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아시멘트공장이 준공된 이래, 인근 주민들은 45년 넘게 분진으로 인한 환경건강 피해를 받고 있다.
진희정
제천은 원래 청풍명월의 고장이었다. 송학산 자락과 평창강 지류가 만나는 아름다운 땅에서 팔십 넘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김종을(85·제천시 송학면 장곡리)씨는 2010년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주민건강역학조사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 중등증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중등증은 중증 아래지만 더 진행되면 매우 위험해지는 단계다.
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라 불리는 이 폐질환은 사망률이 국내에서 7번째, 세계적으로는 4번째로 높다. 또한,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환자들 사이에 암보다 더 무섭다고 알려졌다. 천식과 비슷하게 만성기침과 가래 증상이 나타나지만, 어떤 원인 물질이 쌓여 좁아진 기도가 호흡을 어렵게 만들고 폐기능이 떨어져 끝내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다.
발병원인의 90% 이상이 흡연 때문이라고 알려졌지만 김씨는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 김씨의 아내 역시 짧은 거리를 걷고도 심하게 숨이 가쁘고 호흡 측정기를 제대로 불지 못해 검사가 안 될 정도로 폐기능이 나쁘다. 김씨 말고도 송학면에 사는 40대 이상 주민 70명이 이 폐질환 판정을 받았다. 주민 10명은 폐 섬유화, 즉 폐가 점점 굳어지는 진폐증을 앓고 있다.
"공장 들어 설 때 사람들이 공기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당시엔 뭐 별수 있나. 나라에서 세우라고 하면 세워야지. 농사짓던 고추에 먼지가 잔뜩 묻었어. 농약 친 것보다 심해서 물로 씻어내도 잘 안 떨어진다니까."김씨 말대로 이들의 생활권 내에는 지역 향토기업으로 꼽히는 아세아시멘트공장이 있다. 인접한 영월군에는 현대시멘트, 쌍용시멘트공장이 있다. 공장 인근 주민들에게 호흡기 질환이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은 영월과 또 다른 시멘트공장 밀집지역인 단양군에서도 마찬가지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주민건강조사 결과, 영월은 진폐와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각각 14명, 216명이었다. 단양은 각각 24명, 146명이었다.
'불통' 시멘트공장에 공해병 유발 최초로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