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청계천 복원 생태-역사적 시각 결여됐다"

[현장] 전문가들과 청계천 현장 방문... "시민위원회 만들어 바로잡을 것"

등록 2012.02.28 20:45수정 2012.02.2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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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병성 목사(오른쪽)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청계천을 둘러보고 있다. 뒷편에 지역 상인들이 내건 '수표교 복원 환영'이란 펼침막이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병성 목사(오른쪽)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청계천을 둘러보고 있다. 뒷편에 지역 상인들이 내건 '수표교 복원 환영'이란 펼침막이 보인다.유성호

 박원순 서울시장이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으로부터 광통교에 거꾸로 놓인 신장석에 얽힌 사연을 듣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으로부터 광통교에 거꾸로 놓인 신장석에 얽힌 사연을 듣고 있다. 유성호

"청계천을 복원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생태적, 역사적 시각이 결여돼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8일 오후 청계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간 가량 청계천을 시작으로 동대문 패션타운과 을지로 상권을 직접 걷고 현장을 살폈다.

박 시장은 특히 두 시간 가량 청계광장부터 수표교까지 환경·문화재 전문가들과 담당 공무원, 기자 등 100여 명과 함께 청계천의 생태환경과 역사유적을 점검했다.

청계천은 지난 1959년 복개공사 뒤 오랜 기간 지하에 덮여 있었으나, 2003년 7월부터 2005년 9월까지 2년 3개월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지휘한 복원공사로 다시 세상 빛을 보게 됐다.

청계천 복원공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발판이 된 최대 치적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특유의 졸속적인 밀어붙이기식 개발로 역사유적 파괴와 수질오염 등이 계속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탐방로 내부를 둘러보며 비가 내릴 때 생활하수와 빗물이 분리되지 않은 채 오염물질이 청계천으로 넘쳐흘러 수질을 악화시킨다며 지적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탐방로 내부를 둘러보며 비가 내릴 때 생활하수와 빗물이 분리되지 않은 채 오염물질이 청계천으로 넘쳐흘러 수질을 악화시킨다며 지적하고 있다. 유성호

전문가들 "졸속 복원으로 지반침하-문화재훼손 심각"

 청계천의 역사, 생태 복원 의사를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인 최병성 목사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답사를 하고 있다.
청계천의 역사, 생태 복원 의사를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인 최병성 목사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답사를 하고 있다. 유성호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로부터 청계천의 잘못된 설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로부터 청계천의 잘못된 설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유성호

이날 행사는 박원순 시장의 현장 경청투어인 '마실'로, 지난달 한양도성 순성에 이어 올들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행사였다.


행사의 사회자격이었던 최병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는 먼저 박 시장에게 지반침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곳을 안내했다. 실제 최 목사가 지목한 청계천 초입부 일부 보도블록들은 하천 쪽으로 기울어 사이가 벌어졌고, 그 사이를 모래로 메워 놓은 게 보였다. 최 목사는 "이같은 현상이 광통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심각성을 호소했다.

최 목사는 이어 현재와 같이 똑같은 수량과 똑같은 속도, 똑같은 깊이의 물이 일정하게 흐르는 상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물이 깊은 곳과 얕은 곳, 천천히 흐르는 곳과 빨리 흐르는 곳을 자연스럽게 형성시켜주면 지금처럼 많은 물을 공급하지 않아도 생태계가 알아서 정화해 준다"는 것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청계천의 무원칙한 교량 복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황 소장은 "광통교 중건공사 중 콘크리트 하수관로 때문에 몇백 년 전해온 바닥돌을 무단으로 깎아버렸고, 1800년경 확장된 광통교의 흔적을 살리지 못해 역사성마저 상실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수표교의 경우 "남측의 교대(다리벽) 매입에 몇백억이 든다는 모호한 숫자 공포주의를 흘리며 제자리 찾기에 핑계만 대고 있다"고 말했다. 수표교는 1959년 복개공사 뒤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졌으나, 복원 이후에도 아직까지 제자리로 오지 못하고 현장에는 원래 모양을 본뜬 나무다리만 놓여 있다.

박 시장은 전문가들의 설명에 시종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관심을 기울였고, 악취가 풍기는 오수관거 시설에까지 들어가 수질오염의 원인을 확인했다.

이날 박 시장의 청계천 방문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천변에 나와 모습을 지켜봤다. 특히 수표교 자리에 놓은 나무다리 난간에는 인근 상가 번영회가 '수표교 복원 환영'이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계천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계천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살펴보고 있다.유성호

"시민위원회 만들어 잘못된 복원 바로잡을 것"

박 시장은 현장 방문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걷는 중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많이 했다"며 "청계천을 헐고 복원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고 좋은 결정이었지만, 생태적, 역사적 시각이 결여돼 있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양의 여러 옛날 도시들을 보면 얼마나 정교하게 과거를 복원하고, 그럼으로써 세계에 자랑하는 관광지가 되지 않았냐"며 "청계천도 한양 성곽 복원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보완,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계천이 원래 모습대로 제대로 복원됐다면 아마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특히 "(복원이) 많은 전문가들의 권고와 철저한 고증, 협력 없이 이룩된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면 안되므로, 청계천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잘못된 복원을 어떻게 바로잡을지 충분한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청계천 복원 보완작업에 가장 시급한 것이 뭐라고 보냐는 질문에 "그조차도 시민위원회를 구성해서 거기서 검토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청계천에 흐르는 물의 수량이 너무 많은 것 등 예산이 들지 않고 현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박원순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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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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