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본 홍콩
조영미
우리 속담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했던가, 해외여행도 다녀본 사람이 더 알차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정신줄 놓자마자 길을 잃고, 좀 더 아껴보겠다고 버티다가 더 많은 돈을 쓰게 되었다.
신혼여행으로 필리핀 보라카이를 다녀온 후 9년 만에 해외여행을 갔다. 신혼여행 때, 결혼하면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 가자, 둘이서 열심히 다녀보자 약속에 약속을 거듭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계획은 계획일 뿐이었다. 막상 홍콩행 비행기 티켓을 지르고 나니, 마음가짐은 자연스럽게 여행모드로 변해갔다.
'까짓 것 가는 거야! 아이들, 어쩌겠어. 엄마한테 좀 미안하지만 맡겨야지.' 여행은 단 일주일 만에 결정됐고, 장소도 비행기 티켓을 고르는 순간에 결정했다. 얼굴 맞대고 여행 계획을 짤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만 현실은 메신저로 의견을 묻는 정도였다. 영업직인 남편은 퇴근이 늦는 편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얼굴을 볼 수 있겠지만 난 기다릴 수가 없었다. 내일 출근해야 하므로…. 평소처럼 메신저로 결정할 수밖에….
남편: "자갸, 자리에 있어?"나 : "응, 말해!"남편: "숙소 어떻게 하지?"나 : "홍콩에 우리 잘 방 없겠어?"남편: "호텔 잡아야하지 않을까?"나 : "호텔은 무슨, 돈이 얼마인데… 거기 도시잖아, 모텔 같은 거 없을까? 서울엔 모텔 많잖아."남편: "그럼, 거기 가서 숙소 잡자."나 : "응, 수고"호텔은 왠지 비쌀 것 같았다. '하룻밤 자는데 10만 원 넘는 것 아냐? 넘 비싸. 모텔이 좀 더 싸지 않을까, 거기도 사람 곳이니 싸게 해달라고 하면 좀 더 싸게 잘 수 있지 않을까' 등등 머릿속은 '아줌마 마인드'에서 나온 생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여 숙소는 현지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단순하기 그지없는, 용감무쌍 그 자체였다. 여행을 다녀봤어야, 호텔비가 얼마인지 알지. 거기가 그럴 줄 알았나? 여행 일정도 홍콩여행 중 가고 싶은 곳으로 잡기로 했다. 물론 숙소를 정하지 않았으니 배낭여행으로…. 20대 청춘도 아니고 이건 환장할 정도로 아찔한 계획이었다.
정신줄 놓고 놀다 정신 차려보니... '노숙하게 생겼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