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성미산 정상에 있던 장승이제는 쓰러져 새 장승을 세웠지만 2009년 성미산지키기를 함께 해온 장승이 정겹다
김언경
영상은 겨우 12분 정도였지만, 아프고 치열했던 싸움의 시간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주민들은 모두 어색하게 눈물을 닦으며 할 말을 잃었다. 호호와 맥가이버는 이 예고편은 아무래도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들 위주로 편집되어서 이런 것이지, 우리들의 편안하고 소소한 일상들도 많이 담겨있다며 숙연해진 우리들을 달래주었다.
'춤추는 숲'이 다른 다큐멘터리와 무엇이 다를지,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아낼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른 사람들이 성미산마을을 잠시 다녀간 뒤, 저 나름의 시각대로 담아서 '이것이 성미산마을이다'라고 하는 영상과는 무언가 달랐다.
영상 속 우리들은 카메라가 옆에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호호와 맥가이버에게 분노와 슬픔과 기쁨을 이야기하고 울고 웃고 화내고 있었다. '춤추는 숲'을 통해서 성미산마을이 세상에 어떤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를 미화시킨 것 같아 쑥스럽고, 정말 그렇지는 않다며 손사래 치던 다른 영상과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의 싸움이 진솔했고 치열했던 것처럼 이 영화도 진솔하고 치열한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5월 전주영화제에서 본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춤추는 숲'이 대박나기를 바라고, 우리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함께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진짜 성미산마을극장 개관잔치 시작하다18일 오후 5시에는 본격적인 성미산마을극장 3주년 개관기념 잔치가 열렸다. 마포FM에서 일한 전경하(오리) 씨와,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일하는 김명집(가림토) 씨가 사회를 맡았고, 마을극장장 유창복(짱가)가 인사를 했다.
첫 공연은 이태건의 '어느 산골소녀의 사랑이야기'와 '인생'의 마임이었다. 마임이스트 이태건씨는 연극, 영화, 무용 등 다양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2010년 마을극장에서 마임이스트 이두성과 함께 마임 워크숍을 진행했고, 제1회 성미산 마임축제의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어 망원청소년독서실의 합창단 '뜨거운 아이들'과 염리청소년독서실의 '작은울림 합창단'의 합창공연이 있었다. 성미산마을극장은 2010년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마포지역 사회복지기관과 함께 '마포지역복지네트워크(ASSA,앗싸)'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회복지공동기금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마포C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포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행복한 문화예술 경험을 주기 위해 연극, 기타, 합창 등을 지도했고, 이들에게 멋진 공연의 장도 마련해주었다. 개관잔치에 초대된 이들은 2월 5일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마포지역 청소년 동아리로 7팀 중에서 합창을 맡았던 두 팀이다. 사실 이들의 노래는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목청껏 노래 부르는 아이들은 매우 귀여웠고 따뜻했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객석을 꽉 채운 주민들은 그 어떤 음악가에게보다 그들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다음으로 성미산마을 노래패 '진동'의 공연이 있었다. 이들은 진정한 동네 사람들이다. 같이 아이를 키우는 동네 엄마 아빠들과 몇명의 처녀 총각이 함께 하고 있는 마을 동아리다. 80~90년대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포크 음악을 주된 레퍼토리로 노래한다. 이들의 가족만으로도 객석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로 열렬한 박수가 넘쳐났다. 임순례 감독은 축하말을 하면서 "진동이 노래할 때, 객석에서 '와 햇살이다. 와 좋은날이다'라고 우리가 알아보고 환호하는 모습이 하나의 동화 같이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