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연기 공문... 현대자동차 무섭습니다

2월 23일 오후 2시 불법파견 최종 판결을 앞두고... 희망 주는 판결 나와야

등록 2012.02.19 14:15수정 2012.02.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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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울산 현대자동차 선적부두에 대기중인 수출용 차량들.
8일 오후 울산 현대자동차 선적부두에 대기중인 수출용 차량들.권우성

'2월 23일 오후 2시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 수요집회는 현대차 불법파견 항의집회로 합니다'

그 문자를 받고 잠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홈페이지에 가보니 정말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특별1부 2011두7076 최병승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사건
판결선고기일
2012. 2. 23. 목요일 14:00  대법원 1호법정!
참고하시길바랍니다.  -울산노동법률원-

지난 15일 오전 문자가 왔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2000년 7월 초에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에 입사하여 2010년 3월 중순까지 일해왔습니다. 계속 일할수 있었는데 공장 자동화 공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정규직에 대해선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유급 휴직을 주었지만 저같은 비정규직은 모두 정리해고했습니다.

정리해고를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에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면서 지냈는데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낸 저도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 이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에 대한 관심도가 폭증했습니다.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함께 대대적으로 노조에 집단가입을 권유했고 한두 달 만에 600여 명이던 비정규직 노조원이 3000여 명이나 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대대적으로 집단소송을 준비하였습니다. 모두 2000여 명이 불법파견을 이유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과 그동안 정규직과 차별해 주지 않았던 체불임금을 달라는 집단 소송을 현재 진행 중입니다.

저도 금속노조 자문 변호사에게 여러가지 조건과 상황을 설명하고 해당되는지 문의했습니다. 변호사는 다닌 지 10여 년이면 충분히 해당되고도 남는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희망과 용기를 얻어 금속노조에 부당해고자 신분으로 재가입을 자청했습니다. 그리고 집단소송에도 참혀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저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비정규직에게 희망이 되는 판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관심사가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있을 대법원 최종판결에 가 있습니다.


2월 15일 수요집회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오후 5시 30분부터 있었습니다.
2월 15일 수요집회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오후 5시 30분부터 있었습니다.변창기

15일 수요일 오후 5시 3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선 50여 명이 모여 항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대형 자동차로 정문 앞을 막아 놓더니만 그날은 문만 닫아 걸었을 뿐이었습니다. 문 뒤엔 줄지어 수십여 명이 서있었습니다.

"2월 23일 오후 2시에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헌데 현대차에서 최종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공문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괴변일까요? 집회를 마치고 집에 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홈페이지를 가보니 누군가가 현대자동차가 대법원에 제출한 연기 공문서 내용을 올려 놓았습니다. 살펴보니 가관이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저런 내용을 대법원에 올리면 대법원 담당 판사님들이 받아나 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 보겠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손지열, 이욱래 두 변호사를 통해 지난 15일 제출한 판결 연기신청 공문에서 3가지 사항을 내세웠습니다. 이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에서도 발빠르게 맞대응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원청, 하청 노동자들에게 제 날에 판결해 달라는 탄원 서명을 하였으며 탄원서를 만들어 제출한 상태입니다.

현대자동차에서 대법원에 제출한 판결연기 공문 첫번째 이유입니다.

우선 피고보조참가인 울산공장 내 사내 수급업체 근로자들이 참가인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 41 민사부 및 제42민사부가 2012년 1월 13일 합동으로 현장검증을 실시하였는바, 그 결과를 기재한 현장검증 조서가 조만간 완성될 예정으로 있으므로 참가인은 귀 부에서 그 조서를 살펴보시면 좀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실 수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이에 대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탄원 내용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한 현장검증은 이미 2004년도에 당시 노동부에서 며칠에 걸쳐 아주 세세하게 실시하였고 그를 바탕으로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졌으며 그것에 법정 다툼이 이 사건입니다. 따라서 현대자동차 주식회사가 주장하는 2012.1.13. 현장검증은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의 판결 이후 사실을 왜곡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두번째 판결연기 이유입니다.

현재까지 이 사건의 쟁점인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에 관하여는 노동법적 시각에서 작성된 논문들만 존재하였을 뿐 계약법적 시각에서 연구한 논문은 전무하였습니다. 앞으로 한 달 이내에 국내 저명 대학의 민법 교수의 의견서가 완성될 예정이므로 귀부에서 이를 참작할 때 좀더 설득력 있는 결론을 내리실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두번째 탄원 내용입니다.

현대자동차 주식회사가 주장하는 바대로 이 사건의 결과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현대자동차 주식회사는 불법파견을 바로잡고자 요구하는 하청노동자들을 이미 200여명 이상 해고 시켰습니다. 길게는 7년 이상 해고 상태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지금도 불법파견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서 하청노동자들을 해고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의 선고는 곧 수많은 노동자들의 생존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사안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세번째 판결연기 이유입니다.

현재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에는 참가인 아산공장 사건인 대법원 2010다106436 사건을 포함하여 이 사건과 유사한 쟁점의 사건들이 계속중이고 이 사건의 결과에 따라 수십만 건의 소송이 법원으로 쇄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비록 이 사건이 참가인 울산공장 사내 수급업체 근로자 1인에 관한 행정사건이지만, 세간에서는 이를 그렇게 보지 않는 시각도 다수 존재하므로 이 사건을 하나의 사례판결로 처리하기보다는 여타 다수 사건들과 함께 사내도급의 법적 성질을 정리하는 판결을 선고하심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세번째 탄원 내용입니다.

부디 대법원 특별1부(가) 재판부가 사회적 강자인 재벌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입장에 서서 이 판결을 지정한 기일인 2012년 2월23일 선고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현대자동차가 대법원에 올린 판결연기 공문을 올린 조합원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1번은 그렇다 쳐도 2번은 대법원을 무시한 민법교수가 대법관보다 법을 더 잘아는 듯한 뉘앙스가 풍기네요. 말도 안 되게 대법관들을 무시하는 행태 같네요. 3번은 말 그대로 니네 일거리 많아질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판결해라.. 협박하는 말 같네요"

저도 10여 년간 현대자동차에 다녔습니다. 불법파견 판결 후 1년 정도를 "부당해고 철회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으로 1인 시위를 하면서 대기업 현대자동차가 얼마나 살벌한 노무관리를 구사하는지 직접 몸소 겪었습니다.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할 때는 경비들이 나와서 "여긴 우리 땅이니 하지 마라"며 차길로 저를 밀쳐 내기도 했습니다. 그땐 정말 무서웠습니다. 현대차는 법원 판결을 지켜보자며 불법파견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아 왔습니다. 이제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한다고 하니까 이번엔 대법원에 연기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공장 라인에 비정규직으로 다녔던 최병승 비정규직 노조원이 제기한 '2011 두 7076 부당 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 대해 이제 곧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이 납니다. 그 문제로 7년 넘게 고통 속에 살아오고 있습니다. 이미 최병승 노조원은 불법파견 노동자로 판결 받았고 최종판결에도 첫 판결과 같은 판결이 날 경우에 현대자동차는 지체 없이 정규직으로 일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있을 대법원 최종판결에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제발이지 희망을 주는 판결이 나와서 저와 우리 가족에게도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이상 고통스런 생활이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직장생활에서 벌어 들이는 월급이 120만 원 정도 됩니다. 일당제 비정규직이라 월급도 오르지 않고 정규직이 다 받는 수당도 없고 성과금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번에 딸이 고등학교 입학하는데 입학금이 60만 원이 넘고 교복이 30만 원이 넘더군요. 모두 100여만 원이 딸 고등학교 입학하는 데 들어갔습니다. 겨우 버티는 한달 생계비가 다 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내도 이번 대법원 최종판결에 많은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녹색기업 현대자동차? 정문 오른쪽에 붙어있는 간판입니다. 불법파견 대기업에 저런 녹색간판을 달아준 정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녹색기업 현대자동차?정문 오른쪽에 붙어있는 간판입니다. 불법파견 대기업에 저런 녹색간판을 달아준 정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변창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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