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에 가면 우리의 과거를 만날 수 있다. 허름한 호텔의 낡은 담요, 골목의 아이들, 사람들의 순박한 눈빛, 과일가게의 손때 묻은 저울까지도.
박경
사막에서 돌아온 우리 가족은 여전히 씻지도 않은 몰골로, 시와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느긋하게 즐기기로 했다. '똥파리' 와 '시리아'는 동행이 되어 알렉산드리아로 떠난다고 했다.
시와 마을에 없는 것 세 가지 자전거를 빌리는 게 좋겠다. 시골 마을길을 두 발로 걸어다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겠지만, 바람을 가르며 달려 작은 목적지에 가 닿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달리는 길에 마음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다면 페달을 늦춰도 좋고, 눈이 예쁜 꼬마들을 만난다면 자전거를 세워도 좋을 것이다.
자전거를 빌리면서, 우리는 항상 그랬듯이 자물쇠도 달라고 했다. 없단다. 자물쇠 따위는 필요 없다고. 이 마을, 시와에서는 남의 자전거를 탐내는 일 따위는 없다는 거다.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도 딴 마음을 먹는 사람이 없다니, 다 똑같은 마음이라는 게 놀랍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자물쇠를 채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 놓여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나 쇠기둥과 자전거가 한 몸이 되도록 자물쇠를 걸어 두곤 했다, 누군가 번쩍 들고 갈까봐 두려워서. 하여 잠깐 화장실을 갈 때에도, 편의점에 들를 때에도 잊지 않고 자전거 자물쇠를 걸어두는 것은 불문율.
자물쇠 번호는 적어도 네 자리 이상은 되고, 열 때에도 누군가 주변에 보는 사람은 없나 의식하게 되는 게 바로 일상화되었다. 자물쇠 잠그고 열고, 그게 귀찮아 가끔은 화장실을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목마른 것을 참기도 한다.
이로써 시와 마을에 없는 것 하나 추가다. 택시가 없고, 비싸고 고급스러운 호텔이 없고, 자전거 자물쇠가 없다. 대신 동키 택시가 있고 싸고 소박한 호텔이 있고 자유로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