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 일본 역사 왜곡 저지에 힘 모아달라"

새해 첫날 구마모토 시민단체에서 온 호소문

등록 2012.01.17 16:22수정 2012.01.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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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일본 구마모토를 방문해 역사 왜곡 교과서 불책운동을 벌이고 있는 충남 교과서 방문단
지난 2005년, 일본 구마모토를 방문해 역사 왜곡 교과서 불책운동을 벌이고 있는 충남 교과서 방문단 심규상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충남 시민단체에 호소문이 도착했다. 일본 큐슈 남단에 있는 구마모도현의 한 시민단체가 보낸 글이었다.

"...(중략)구마모토 현민만의 힘으로 승리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습니다만 현재 일본 국내에서 우파 세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마모토에서도 자민당과 우파 단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에 만만치 않습니다. 그동안 충남도 시민단체 여러분의 협력 덕분에 구마모토에서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의 (후쇼샤) 교과서 채택을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채택된 '역사 부교재'를 막을 수 없게 되면 다음에는 우파 세력이 '정식 교재채택'으로 돌진할 것이 확실합니다. 어떻게든 그들의 계략을 저지해야 합니다."

'교과서네트 구마모토'(공동대표 호리 코타로, 하타다 미쓰코, 미야가와 쓰네노리)가 보내온 호소문은 일본 구마모토현 내 몇몇 중학교 역사 및 공민(일반 사회) 교과서 교재 또는 부교재로 왜곡 교과서가 채택된 데 대한 충남시민단체의 공조를 요청하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구마모토현내에서 3개 공립 중학교에서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의 독단으로 이쿠호샤(育鵬社)판 공민교과서를 '부교재'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사립인 신와중학교와 같은 계열인 친제이 중학교에서는 지유샤 판 역사교과서가 채택됐다. 구마모토현 전체에서 모두 5개교에 불과하지만 이는 구마모토현 시민단체와 충남도 시민단체에겐 뼈아픈 내용이다.

구마모토현은 일본 내 대표적 보수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후소샤판 등 '왜곡' 역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 1997년부터 대전충남 시민단체와 구마모토 시민단체의 공조로 '이변'을 만들어 온 때문이다. 두 나라 양 지역 시민단체는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을 막기 위해 '구마모토 방문단'을 구성하고 현내 11개 교과서 채택지구 교육위원회 및 자치단체를 직접 돌며 교과서 불채택운동을 벌여왔다. 이를 통해 매번 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률 0%를 달성해 왔다.

하지만 올해 사정은 다르다. '교과서네트 구마모토' 에 따르면 일본에서 올해 중학교 교과서로 '새역모' 계열의 하나인 이쿠호샤의 역사 및 공민 교과서를 채택한 비율은 지난 번에 비해 약 10배 가량 늘었다. 역사 교과서는 4만 6330권(3.7%), 공민 교과서는 4만 8990권(4.2%)이다. 일본 전역에서 중학생 5만여 명이 아시아 침략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역사 교과서를 배우게 된 것이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100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새역모' 계열 교과서 문제는?


'교과서네트 구마모토'에서는 이쿠호샤판 교과서의 문제점으로 먼저 편집방침을 지적하고 있다. 이쿠호샤 공민 교과서 편집 방향은 '좋은 국민 만들기'다.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는 다른 교과서의 '지속 가능한 사회 실현을 향하여'(교육출판), '지속 가능한 미래로'(시미즈서원), '밝은 미래를 향하여'(제국서원), '더 좋은 사회를 향하여'(니치분출판) 등이 밝힌 편집방향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2005년 구마모토 현교육위원회를 방문해 역사왜곡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벌이고 있는 충남 교과서방문단
지난 2005년 구마모토 현교육위원회를 방문해 역사왜곡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벌이고 있는 충남 교과서방문단심규상
이에 따라 이쿠호샤판은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일본 역사 전편을 '천왕'이 활약한 '천황 찬미'와 '황국사관'에 근거해 쓰고 있으며 '국민 주권'보다 '천황의 역할'을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쿠호샤 공민 교과서에서는 '천황의 존재 의의'를 설명하면서 현행 일본 헌법을 맥아더가 밀어붙여 만든 강요된 것으로 강조, 2쪽에 걸쳐 '헌법 개정' 필요성을 기술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평화를 실현하는 관점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과서네트 구마모토'는 이쿠호샤 판 교과서에서는 자위대의 국제공헌을 많은 사진들과 함께 소개하며 '군사력을 통한 안전보장 강화만이 일본이 살아남을 길이고 평화는 군사력을 통해서야만이 지킬 수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다른 출판사 교과서의 경우 '평화주의로 일관된 국제공헌', NGO 활동 소개, 시민단체간의 교류, 문화 교류, 지역에 있는 외국 사람들과의 교류 등 중학생도 할 수 있는 여러 평화로 가는 길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평화', '군사력' 통해서만 지킬 수 있다?

'영토 문제' 기술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쿠호샤 판 교과서는 일본 지도를 크게 게재하면서 독도영유권 등 외무성 홈페이지의 입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교과서네트 구마모토'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소개하면서도 독도에 대한 한국 측의 주장은 일절 가르치지 않아 아이들이 한국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도록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쿠호샤판은 원전과 관련해서도 '앞으로는 방사성폐기물의 처리 및 처분에 대해 배려하면 증대하는 에너지 수요를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는 말로 전력회사 및 일본 경제 산업성의 견해를 그대로 싣고 있다. 이는 '원자력발전은 일본에서도 발전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단 사고가 나면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방사성 폐기물(사용된 핵연료 등)의 처분에 신중한 대응 등의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교육출판) 등으로 기술한 다른 교과서와 대비된다.

일 시민단체, 한국시민들 의견 보내달라

다나카 노부유키 '교과서네트 구마모토' 사무국장은 "이쿠호사 교과서가 주로 거론하는 주제는 평화나 민주주의, 지속 가능한 사회가 아닌 천황, 영토, 국방"이라며 "이를 통해서는 이웃 나라들과 우호나 평화 공존,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을 내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천황제와 영토 및 영해를 지키기 위해서는 군사력 강화 밖에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며 "교과서를 열심히 공부하면 다른 아시아 여러 나라들을 멸시하고 전쟁을 좋아하는, 자기중심적인 아이들로 자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단체에서는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 등에 주민감사청구를 통해 이쿠호샤 교과서를 '부교재'로 사용하기 위한 예산사용을 문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충남 시민단체에는 한국 시민들의 서명 등 의견을 현 교육위원회에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충남지역시민단체는 "충남도의회에 입장문을 요청하는 등 구마모토 시민단체와 공조해 역사왜곡 교과서 사용을 저지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지역 교사 7명과 학생 4명 등은 오는 18일 구마모토회관에서 이 지역 일본 고교조와 공동으로 한일 교육정책과 변화, 원자력 정책과 반 원전운동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구마모토현 #역사왜곡 교과서 #충남시민단체 #교과서 불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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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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