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도 적이 죽었을 때 눈물을 흘렸다고?

[서평] 조병호의 <성경과 고대정치>

등록 2011.12.20 18:32수정 2011.12.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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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호의 <성경과 고대정치>
조병호의 <성경과 고대정치> 통독원
비록 정부가 사실상 조의 표명을 했지만,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조의를 표할지 말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조의 표명에 반대했던 이들은
왜 조문이 중요할까? 그것은 최고 통치권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만, 후일을 위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북한과 경색국면이요, 파국국면이지만 정치란 생물 같아서 어느 한 순간에 물꼬가 트일지 알 수 없다. 분열된 나라가 하나로 합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조서 뿐만 아니라 조문단까지도 파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조병호 박사가 쓴 <성경과 고대정치>는 고대 제국을 다스렸던 왕들이 내린 조서와 명령들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이른바 앗수르 왕, 바벨론 왕, 페르시아 왕, 헬라 왕, 그리고 로마 황제들이 그 조서와 명령을 어떻게 활용해 정치를 펼쳤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그들의 조서와 명령의 근간은 다윗에게 둔다. 성경에서 다윗은 하나님 나라의 통치이념과 근간을 확립한 왕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조병호 박사는 다윗이 하나님 나라의 정치기반을 세울 수 있었던 요인을 5가지로 꼽고 있다. 이른바 사유화하지 않은 권력의 공공성, 제사장 나라라는 권력의 목적성, 범죄 앞에 누구도 예외를 두지 않는 권력의 법치성, 열두 지파의 합의를 이끌어 낸 권력의 변동성, 하나님의 법에 의해 물려준 권력의 계승성 등이 그것이다. 그것들을 기반으로 다윗이 조서와 명령을 잘 활용했다는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권력의 변동성이다. 이른바 다윗이 북쪽의 10지파를 얻기 위해 아브넬의 죽음 앞에 진심 어린 슬픔을 보여준 일이라든지, 아들 압살롬의 쿠데타로 인해 맨발로 도망칠 때 온갖 험담을 일삼던 시므이까지도 포용하는 모습이 권력의 변동성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에 다윗이 환궁할 때 시므이가 반체제 인사 1천 명을 데리고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다윗은 권력의 변동성을 이용해 음지에 숨어 있던 권력들을 한꺼번에 드러나게 해 융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을 대하는 관점도 다윗의 변동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윗은 유언과도 같은 조서를 써 아들 솔로몬에게 권력을 이양한다. 하지만 솔로몬은 법치에 기반을 두기보다 700명의 아내와 300명의 첩을 둔다. 그것이 화근이 돼 나라가 둘로 쪼개지고 만다. 분열왕국이 바로 그것. 북쪽은 여로보암이 남쪽은 르호보암이 통치하게 된다. 그런데 북왕국 이스라엘은 기원전 722년에 앗수르 제국에 의해 멸망되고, 남왕국 유다는 기원전 586년에 바벨론의 침략에 의해 폐허가 된다.

앗수르 제국은 북왕국 이스라엘을 멸망시킬 때 온갖 협박과도 같은 조서를 활용했다. 남유다를 멸망시킨 바벨론 제국도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앗수르 제국의 살만에셀 5세의 뒤를 이은 사르곤 2세는 사마리아 백성 2만7290명을 강제로 이주시켜 살게 하는 혼혈정책을 펼쳤고, 바벨론 제국의 느브갓네살 왕도 고관대작들의 자녀들을 포로로 끌고 가기도 했다. 모두가 정치적인 전술이었다.

성경에 나온 조서 활용... 정치계도 배울 만 하다


놀라운 것은 페르시아 제국의 상황이다.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은 조서를 내려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토록 했다. 조병호 박사는 고레스 왕이 그런 조서를 내렸던 근거로 '지방분권화'를 꼽았다. 유대민족이 지닌 문화와 종교를 인정해 주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경제와 정치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것은 후임통치자인 다리오 왕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16년간 중단된 성전 재건을 완성토록 다음과 같은 조서를 내린다.

"바벨론으로 끌려 온 각국의 사람들을 돌려보내 그들의 종교행위는 민족문화 차원에서 인정해주지만, 대신 그 이상의 정치행위는 철저히 차단하면서 제국의 경제를 활성화시켜야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이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왕의 조서가 포로로 끌려와 바벨론에 살면서 귀환을 꿈꾸는 민족들에게 반포되었습니다." (본문 195쪽)


페르시아의 뒤를 이은 제국은 헬라다. 헬라 제국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마게도냐를 장악한 20살의 알렉산더 대왕은 정복욕으로 인해 32살에 비운을 맞이하고 만다. 그 후 그의 나라는 네 명의 장군이 통치한다. 그중에서도 프톨레미 2세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 업적이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내에 50만 권의 장서를 두는 것이었다. 그 안에 70인 역 성경을 두게 한 것은 실로 위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일을 위해 유대 대제사장 엘르아살에게 조서를 내린 것은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대제사장 엘르아살에게 문안하오. 내 나라에는 바사인들이 세력을 잡고 있을 때 포로로 잡아와 살게 한 유대인들이 많이 있소. 내 선친께서는 유대인들을 특별 대우해주셨고 그 중 일부는 군대에 편입시켰으며 다른 이들보다 봉급을 많이 주었소. … 나는 내 나라에 있는 유대인뿐 아니라 온 세상의 유대인을 위해서 유대의 율법을 헬라어로 번역하여 내 도서관에 보관하고 싶소. 그러므로 그대는 나이가 든 장로들 가운데서 뛰어난 덕을 지닌 자들을 각 지파에서 6명씩 뽑아서 내게 보내주면 좋겠소." (본문 245쪽)

이 밖에도 이 책에는 로마 황제와 총독이 사용한 조서와 명령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유대 하스몬 왕가의 요한 힐카누스와 안티파터 사이의 세력 다툼, 그 틈에 야금야금 유대나라를 집어삼킨 로마의 폼페이우스 장군의 활약, 그리고 헤롯과 손을 맞잡아 유대를 속국으로 통치한 로마의 여러 황제들의 조서와 칙령들도 되짚어 준다.

지금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이 사망한 때다. 이럴 때,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고위 권력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이 이 책을 통해 고대 제국을 다스린 왕과 황제와 총독들이 조서와 명령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것으로 적들까지도 자기편으로 만든 비법들을 깊이 있게 배웠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성경과 고대정치> (조병호 씀 | 통독원 | 2011.11 | 1만3000원)


덧붙이는 글 <성경과 고대정치> (조병호 씀 | 통독원 | 2011.11 | 1만3000원)

통通박사 조병호의 성경과 고대정치 - 고대 제국 왕들의 통치 조서와 명령들

조병호 지음,
통독원(땅에쓰신글씨), 2011


#조서 #조의 #성경과 고대정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지방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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