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받는 졸업장졸업하는 학생이 부모님께 졸업장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윤성근
학교는 학생이 지금까지 활동한 것을 세밀하게 살핀 다음, 졸업할 자격이 있는지 판단한다. 이것은 시험을 통해 나오는 수치적인 결과가 아니다. 수행평가라든지, 그 어떤 서류상의 평가 작업이 없다. 오로지 학생과 교사간의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나오는 진심어린 마음이 졸업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학생에게 졸업장을 주는 것은 한 학생이 교과목을 이수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졸업장은 자기 스스로에게도 줄 필요가 있다. 내가 학교를 졸업할 준비가 되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주체가 되는 것은 바로 학생 자신이다. 그 누구도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는 것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을 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학교는 학생이 자기 스스로 무엇이든 판단할 수 있는 주체성을 가장 중심에 두고 교육한다. 물론 자유에 근거한 판단에 대해서는 책임 역시 중요한 문제다. 씨앗학교가 중심에 두고 있는 교육방향은 바로 이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받는 졸업장은 학교 교육이 단순히 학생과 교사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 그것으로 교육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학교로 넘어갔다고 믿는다. 이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한 사람을 자라게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학교가 아니라 가정이고 교사가 아니라 부모다. 학교에 아무리 뛰어난 교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낳고 기른 부모와 비교 할 수 없다. 아이들은 청소년 시기에 여러 환경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기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큰 영향은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바로 가정에서 부모를 통해 사람됨이 다져지는 것이다.
교육은 예술이다교육은 교사와 학생, 부모가 함께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하는 과정이다. 교육은 한 사람을 어떤 특정한 수준에 이르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학교는 그 수준을 정하고 사람을 평가하는 장소가 아니며, 교사는 가르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학교(學校)'는 한자 뜻풀이 그대로 배우고 가르치는 곳인데, 이것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부모에게 모두 해당하는 말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가르치는 일을 통해 오히려 교사가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이 일어나야 한다. 학생은 오로지 배우는 사람만이 아니라는 주체적인 생각을 키워야 한다. 부모는 학교와 더불어 배우고 가르치며 또한 이 모든 교육 활동과 함께 성장하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
나는 교육이라는 것이 노래를 하듯, 그림을 그리듯, 춤을 추듯 예술이라고 믿는다. 예술은 똑같은 것을 하더라도 늘 틀린 결과가 나온다. 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하지만 악기를 다루는 사람마다 모두 느낌이 틀리다. 같은 사람이라도 똑같은 연주를 할 수 없다. 하물며 한 사람을 교육하는 것이 어찌 매번 같을 수 있을까? 교사는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학생을 대하고 그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지 미리 알 수 없다. 다만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온 힘과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위대한 작품인 한 인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씨앗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은 영어단어나 수학공식을 외우기 전에 이런 가치를 공부한다. 그리고 앞으로 발을 내딛을 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배운다. 복잡하고 소음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결국 진심어린 마음을 갖고 다가가면, 이것이 그 어떤 깜냥보다 앞서는 것이라는 걸 몸과 마음으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