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에 '돈봉투'까지... 차떼기 넘어서나

처벌 대상 전국 확대 가능성도...'친이계' 집중 타격 예상

등록 2012.01.05 21:43수정 2012.01.0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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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연합뉴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폭로한 '돈봉투 전당대회'의 파문은 한나라당에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사건과 합쳐져 2003년 차떼기 사건을 넘어서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이계가 입는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폭로는 그동안 풍문으로만 돌던, 불법정치자금 감시의 사각지대였던 당 내 경선의 불법 행태의 일각을 드러냈다. 당직 선거가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를 바로잡을 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고 의원에게 300만 원을 전달한 주체는 안상수·박희태 전 대표 두 사람으로 좁혀진 상태지만, 두 사람 모두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박 전 대표(국회의장)측은 "박희태 대표 당선 당시의 전당대회는 치열한 경쟁 없이 추대하는 분위기여서 돈봉투 같은 것을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의혹을 일축했고, 안 전 대표측은 "대표 당선 뒤 고 의원을 국제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관계가 좋았다. 고 의원이 '돈을 돌려준 뒤 싸늘하게 여겼다'고 한 것과는 다르지 않느냐"고 부인하고 있다.

금품 준 자 뿐 아니라 받은 자도 처벌 → 처벌 대상 전국적일 가능성도

검찰이 얼마나 수사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최대 3가지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  주로 정당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정당법 50조 '당 대표 경선 매수 및 이해유도' 조항 위반이다. 이 법은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자 뿐 아니라 제공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이를 지시·권유·요구·알선한 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돈봉투 살포의 규모와 액수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국의 한나라당 대의원이 참여하는 전당대회에서 고 의원에게만 돈봉투를  내밀었을 리는 없다. 금품을 받은 자까지 처벌하도록 한 조항 때문에 이번 사건 연루자는 국회의원들 뿐 아니라 전국의 당원협의회 관계자로까지 넓어질 수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사건은 정당법 뿐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품이 당 대표 후보자의 선거구민 혹은 선거구에 직장·혈연·학연 등의 연고가 있는 이에게 전달된 경우가 확인되면 공직선거법 113조 '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제한' 위반이다.

또 당 대표 후보자가 대의원 매수에 동원한 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인 것으로 밝혀진다면 또 다른 후폭풍을 예고한다. 만약 기업이 불법정치자금에 관련돼 있다면 정경유착의 또 다른 형태를 드러내는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디도스만해도 차떼기급인데, 돈봉투까지"...박근혜 비대위 신속한 결정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번 사건이 터진 직후 "디도스사건만 해도 국기문란으로 차떼기사건에 버금가는데, 이번 사건까지 터져 그 후폭풍을 가늠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나라당의 당 내 민주주의가 그 뿌리까지 금권에 절어있다는 게 드러나면, 디도스 사건 후폭풍과 합쳐져 지난 2003년 말의 한나라당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을 능가하는 초특급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불과 석 달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물론, 12월 대선에도 악재로 이어진다.

박근혜 비대위가 즉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대응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대표를 지냈던 지난 2006년 4월부터 터진 공천헌금 사건 때의 대처와 비슷하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덕룡·박성범·고조흥 의원이 구청장 등에 대한 공천 대가로 각각 수억원씩 받은 것으로 드러난 악재가 터졌을 때, 박근혜 당시 대표는 결단에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검찰수사라는 원칙을 택했다.

검찰 수사 이후의 조치도 예상할 수 있다. 한 친박계 당직자는 "원칙대로 한다는 것 외에 뭐 더할 말이 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원칙대로라면 검찰수사 결과에 의해 기소되는 인사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규에 따라 당원권 정지 조치가 내려지고, 이에 따라 공천을 받을 자격을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에 타격, 손 안 대고 코 푸는 '대규모 현역 물갈이 공천'?

'돈봉투 전당대회' 사건이 총선 승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한나라당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박근혜 비대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이번 사건이 박근혜 비대위에 꼭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이계 후보가 친이계 의원에게 돈봉투를 보냈다'는 고승덕 의원의 폭로 내용으로 봐선 검찰 수사의 초점은 주로 친이계 의원과 당협위원장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고 의원에게 돈을 준 것으로 좁혀진 박희태·안상수 전 대표와 그의 핵심측근들 모두 친이계 핵심들이다.

검찰 수사는 4·11 총선 공천과 관련해 '이명박 정권 실세 및 전직 당 대표 퇴진론'을 내건 김종인·이상돈 등 비대위원들과 이들에 의해 퇴진 대상으로 거론된 친이계 인사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도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친이계는 타격을 받고 후퇴할 수 밖에 없다.

또 검찰 수사로 '돈봉투 관련자'가 대규모로 드러나고 기소되면, 비대위가 제시할 공천 기준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이 '대규모 현역 물갈이 공천'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돈봉투 #대의원 매수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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