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12시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전경들이 지키고 선 가운데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방제복을 입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지수
각종 시민단체와 인권단체에 이어, 이제는 환경단체까지 삼성의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나섰다. 8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네거리 이순신 동상 앞에서는 'Worst Company, Worst SAMSUNG(최악의 기업, 최악의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재해와 환경문제에 대한 삼성의 책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광화문 앞에서 들고선 현수막 속 그림은 살벌했다. 갤럭시 노트 화면에 그려진 총. 그 총에서 나온 총알에 방제복을 입은 노동자의 머리가 뚫리는 모습은 삼성에 의해 고통받는 모든 노동자의 괴로운 현실을 그대로 전하는 듯했다.
그간 보통 사람보다 몇 배 높은 백혈병 발병률을 가진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했지만 삼성측은 백혈병과 현장의 관련성이 없다며 부인해왔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삼성에버랜드 사육사의 가족들도 근무 중 상처를 입은 증거를 통해 산재를 요청했으나 삼성은 이에도 역시 "넘어져서 다친 것"이라는 의견만 고수했다.
그런 무책임에 화답(?)이라도 하듯 얼마 전 '공공의 눈' 설문조사에서 삼성은 최악의 기업 중 3위를 차지했고, 7일에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결과로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발암물질과 백혈병 유발인자가 검출되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사실상 삼성을 향한 여론이 악화되고 이제는 세계 누리꾼들까지 삼성의 사태를 파악하게 된 상태인데도 여전히 삼성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환경단체까지 나서 다시 한번 '삼성문제'를 지적하게 된 것이다.
'자기 집 주변' 석면 뿌린 것도 모자라 주민 사는 아파트까지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은 이번 회견에서 삼성이 해결할 환경문제로 태안앞바다 기름유출사태와 석면 문제를 뽑았다.
태안사태와 관련, 이들은 "삼성중공업의 사고로 오염된 태안 일대를 대한민국 국민 100만명이 온몸으로 닦아냈는데도 주민 보상조차 없이 법적 소송으로만 일관하는 삼성의 모습은 파렴치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들은 "정부와 환경부에서 태안 주민의 건강조사를 위한 보건센터를 국민의 세금으로 짓고 있다"며 "도대체 삼성이 저지른 사고현장을 왜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사하게끔 만드는가?"라고 물었다.
주목할 만한 환경문제는 삼성의 석면 노출사건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09년 작성한 <삼성본관 주변환경 석면오염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태평로의 삼성 본관이 2008년부터 리모델링을 하면서 청석면이라고 하는 1급 발암물질을 노출시켰다. 특히 본관 근처 공중전화 부스의 전화기에서 청석면이 검출되는 등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석면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태평로 삼성 본관 반경 160m는 청석면, 백석면, 트레몰라이트 등의 발암물질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며 "발암물질을 함부로 부주의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오염된 것인데 이것에도 삼성은 '나 몰라라' 한 채 건물 안만 정화조치를 하는 등 책임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에서 벌인 조사 결과 현재 삼성건설이 시공한 서울 강남 래미안아파트 등 건축에 쓰인 시멘트에서 기준치의 20배를 초과하는 석면이 검출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멘트 회사가 석면이 포함된 시멘트를 공급하자 이를 삼성건설이 시공과정에서 화장실, 부엌의 타일에 사용한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은 "이 석면시멘트는 삼성을 비롯해 우리나라 굴지의 모든 아파트 건설공사들이 사용했고 명단도 나온 상태"라며 "2009년에 이미 국내 공사에 석면을 쓰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신형 고급아파트에 1급 발암물질이 들어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환경부와 서울시는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해 오늘 공개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과 아파트를 관리하시는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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