없어 혹시나 발생하게 될 침출수 위험에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령시 관계자는 "5월경에 침출수를 이미 다 뽑아냈고, 7월에 원래 묻었던 것을 다시 이설했기 때문에 침출수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천북면 학성리 매몰지를 찾았다. 돼지 650두가 묻혔고 발병 후 살처분한 매몰지다. 농장주도 차를 농장 밖에 세우고 들어갈 정도로 외부출입에 대해 민감한 상황이었다. 매몰지에 들어서자 가스배출관이 불안정하게 세워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유공관 2개도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하단부 가축사체가 묻힌 곳과 닿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보령 천북면 학성리 매몰지 가스배출관과 유공관이 불안정하게 기울어져 있다.
보령 천북면 학성리 매몰지가스배출관과 유공관이 불안정하게 기울어져 있다.대전충남녹색연합

학성리 농장주 A씨는 "여름내내 악취에 시달렸다."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구제역 발발 당시 관련 피해농가와 보령시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는 마련됐는지 묻는 양흥모 사무처장의 질문에 "우리끼리 모이면 이야기했지, 따로 마련된 자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보상에 대해서도 "묻은 사람만 바보가 됐다"며 "보상은 돼지값을 물어준 정도일 뿐이다. 신고하지 않고 묻지 않은 사람은 키워 출하했고, 돼지값 급등으로 혜택을 봤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보상지침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농장주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상에 대해서도 "보상은 현재 50%정도 선지급 되었고, 5월부터 보상관련지침이 자주 수정돼 보상절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상수도는 제작년에 국비 90억 원을 들여 들어오긴 했지만, 마을 지선연결은 지자체 구제역 관련 예산으로 진행됐고 그나마 환경부가 당초 매몰지 중심으로 반경 3km이내에 설치하기로 했던 것을 500m 이내에 설치하기로 변경, 축소하면서 주민들 집까지 상수도를 끌어오는 것은 개인이 부담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만리 농장은 이설해 액비화하는 과정이어서 가스배출관이 없었다. 보령시 관계자는 "액비화하는 과정이고 이설할 때 고형화된 상태로 비료와 혼합되어 묻어 침출수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스배출은 비닐을 덮는 방법으로 마무리해 문제가 없다, 관련 검사결과를 토대로 이설했고 내년초면 다 썩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양흥모 사무처장은 "매몰지 지하수와 토양오염, 침출수 유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에도 지자체가 임의로 판단해 관측정 수를 축소하거나 액비화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홍하일 위원장은 자치단체가 구제역 방지대책으로 의지하고 있는 백신접종에 대해 "백신을 접종했다고 해서 항체가 다 생기지 않고, 생겨도 질병예방의 수준이 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구제역에 대한 축산농가와 국민들의 불안은 단시간내에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보령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보령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구제역 #매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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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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