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과 관련, "4년 반을 끌어오던 한미FTA을 무난히 처리하고 난 뒤 최근 디도스 공격 사건이라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야당은 의혹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지만 우리는 수사당국의 요청이 있을 시에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떤 내용이라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남소연
한나라당은 그간 너무 오만했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안중에도 없었고, 부자 곳간 불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면서 역사를 되돌리려 했다. 법과 제도를 '가진 자의 소유물'로 만들려는 노골적인 시도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명박 정권하의 4년 남짓 동안 한나라당의 모습은 국민의 상식에 멀리 벗어나 있었다. 한나라당은 그런 행위들로 '영원한 주인공'을 꿈꿨을지 모르겠지만, 역사의 물줄기를 거스른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할 계산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듯하다. 난파 직전에 놓인 한나라당은 배를 갈아타자며 새로운 선원을 구해보자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큰 오만이다. 사익을 위해 국가기관을 멈춰 세운 '국가 전복의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은 고사하고, 변명만 급급한 한나라당. 자기 썩은 살 한점 도려내는 것은 주저하면서, 무슨 쇄신을 말하고 인재 영입으로 재창당을 운운하는 것일까. 만약 이같은 일이 야당이나 눈엣가시 같은 시민단체에 의해 벌어졌다면, 한나라당은 지금과 같이 팔짱만 끼고 경찰 조사만 지켜보자고 할 수 있을까.
책임지는 자세가 먼저, 쇄신은 그 다음이다쇄신? 미안하지만 그건 당신들의 몫이 아니다. '쇄신의 대상'이 돼야 할 사람들이 쇄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지르는 볼썽사나운 절규에 지나지 않는다. 재창당? 낡은 집 버리고 새집을 짓는다고 사람이 달라질 수 있을까. 디도스공격과 관련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석고대죄해도 모자라다. 쇄신이네, 창당이네 하며 목소리만 높이기 전에 올바른 진상규명과 통렬한 반성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국민들은 경찰 수사를 지켜볼 것이고, 특검이면 특검, 국정조사면 국정조사를 지켜볼 것이다. 형식보다 내용을 지켜볼 것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사 결과, 그리고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것이 이뤄진 후에 쇄신을 말하고, 재창당을 논해야 최소한의 설득력이 생기지 않겠는가.
운동화로 갈아 신고, 현판을 떼 천막당사로 달려간 들 국민이 또 믿어주겠는가? 죽어야 살 수 있는 한나라당이 무엇을 죽이고, 무엇을 살릴지는 스스로의 선택하겠지만,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다. 한나라당은 이것만이라도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