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후배 2명과 대학 졸업 13년차인 선배가 만나 지난 여름 <60일간의 계절학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노동세상
요즘 대학생들은 배움을 놓는 방학(放學)에 영어학원과 도서관에서 열심히 '취업공부'를 하느라 바쁘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스물네 살 요즘 대학생, 박세희, 김혜인씨는 지난 여름방학 동안 취업공부 대신 인생공부를 했다. 그들 곁엔 후배들만큼 인생 고민 많은 대학 졸업 13년 차인 서른여덟의 옛날 학생, 목지수씨가 함께 했다.
이들 스스로 정한 프로젝트명은 '60일간의 계절학기'. 대학에선 구멍 난 학점을 메우는 걸로 통용되고 있는 계절학기에 이들은 무엇을 채웠을까. 지난 11월 19일 부산역에서 박세희씨를 만나, 이들의 뜨거웠던 2011년 여름방학을 살짝 들췄다. 김혜인씨, 목지수씨하고는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연한 만남이었다. 부산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인 혜인씨가 전공수업에서 '선배를 취재해 인터뷰기사 써오기' 숙제를 받았다. 교수는 광고업계에서 일하다가 당시 <아름다운 가게>에서 활동하던 목씨를 추천했다. 인터뷰날 혜인씨의 동기인 세희씨도 따라갔다. 인터뷰를 하면서 취업을 앞둔 두 후배는 평소 해오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뭐 해먹고 살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돈 많이 버는 일을 해야 하나" 엉킨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선배 지수씨는 답 대신 "너희는 꿈이 직업이라고 생각해?"라고 되물었다. "한총련 출범식에 가기 위해" 대학에 갔지만 광고공모전만 준비하면서 대학시절을 보냈던 지수씨는 그랬단다. 자신의 꿈은 취업이었다고. 그래서 꿈이었던 광고대행사에 들어갔을 때 그는 꿈을 다 이룬 셈이었다. 꿈을 이룬 이후 다른 것은 다 시시해보였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가족과의 일상도. 휴일이고 설명절이고 따로 없이 회사에 나가 일을 했다. 그렇게 1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득문득 어려움이 닥칠 때 스스로 해답을 찾기보다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하던 방식을 따르는 자신을 볼 때 지수씨는 자신의 대학시절을 후회했다. '만약 다시 대학생활로 돌아간다면 인문사회과학책도 읽고 여러 활동들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철학을 세울 텐데...'라고. 이런 얘기를 전하면서 그는 후배들에게 평소 고민해왔던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 질문들에 함께 답을 찾는 60일을 보내면 어떨까?" 두 후배는 "와! 재미있겠다, 좋아요"라며 박수를 쳤다.
커리큘럼도 함께 의논했다. 인생로드맵 만들기, 맑은 정신으로 아침일기 쓰기, 인생의 선배들 만나서 인터뷰하기, 낯선 장소에 가보기, 책 읽고 서로 얘기하기 등. 그 결과물들은 고스란히 '60일간의 계절학기 블로그'(
http://hello60days.com)에 담았다. 지수씨가 지인들을 꼬드겨 자신의 대학시절을 돌아보는 칼럼을 쓰게 한 '청춘이 청춘에게'라는 코너도 만들었다.
두 후배에겐 도전의 연속이었다. 생전 쳐다보지도 않던 법원도 떨리는 맘으로 가보고, 새벽시장도 들렸다. 종교가 없는 세희씨는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기도 했다. 기업홍보팀과 여행기자를 장래희망으로 삼고 있는 세희씨와 혜인씨를 위해 지수씨가 수소문해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분과 여행기자들과의 만남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성장통 앓으며 한 뼘 자란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