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경'.
영화 '안경'
물론 때때로 기다림의 연속인 낚시를 하거나, 바다를 바라보며 노곤한 봄날의 공기를 한 올 한 올 뜨개실로 떠내는 과정을 통해 자아와 만나기도 한다. 게다가 이곳 사람들은 관계 맺기에 공들이지 않는다. 고향, 나이, 직업 등 현실에서 우리가 '관계'라고 여겨지는 매뉴얼을 서로 묻는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냐고 반문하며, 그러한 요소들이 오히려 더욱 관계를 단절시켰음을 일깨워준다.
보다 활자화된 많은 것들을 보길 원하는 현대 물질문명의 개인이었던 주인공은 그곳에서의 휴가가 끝날 쯤엔 자신을 새로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보다 많은 것을 보도록 하고, 그럼으로 인해 보다 많은 것을 취하게 하며, 결국엔 다수의 무리 안으로 들어가길 촉구한 매개체인 안경이 바람에 날려가 버려도 이제 불안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 대신 자신의 내면을 더욱 섬세히 바라보게 해 줄 자아의 안경을 쓰고 다시 바닷가 마을로 돌아온다.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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