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경남 김해을에 출마 선언을 한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남소연
지난 21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4·11 총선에 나설 민주통합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과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이 시민참여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 김 본부장은 유력한 단수 후보 공천자로 거론됐다. 당 공천심사위 심사결과 후보 경쟁력 등에서 상당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김 본부장은 새누리당 후보로 유력한 김태호 의원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쉬운 길이 아니라 100% 시민참여경선이라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후보자들간에 경선 방식을 합의할 수 있는데도 본인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경선 항목에 반영하지 않았다. 곽 전 차장은 지난해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등 지역 내 조직이 탄탄해 시민경선에서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수 공천 유력했는데... 그가 경선을 택한 이유민주당 내에서는 "바보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다운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본부장은 4·27 재보선에서도 당시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와 단일화를 놓고 갈등이 생기자 "노 대통령 참모들끼리 다퉈서는 안된다"며 스스로 출마를 포기하기도 했다.
경선 발표 하루 뒤인 지난 22일 김해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김 본부장을 만났다. 김 본부장은 경선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전략공천을 받으면 쉽기는 하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그게 바른 방법이겠느냐, 정면돌파하라고 하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여러 차례 감정이 북받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경선 승리를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은 "결정은 쉽게 했는데 현실은 만만치가 않은 것 같다"며 "캠프 식구들은 바보 대통령의 비서관이 바보 같은 일 했다고 원망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등을 거치면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퇴임 후에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봉하마을에 내려왔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전까지 곁에서 지킨 '마지막 보좌관'으로 불린다.
김 본부장은 "김해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졌던 지역발전과 시민참여정치 시대라는 꿈을 이어 받아 실현시켜야할 운명과도 같은 곳"이라며 "노 대통령이 평생 정치를 해오며 지켜왔던 가치들, 상식과 원칙을 지키고 눈 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바보 정치의 원칙을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당내 화합 위해 경선 기회 드리는 게 도리"- 당내에서 전략공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과 경선을 하기로 합의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캠프 식구들은 후보가 바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바보 대통령의 비서관이 바보 같은 일 했다고 원망을 많이 하고 있다. 경선은 원칙과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면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감정이 북받쳐 잠시 침묵) 노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분명히 정면돌파하라고 하셨을 것이다. 경선하지 않고 전략 공천을 받으면 쉽기는 하겠지만 과연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바른 방법이겠느냐고 하셨을 거다.
이번 총선에서 김해을은 꼭 지켜내야 할 지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 내 여러분들 간의 화합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는 작년 4·27 재보선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내 계신 모든 분들과 끌어안고 가기 위해서는 경선을 통해 깨끗이 승복할 수 있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또 상대 후보인 곽진업 전 차장은 어려운 시기에 당을 이끌어 오셨던 분이고 세 번째 경선에 나왔다. 경선 기회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경선에서 이길 자신 있나. "100% 시민참여경선을 하기로 결정은 쉽게 했는데 현실은 만만치가 않은 것 같다.(웃음) 캠프 내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본선보다 경선이 더 걱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곽 위원장은 이번에 3번째 경선 도전이다. 경험도 축적돼 있고 우리 캠프보다 준비도 더 많이 돼 있다. 일부에서 새누리당 쪽에서는 본선에서 상대할 쉬운 후보를 고르기 위해 역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 다른 전략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를 지켜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 선거에 뛰어들고 나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다른 후보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새벽에 출근 인사하고 새벽시장이나 인력시장에서 일찍부터 일하시는 분들과 만난다. 김해을 지역은 시군통합지역이라 신도시 3곳에 인구의 70%가 몰려 있다. 면단위에 있는 마을에 계시는 분들은 정치인들을 직접 볼 기회가 없다. 정치를 하고 선거에 나왔다고 하면서 선거운동 효율이 떨어진다고 가지 않는 게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마을들을 돌아보고 있다. 이장님들 만나 현안도 들어보고 경로당 가서 어르신들에게 인사도 드린다. 직접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살아 있는 삶의 모습이 있다. 사람을 많이 못만난다고 비효율적이라고 하는데 보람을 많이 느낀다."
- 방문했던 마을 중에 기억에 남는 곳이 있었나. "내삼면이라는 난개발이 심한 지역이다. 공단이 곳곳에 있고 영세 중소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주거지역과 공장이 뒤섞여 있다. 공장 바로 옆에 집이 있고 공장 사이에 있는 집들도 있다. 유독 화약약품을 쓰는 철 가공 업체에 붙어있는 주택들은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김해시가 예산 부족 등 여러 이유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있었다. 여야를 떠나 지역의 정치인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할 문제다."
"경남에서 한 석이라도 더 얻는데 작은 힘 보태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