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개학이고 '주5일제'가 전면 시행된다. 이 땅의 수많은 학생들이 개학을 앞두고 다양한 기대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강혜란
내가 초등학교 2, 3학년 때쯤부터 학교에 주5일제가 기웃기웃 얼굴을 내비쳤다. 점차 쉬는 횟수를 늘려가고 전면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뉴스만 몇 년을 들어서인지 시큰둥해하고 있었는데, 작년 말에 '정말로 올해부터는 매주 놀토(노는 토요일)'라는 기사를 보고 놀랐다.
주5일제라… 이 제도의 전면시행에 대한 내용을 처음 접한 날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정작 '기쁘다'라는 느낌은 잠깐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주5일제가 시행되면 토요일만큼은 늦게 일어나도 되고, 여기저기 친구들과 놀러 갈 수도 있을 텐데… 과연 무엇이 기쁨보다 걱정과 고민을 주었을까.
우선 '수업시수'가 떠올랐다.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수업시수는 조금도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도 오후 6~7시는 기본이고 야자(야간자율학습)까지 하면 10~11시까지 있어야 하는 학교다. 그런데 토요일에 있던 수업시간을 주중으로 모은다면… 상상만으로도 기운이 다 빠진다. 하루의 휴일을 얻기 위해서라지만,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게 우울한 것이다.
또 하나는 '학원'. 평소 오후 10시 이후 수업이 금지된 학원들이 학생들의 휴일을 가만히 놔둘리 없다. 평소 수업시간이 부족하다고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던 학원 선생님이 앞으로 토요일에 학교 가지 않는 것을 기뻐하시던 게 이런 이유였으리라. 어쩌면 학교에 가는 것보다 더 힘든 토요일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 고민은 '동아리'. 지금까지 토요일에 학교를 가게 되면 주로 '동아리' 시간이었다. 그러나 주5일제 도입으로 시간표의 동아리 시간이 주중으로 옮겨갈 것이다. 과연 평일 6, 7교시의 수업을 마치고 난 학생들이 전처럼 동아리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주중에 동아리를 하고 있는 학교들도 있으나, 긍정적인 평가는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대충 하는 둥 마는 둥 넘어간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어봤다. 또 외부로 이동하는 동아리는 시간 제약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즐거운 휴일'로서 주5일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주말에 읽고 싶었던 책도 읽을 수 있고 친구들이랑 놀러가기 좋다!" "그냥 좋다. 매우 좋다." "어차피 학원으로 불려 가겠지… 수업도 늦게 끝나고." "그럼 방학이 줄어드는 거 아냐?" "별생각 없다. 어차피 마땅히 할 것도 없고 갈 곳도 없겠지…" 주5일 수업을 앞둔 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기대에 찬 학생도 있고, 시큰둥하고 영 관심이 없거나 나처럼 별의별 고민부터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데 '어차피 마땅히 할 것도 없고 갈 곳도 없겠지…'라고? 이 말이 어쩌면 이번 주5일제 도입에 있어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 청소년들이 누릴 문화생활이 다양하지 못하고 접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주5일제 전면 시행에 앞서 이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먼저 나왔어야 했다.
그렇지만 오히려 '셧다운제'나 '쿨링오프제' 등 역으로 학생들에게서 여가를 즐길 권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 현 추세다. 최근에는 멀티방에 대한 출입 또한 규제하겠다고 하니… 청개구리가 따로 없어 보인다. 어쩌면 주5일제를 도입하면서 애초부터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어떻게 해야 '즐거운 휴일'로서 이 주5일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 시작도 하기 전부터 초 치는 기분이지만, 위의 고민들이 괜히 나오는 생각은 아니다. 부디 이런 고민이 기우였기를 바란다. 교과부, 교육청, 학교에서 앞장서서 학생들의 여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주길 기대한다. 또한, 여가나 문화생활에 관련된 교육단체나 청소년단체에서도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이 글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주5일제는 조금 낯선 단어다. 번갈아 가며 쉬던 때와는 분명 다를테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제 며칠 후면 개학이고 '주5일제'를 직접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의 수많은 학생들이 개학을 앞두고 다양한 기대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다 나은 주5일제가 시행되길 바란다. 진심으로.
덧붙이는 글 | 변정우 기자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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