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와 지지자, 인권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의원회관 로비에서 학생인권조례 원안가결과 정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권을 주장하며 이틀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지난 3월 31일 제가 다니는 대학에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해 비상학생총회가 열렸습니다. 1500여 명이 참가해 총회가 진행 중이었는데, 청소년과 인권 운동 활동가들이 총회가 열리는 중앙광장 곳곳을 누비며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서명을 받더군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대학 총회 현장까지 누비며 서명을 받는 열정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정적으로 활동해 주민발의를 성사시킨 청소년 활동가들이 지난 16일 저녁에 울음을 터뜨리는 광경도 봤습니다. 같은 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다수의 서울시의원과 교육위원들이 터무니없는 논리로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아이 못 낳는다" "때려야 가르친다"... 어처구니 없습니다저도 인권활동가들과 성소수자들의 농성 현장에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논의하는 내용을 들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한나라당 정문진 의원은 "동성애를 인정해준다면 에이즈에 걸려 아이 출산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동성애는 전염병이 아니라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이라는 상식,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 아니라는 상식조차 모르는 발언입니다.
이외에도 민주당 곽재웅 서울시의원은 "부모는 때려서 자녀를 지도할 수도 있다. 두발과 복장 규제를 할 수 없으면 교사가 지도를 못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 의원들은 기본 인권 의식조차 갖추지 못한 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비상식적인 말을 내뱉고 있습니다. 왜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의 효력은 교문 앞에서 멈춰야 하는 건가요?
한편으로 저는 곤혹스럽기도 했습니다.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발목을 잡은 이들 중에 제 아버지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아버지인 민주당 소속 김상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따른 추가 예산 문제 등을 문제삼고, 더 나아가 원안 그대로 통과할 수 없고 문제 있는 부분을 많이 수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원안의 상임위 통과를 보류시켰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원안 중에 어떤 부분이 수정돼야 하는지 저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인권 활동가들이 우려하는 대로, 성소수자 차별 금지나 임신 및 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을 삭제해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누더기로 만들 생각이신가요? 이런 식으로 몇몇 조항을 빼버리면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발의한 진정한 의도가 왜곡되고, 학생 인권은 교문 안으로 결코 들어갈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성소수자나 임신한 학생은 계속 차별받아도 좋다고 확인해 주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물론 보수 우파들의 거센 압력, 주변 유력 인사들의 견해, 교육위원장으로서 좌∙우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는 생각 등 김상현 교육위원장에게 가해질 온갖 압력이 있을 것입니다.
민주당, 인권조례 보류... 한나라당과 뭐가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