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로부터 청계천의 잘못된 설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유성호
이날 행사는 박원순 시장의 현장 경청투어인 '마실'로, 지난달 한양도성 순성에 이어 올들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행사였다.
행사의 사회자격이었던 최병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는 먼저 박 시장에게 지반침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곳을 안내했다. 실제 최 목사가 지목한 청계천 초입부 일부 보도블록들은 하천 쪽으로 기울어 사이가 벌어졌고, 그 사이를 모래로 메워 놓은 게 보였다. 최 목사는 "이같은 현상이 광통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심각성을 호소했다.
최 목사는 이어 현재와 같이 똑같은 수량과 똑같은 속도, 똑같은 깊이의 물이 일정하게 흐르는 상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물이 깊은 곳과 얕은 곳, 천천히 흐르는 곳과 빨리 흐르는 곳을 자연스럽게 형성시켜주면 지금처럼 많은 물을 공급하지 않아도 생태계가 알아서 정화해 준다"는 것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청계천의 무원칙한 교량 복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황 소장은 "광통교 중건공사 중 콘크리트 하수관로 때문에 몇백 년 전해온 바닥돌을 무단으로 깎아버렸고, 1800년경 확장된 광통교의 흔적을 살리지 못해 역사성마저 상실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수표교의 경우 "남측의 교대(다리벽) 매입에 몇백억이 든다는 모호한 숫자 공포주의를 흘리며 제자리 찾기에 핑계만 대고 있다"고 말했다. 수표교는 1959년 복개공사 뒤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졌으나, 복원 이후에도 아직까지 제자리로 오지 못하고 현장에는 원래 모양을 본뜬 나무다리만 놓여 있다.
박 시장은 전문가들의 설명에 시종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관심을 기울였고, 악취가 풍기는 오수관거 시설에까지 들어가 수질오염의 원인을 확인했다.
이날 박 시장의 청계천 방문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천변에 나와 모습을 지켜봤다. 특히 수표교 자리에 놓은 나무다리 난간에는 인근 상가 번영회가 '수표교 복원 환영'이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