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부정선거 규탄시위학생, 직장인, 기자 등 다양한 배경의 국내 체류 러시아인들이 한국언론재단 건물 앞에서 3개국어로 쓰여진 피켓을 보이고 있다.
신정철
- 지난 4일 총선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이번 총선에서 불거진 가장 큰 문제는 소규모 도시와 공화국, 심지어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포착된 대규모 투표결과 조작이다. 게다가 선거관리인원들이 (여당지지세력으로부터) 지침서를 전달받은 후 투표집계 결과가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또 통합러시아당의 승리는 여당이 민심을 잃었다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 승리로 인하여 메드베데프 정부는 오만에 사로잡혔다.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위한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거나 총선결과를 재검토하거나 혹은 러시아중앙선거위원회 위원장인 추로프 경질을 보류하고 정부는 이번 선거가 매우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공표했다."
- 푸틴과 메드베데프 정권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초선 대통령으로서 푸틴은 조국을 위해 대단한 성과를 이룩했다. 그리고 이는 전임대통령이었던 옐친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더욱 빛이 났다. 연방 내 분리주의 세력을 잠재우는가 하면 옐친의 비호아래 있었던 부패세력을 척결하는 데도 기여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민중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수긍할만한 정도의 제한이었다. 곧이어 푸틴정권은 권력의 집중화를 추진하였는데 대통령의 개입 없이는 그 어떠한 정책입안과 집행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지사를 위임하는 권한은 유권자가 아닌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러시아는 사실상 봉건제도에 틀어박혀 있는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이 왕을, 자신의 권역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주지사들이 영주를 대신한다고 보면 된다. 단, 왕에게 수입의 일부를 바쳐야 하며 그를 절대적으로 받들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중앙정부는 지방의 자본을 흡수하고 주지사들을 내치지 않는 것이다."
- 통합러시아당 출신의 두 대통령이 권좌에 오른 동안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개인적인 삶에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 내 나이는 19살이었고 학부생활이 한창인 때였다. 그가 국정을 한창 운영하던 때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혼인하여 러시아를 떠났다. 물론 친인척들의 삶은 경제적으로 한층 나아졌지만 국가의 여러 주요지표들이나 사회현상들이 위험한 침체의 징후를 보였다. 특히 자연과학 분야와 의학분야에의 투자위축을 예로 들 수 있다. 열 배로 폭등한 유가와 그 외 여러 천연자원들의 가격 상승을 고려할 때 러시아의 전반적인 삶의 질 상승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와 동시에 러시아 정부는 권력독점의 영상을 띠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유수 이동통신사 '비라인'의 대표 드미트리 지민니의 발언에 잘 나타나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해외로 빠져나간 러시아의 젊은 두뇌들을 되찾아 오기 위한 취지로 '디나스티야'라는 재단을 설립하였다. 재단은 젊은 학도들에게 거액의 지원금을 쥐어줬지만 러시아 국내에 상당기간 체류할 것을 요구조건 중 하나로 들었다. 나도 대학원 과정을 지원받았다.
그러던 2004년, 자신의 재단을 통해 학생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지민니는 "계속해서 이 과업을 진행할 것이지만 더 이상 당신들을 러시아에 붙잡아 둘 윤리적 소명의식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물론 호도르코프스키 유코스 사장에 대한 정권의 탄압과 전반적인 권위주의적 사회풍토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