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아름다운 수표교, 걸어 보셨나요?와우~ 여기가 서울 맞나요! 이명박 대통령님, 이 멋진 수표교를 언제까지 장충단공원에 처박아 두실 건가요? 당신의 약속을 지켜주세요.
최병성
흰 눈 쌓인 아름다운 수표교를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조선 세종 2년(1420) 세상에 나와 600년의 길고 긴 세월을 꿋꿋하게 견뎌 온 수표교의 겨울 풍경은 한 폭의 멋진 그림이었습니다.
하얀 눈 내리는 날 수표교 돌다리 감촉을 느끼며 한 걸음 한 걸음 다리 위를 걷고, 돌난간을 쓰다듬기도 하면서 6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느껴보았습니다. 조선왕조 500년과 치욕스런 일제 침탈을 다 지켜본 역사의 숨결이 담긴 수표교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이 다리에 담겨 있을까요? 다리 난간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수표교가 지금까지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제게 속삭여줄 것만 같았습니다.
청계천의 여러 다리 중에 가장 유명한 수표교(水標橋)는 조선시대 선왕들의 어진(御眞. 초상화)를 모신 영희전(永禧殿)으로 가는 통로였다고 합니다. 설, 한식, 단오 등 명절 때마다 임금은 수표교를 건너 영희전으로 참배를 다녔습니다. 숙종이 영희전을 참배하고 돌아오던 어느날, 수표교를 건너다가 여염집 문밖으로 왕의 행차를 바라보던 여인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왕궁으로 들였는데, 바로 그 여인이 장희빈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수표교는 조선왕조 500년의 삶이요, 역사 그 자체입니다. 수표교 아래 돌기둥에는 '庚辰地平(경진지평)'이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영조36년(1760)에 청계천을 준설한 후, 돌기둥에 세로로 庚(경)·辰(진)·地(지)·平(평)을 새겨 이후 개천을 준설할 때 표준으로 삼도록 한 것입니다. 특히 수표교 돌기둥은 마름모 모양으로, 다리에 전달되는 물의 압력을 최소화하고 홍수도 예방하려는 선조들의 놀라운 지혜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