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국민소송단이 낸 '낙동강소송'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면서도 "낙동강사업은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판결 뒤 국민소송단의 변호인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성효
국가 예산이 26조 원이나 투입된 4대강 사업에 법원이 최근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이명박 정부 임기 중 최대 핵심 사업이 한순간에 '불법사업'이 됐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여론이 높았음에도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정부는 사업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이 시작된 지 2년 만에 '법의 철퇴'를 맞게 됐다.
지난 10일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김신 부장판사)는 '4대강사업위헌·위법국민소송단'(국민소송단)이 국토해양부장관을 대상으로 낸 '하천공사시행계획취소송'에서 낙동강의 4대강 사업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결과는 공익과 다양한 법적 관계의 문제로 사업시행을 취소해 달라는 원고 측의 청구를 기각하는 '사정판결'이 나왔지만 4대강 사업의 위법성을 법원이 처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민소송단 부단장을 맡았던 이영기 변호사(법무법인 산하)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러한 재판 결과에 "사정판결이 아쉽지만 재판부의 용기 있는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며 "꺼져가는 저항의 불씨를 살리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항소심에 와서야 사업의 절차적 위법성이 인정된 것과 관련해 "영화 <부러진 화살>이 보여주는 것처럼, 어떤 법 해석을 하느냐보다 어떤 재판부를 만나느냐가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법까지 바꾼 정부의 '꼼수' 들켰다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낙동강 구역의 4대강 사업이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고 언급했다. "500억 이상 국책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이를 거치지 않았다"라며 "대규모 국책 사업이라도 국가재정법의 취지를 살려야 하며, 재해예방이라는 이유로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규모 개발 사업의 시행 이전에 그 타당성을 꼼꼼히 따지는 제도로, 일정 정도의 경제성을 갖추지 못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3월, 4대강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하기 위해 재해예방을 위한 사업에서는 이를 면제 할 수 있게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시행령'보다 상위법인 국가재정법 자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해예방사업이라 보기 어렵고, 면제시킬 정도로 시급한 사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을 바꿔서라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하려 했던 정부의 '꼼수'가 먹히지 않은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봐도 당연히 위법적인 사안"이라며 "앞선 재판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예산 책정 부분이고 공사를 중단하는 행정처분과는 별계라며 기각했는데 이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이 책정돼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데, 어떻게 예산 책정과 공사가 별계일 수 있는가"라며 "예산 책정과정이 잘못됐다면 그 공사 자체도 잘못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소송단은 낙동강을 비롯해 다른 구간 사업에도 대해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한강과 금강 구간은 1·2심에서 모두 기각 판결을 받아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영산강 구간은 현재 고등법원 판결이 남아 있으며, 앞선 이들 재판에서는 모두 "4대강 사업에서 부실한 지점이 있지만 사업을 취소시킬 정도는 아니"라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 변호사는 "정부도 예비타당성이 위법하다는 걸 사전에 감지했고, 그래서 시행령을 개정해 편법으로 공사를 강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불법성이 확인된 만큼 사업의 타당성을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당성이 없는 걸로 결론이 난다면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완공 단계에 이르렀지만 관리 비용 등이 수천억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제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위법을 저지른 자들에 대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앞으로 어떤 재앙이 올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엄청난 국가사업을 불법적으로 저질렀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한 대책들을 범국민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며, 그 자리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