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형욱씨가 행운권 추첨을 진행하고 있다.
김광선
두 번째로 '음악으로 만나다'에서는 '밴드 옐(Yell, 정진옥, 조윤수, 최도훈, 방석헌, 이명민, 영월공고 선후배)'의 노래가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영월의 소년, 소녀, 아줌마, 아저씨들이 여행자의노래(실용음악방)에서 안형욱(44)씨의 가르침을 받으며 학교 밴드나 축제, 학예회, 기념회, 또는 골방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데, 그중에서 옐은 영월에서 인정받는 수준급 밴드다.
보컬리스트 이명민(20)의 귀여운 미소와 해맑은 목소리, 가끔 흔들어주는 몸짓이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모델처럼 서서 베이스기타를 치는 정진옥(18)은 얼굴도 잘 생기고 키도 커서 여학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드럼과 다른 기타와의 하모니는 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사이좋게 연습을 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이밖에도 최경실씨의 <만남> 열창과 안하영, 박소현(11)의 기타 듀엣 연주가 있었다.
세 번째로 '이야기로 만나다'는 '낭독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한 코너였다. 형욱씨의 기타 연주에 맞추어 숲 해설가 김선옥씨와 여행자의노래도서관 안방마님 신옥미(40)씨가 평소 가슴에 꼭꼭 품고 있던 시를 풀어 놓았다. CD가 아닌 생음악과 낭독자의 우아한 목소리가 만나 시의 울림이 더 컸다. 언제나 진심은 통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 준비하는 과정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은 북콘서트 무대에 서지 않았지만 다 보였다. 특히 일일찻집 형식으로 떡볶이, 김밥, 샌드위치, 주먹밥, 오뎅, 콜팝, 커피와 주스도 팔았으니 음식 준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티켓을 만들고 팔아서 그 돈으로 여행자의노래도서관에 배치할 책을 살 계획이었고 다행히 한 장에 5000원 하는 티켓을 500장 만들어서 영월 사람들의 손에 다 쥐어주었으니 성공이었다.
시장 보고 칼질하고 양념 만들고 그릇을 준비하는 걸 시작으로 해서 당일은 음식을 만들고 포장하고 진열하고 파는 데에 온 힘을 모았다. 막상 공연 날 손님이 몰려오는데 서빙을 할 자원활동가가 부족해서 몇몇의 요리 담당자들이 하루 종일 고생했지만 "주먹밥 맛이 있어요", "샌드위치가 참 신선하고 사과가 씹혀서 좋아요"라는 칭찬에 피로가 가셨다고 했다.
옐 밴드는 "평소에 여행자의노래 공간에 나와서 기타 연습을 했고 노래를 맞추어보았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기타 독주를 맡은 안하영(11)은 "공연 일주일 전부터 학교 끝나면 가방을 던지고 기타를 끌어안고 연주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 우리가 얻은 것북콘서트를 통해 얻은 건, 우리 스스로가 해냈다는 자신감이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관공서나 군청의 지원을 받아서 한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 아빠, 아이들, 이웃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정성과 관심이 이루어낸 것이다.
물론 가장 큰 그림은 여행자의노래도서관 안방마님 옥미씨와 여행자의노래 음악 대부 형욱씨의 피와 땀이 그려낸 것이지만, 묵묵히 파를 다듬고 닭 강정을 튀기던 하람들유치원장 천정림씨와 샌드위치 할 식빵 가장자리를 100장씩이나 자른 선옥씨를 비롯한 자원활동가들의 노고가 없었더라면 가능했을까? '돈을 준다고 해도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훗날 북콘서트가 영월의 이름난 행사로 자리 잡길 바란다. 아이들이 할 일 없어서 피씨방이나 공원에서 어슬렁거리지 않고 여행자의노래 음악방에 와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성적, 공부, 교우관계, 학교문제 등으로 고민은 많지만 음악을 통하면 그래도 버틸 만하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도서관을 피신처로 삼았던 나의 어린 시절처럼 이들에게도 따뜻하고 아늑한 해방구가 이곳 영월의 북콘서트이며 여행자의노래도서관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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