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학기 발표회 '맺음잔치' 공연 모습 우리 학교는 1년에 네 번 계절학기가 끝날 때마다 배운 것을 그대로 표현하고 발표하는 발표회를 합니다.
이부영
그러나 우리 학교는 누구에게 잘한 것을 보여주는 발표회가 아니라, 수업 시간에 한 것을 그대로 발표하는 표현 교육활동을 실시했습니다. 그래서 지겨운 연습과정이 없었지요. 지겨운 연습과정이 없다보니 발표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진행하는 사람도 모두 다 즐겁습니다. 또 우리 학교 발표회가 다른 학교와 다른 점은 사교육을 통해 따로 익힌 기능이 뛰어난 일부 아이들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골고루 다 발표와 전시에 참여합니다.
발표회 때마다 학부모님도 자유롭게 참석해 강당을 꽉 메우곤 합니다. 학부모들도 다른 학교와 발표회 모습이 많이 다르다며 잘하고 못 하는 아이없이 모든 아이들이 누구나 다 참여하는 이런 발표회가 훨씬 더 좋다고 합니다. 지난해, 네 번의 발표회를 통해 아이들이 서로에게서 또는 스스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여덟째, 생활'지도'를 평상시 수업과 생활 속에서 '교육'으로여덟째, 대부분의 학교들이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생활지도 방법을 정해서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는 생활지도를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그만큼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행동에 대한 '지도'보다는 수업내용과 연관된 생활 속에서 아이들의 삶을 가꿔 가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인사를 잘 안하는 아이들에게 '인사 잘 하기 지도'를 하게 되는데 이러면 근본적인 '인사'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인사란 몸을 굽히는 '행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중요하므로 인사를 잘 하게 하려면 상대방에게 저절로 인사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면 됩니다. 그동안 경험에 비춰 보면, 교사가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아이들은 멀리서도 달려와서 인사합니다.
담배를 피우는 아이에 대한 교육 목적은 몸에 해로운 담배를 피우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생활지도는 담배 피우는 아이를 '적발'해서 혼내고 벌점을 주는 것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절대로 아이들에게 담배를 끊게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교사의 눈을 피해 안 보이는 곳에서 몰래 피우게 됩니다. 이럴 때 가장 바람직한 교육방법은 왜 담배를 피우게 됐는지 담배 피우는 아이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려 보고, 담배의 해로움에서 아이가 벗어날 수 있게 당장은 아니어도 스스로 서서히 줄여나가면서 장차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이어야 합니다.
경쟁위주의 교육이 폭력을 부릅니다학교 폭력은 학교 교육활동 속에서 미리 폭력을 부르는 원인을 없애줘야 줄어듭니다. 제가 보기에 아이들이 폭력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음속에 담고 있는 스트레스와 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스트레스와 독은 학교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강해집니다. 학교 교육이 지나치게 경쟁을 강요하면서 성적과 결과로 아이들을 구분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남보다 더 점수를 잘 받아야 하니 햇볕과 바람 쐴 겨를도 없이 책상 앞에서 문제집과 씨름합니다. 잠은 부족하고, 충분히 쉬지도 못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서 실컷 놀아본 기억도 없습니다. 남보다 더 공부해서 어떻게 해서든 남을 이겨야 합니다. 현재의 이런 경쟁 위주의 교육이 폭력을 부르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마다 가진 능력은 각기 다릅니다. 하지만, 사회는, 특히 학교는 공부 잘 하는 능력을 가진 몇몇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다른 능력을 가진 아이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는 '못난 아이'도 아니고, '나쁜 아이'도 아닌 공부 못하는 '특징을 가진 아이'일 뿐입니다.
아이들을 교실 속에만 가둬놓고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하는 공부 잘 하고, 못 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계속 되는 한 아이들은 모두 불행해 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학교 안에서 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전국 곳곳에서 혁신학교가 생기게 된 중요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교과부는 '창의와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일제고사를 치릅니다. 다양성과 창의를 역행하는 획일적인 내용으로 아이들은 물론 학교와 지역을 일제고사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과부는 학교 폭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을 밝혀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기는 커녕, 실효성 없기로 이미 판명이 난 신고 전화번호 설치와 관련지 처벌, 인센티브 부여같은 보여주기식 단기 처방을 내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과부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곳이라는 책임을 망각한 듯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순간적인 잘못과 실수로 저지를 수도 있는 폭력 전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겠다는 폭력적인 대책까지 내놨습니다.
학교폭력은 '대책'이 아닌, '교육'으로 접근해야 합니다학교폭력은 '대책'으로 없앨 수 없습니다. '교육'으로 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교과부는 자신들이 고집스럽게 펼쳐 온 교육정책을 되돌아보고, 학교폭력의 원인이 된 정책을 없애야 할 것입니다. 그게 우선입니다. 그 다음 어떤 정책을 펴야 학교폭력을 근절시킬 수 있을지 골똘히 생각하는 올바른 순서입니다.
교과부가 지난해 처음 도입된 서울형 혁신학교인 우리 학교뿐 아니라, 그동안 지방의 혁신학교들의 실천사례를 통해 생긴 교육적 효과를 살펴보고, 학교 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교육정책을 새롭게 제시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생활지도'라는 말은 대상에 대한 일방적인 뜻이 강하므로, '생활지도'라는 말 대신에 '생활교육'으로 바꿔 써야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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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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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가 우리 아이를 바꿔놨습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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