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영어 교육 욕망, 그 끝은 어디일까

[서울 영어교육 정책토론회 참관기①] 우리 시대 욕망의 삐딱선

등록 2011.12.14 16:54수정 2011.12.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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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서울 영어교육 정책토론회-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서울영어교육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다. 얼마 전 서울 원어민 교사 '해고'니 '퇴출'이니 하며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정책(관련 기사 "원어민 교사되기 참 쉬워요~잉!")의 근간이었던 연구에 대한 발제도 있어서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정책 연구를 담당했던 이병민 서울대 교수가 "서울영어공교육강화정책 성과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영어교육 담당인력의 효율적 배치방안을 중심으로" 내용을 발제했다.

연구의 주된 목적은 첫째, 원어민 보조교사와 영어회화 전문강사와 같은 영어교육 전문 인력의 활용과 효과성을 분석하는 것. 둘째, 영어교사 역량강화를 위한 연수 실태와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TEE) 교사 인증제 현황을 분석하는 것. 셋째, 이 결과들을 토대로 영어교육 강화를 위한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첫 번째, 즉 원어민 관련 예산이었다. 설문 결과 교사와 학생들은 원어민 교사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반면, 학부모들은 원어민 교사에 대해 긍정적이었는데, 이는 학부모들이 원어민 교사가 학교 수업을 어떻게 담당하고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잘 모르기 때문(잘 모른다 52.5%, 잘 알고 있다 12.8%)이라고 했다.

원어민 교사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도움을 주지만 지출 비용을 고려할 때 유일한 대안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며, 잘 훈련되고 영어 능력이 우수한 한국인 영어교사들이 가르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서울 영어교육 정책 토론회 모습 평일 낮에 이루어졌음에도 학부모들의 참여율이 매우 낮았다. 학부모 홍보가 제대로 안된 탓도 있겠지만 영어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마음이 이미 떠났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엄마표 영어 교육은 우리 아이에게 제대로된 영어 교육을 가장 편안한 심리적 환경에서 제공해주겠다는 욕망의 발로 아니겠는가?
서울 영어교육 정책 토론회 모습평일 낮에 이루어졌음에도 학부모들의 참여율이 매우 낮았다. 학부모 홍보가 제대로 안된 탓도 있겠지만 영어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마음이 이미 떠났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엄마표 영어 교육은 우리 아이에게 제대로된 영어 교육을 가장 편안한 심리적 환경에서 제공해주겠다는 욕망의 발로 아니겠는가?한희정

이어 김정렬 한국교원대 교수가 "공교육의 역할 제고를 위한 초등영어교육 발전방향"에 대해 토론자로 발제를 했다. 원어민 교사를 대체할 수 있는 단계적 방안을 제시하고 영어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 특활/재량시간을 활용하거나 특성화 교육을 통해서 다른 교과와 접목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조기 외국어 교육이 세계적인 현상이며,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룩셈부르크의 예를 들면서 중국어 조기 교육도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학교부터 영어와 동양어 하나 정도는 초등학교부터 배우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지현 이화여대 교수는 "목표·학습·평가의 일치를 통한 전략적 영어교육"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겨우 알파벳만 익히고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좋은 선생님 두 분을 만나 영어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개인적인 경험담으로 시작했다.


토론문을 통해 서울시의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SMILE Project, 2008~2012)가 매우 시기적절한 노력이나 정책이 현장에 잘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전략적 영어교육이 필요한데, 일단 성취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제 의사소통을 연습하는 과정으로서의 영어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며, 학교 수업과 평가, 학교에서의 평가와 국가 수준의 평가가 서로 연계되어야 한다고 했다.

진경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본부장은 "미래 영어교육의 변화에 대응할 교육정책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영어교육에 대한 종합인식 분석 연구(2009)"를 인용하여 국민의 82.5%가 영어교육을 질을 높이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63.9%가 다양한 영어교육강화 방안이 저소득층과 낙후지역 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지만,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영어공교육 정책 성과분석 및 발전 방안 연구(2010)"을 인용해서, 학생들의 경우 영어전용체험교실, EBS 영어교육방송, TALK 프로그램, 원어민 화상강의는 만족도가 높았으나 수준별 수업은 경험자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부모의 경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초등영어시수확대, TEE 인증제, 영어교사 심화연수, 영어회화전문강사, 원어민 보조교사, TALK 프로그램에 높은 기대수준을 갖고 있으며, 영어교사의 경우 영어교사심화연수, 원어민 보조교사, TALK, 방학중 영어캠프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높았으나 TEE 인증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으며, 전무가의 경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도입, TEE 인증제, TALK, 회화수업, 방학중 영어캠프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 결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의 영어성취도는 원어민교사가 있는 학교, 영어회화전문강사가 있는 학교에서 높은 성취율을 보였으며, 영어멀티미디어 시설이 있는 학교, 방학중 집중영어캠프를 운영하는 학교, 영어 선택과목이 많은 학교, 교사 연수에 참여한 교사가 많은 학교, 교사의 최종학력이 '박사과정수료'이상의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영어 구사능력이 높게 나타났으니 영어교사들의 학위 과정 취득을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홍경희 서울서빙고초 교감(서울초등영어교과연구회 부회장)은 "다문화사회에 대비한 미래지향적 초등영어교육"에 대해 발제하면서 시수 확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도입, 검정교과서 제도, 초등 임용 시험에서 영어 면접 및 영어 수업 실연 포함, 영어심화연수 확대, TEE 인증제 시행, 영어회화전문강사 도입, 교육방송 활용 교육 강화, 영어교과연구회 활성화 등 현 정부의 영어공교육강화 정책을 나열하면서 현장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피력하였다.

영어 교육의 격차 해소를 위한 단기 영어 캠프 운영, 자유 수강권 지원, 영어 부진 전담 강사 지원, 돌봄 교실 운영 등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2011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들어서 다양한 변인이 있지만, 학교장의 리더쉽과 교사의 노력, 학교 시설, 학생 스스로의 학습 의욕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자룡 서울국제고 교사(전국영어교사모임)는 "중등 영어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전제와 학교 영어교육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에서 지금까지 다양한 영어교육 관련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따라 만들어진 정책들이었으며, 특히 국가 영어 교육의 근간이 되는 여러 정책들이 정밀한 기초 연구 조사가 아니라 '설문 조사' 결과에 근거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예를 들어 근래 임용되는 영어교사들은 영어 실력이 뛰어나며 누구든 TEE로 영어수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학교 현실이나 여건이 TEE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읽기 중심, 문제 풀이 중심으로 가게 하고 있는데 이런 현실이나 여건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영어 교사에게 평가권을 이양해야 함에도 수행평가, 서술평가 문항 비율까지 정해서 내려주면서 의사소통기능 향상, 실용 영어를 위한 수업을 하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내용이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고등학교의 영어수업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결국 국영평 문제풀이로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서 청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박재원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은 좋은 교사를 만나지 못해서 지금까지도 영어를 싫어한다는 경험과 가장 적은 돈으로 자녀의 영어능력을 키워주었다는 사례를 예로 들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일단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낭비가 심각한데 이는 정교하지 못한 정책과 영어 습득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고 했다. 즉, 영어를 잘하는 교사가 아니라 영어를 잘 가르치는 교사, 잘 가르치기 위해 학생들의 영어 습들을 촉진시킬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는 것과 시험 준비에 매몰된 영어 공부(평가를 위한 배움은 사라진다)가 아닌 배움의 즐거움이 필요하다는 것, 경쟁 중심의 수준별 학습은 아이들을 주눅 게 하기 때문에 학생 중심의 협동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통 영어와 사이비 영어를 구분하지 말고 글로비쉬, 콩글리쉬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맞춤형 학습이 필요한데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그룹에 맞게 프로그램을 설계해 줄 수 있는 교사들이 필요한데 ' 어 공부방' 같은 프로그램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채송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학부모 대표는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영어교육 사례와 제안"을 통해서 자녀의 영어 교과서를 살펴보고 학교 영어에 더 이상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엄마표 영어 학습을 시작해서 이제 아이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표 영어'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영어 학습지를 초기에는 재미있게 했지만 갈수록 비용이 올라가고, 아이도 흥미를 잃어서 영어 비디오를 보고 오디오북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학교 영어 수업에 대해서는 아이를 통해 원어민의 효과가 그닥 높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고, 학교 교육을 통해 엄마표영어 방식을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습자의 흥미나 동기를 유지하면서 의미있는 언어습득 과정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하며, 학부모의 인식 변화까지 요구되는데 이런 변화가 구체적으로 전개된다면 공교육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채 엄마표를 포함한 사교육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영어학습 방식에서 보다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녀의 영어 교육 문제처럼 욕망이 점철된 문제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참관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이런 불편한 심정은 나뿐 아니었던 모양이다. 주제 발제와 토론자들의 발제 이후에 벌어진 종합토론 시간에 터져 나온 이들의 불만과 성토는 잠재우기 어려울 정도였다.

덧붙이는 글 | 초등학교에서 영어회화 전담교사로 근무하면서 느끼는 문제점들을 기사로 쓰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 이어서 청중들의 발언을 모아 기사를 쓸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초등학교에서 영어회화 전담교사로 근무하면서 느끼는 문제점들을 기사로 쓰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 이어서 청중들의 발언을 모아 기사를 쓸 예정입니다.
#서울영어교육 #초등영어 #실용영어 #원어민 해고 #원어민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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