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하자 기자회견 3월1일 시청광장을 점령한 청년들이 점령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3월 1일 저녁 6시에 "Shall We Occupy"라는 이름의 점령파티를 개최하고 텐트 10동과 천막1개를 설치, 점령시위에 돌입했다.
서울점령자들
점령83일째인 3월 1일, 이들은 시청광장으로 이사를 했다. 서울 점령자들(Seoul Occupiers)라는 새로운 이름이었다. 대학생이 아닌, 그러나 광장을 점령하고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아르바이트생, 청년예술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청년과 청소년들이 함께였다.
3월 1일 오후 6시 150여 명의 청년들이 맥주파티를 열고, 노래를 하고, 연주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텐트를 치고 무기한 점령에 들어갔다. 지난겨울 여의도점령이 1%의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대한 상징적인 비판이었다면, 시청광장점령은 수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한국판 Occupy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저절로 열리는 투표장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광장을 이들 스스로 열었다.
"학자금대출 빚이 1500만 원이다. 내 손에 있는 반지를 봐라, 오랫동안 만났던 연인과 결혼을 꿈꾸었지만 빚과 돈 때문에 결혼을 하기가 힘들다. 우리는 3포세대가 되고 싶지 않다!" 시청광장 점령에 함께 한 20대 후반의 청년 김영배씨가 3월 2일 오후2시에 개최된 <점령하자>기자회견에서의 증언이었다. 이야기들은 계속 이어졌다. 스스로를 비정규직 청소년이라고 소개한 경성수씨는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청년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커피값도 안 나오는 최저임금으로는 월세를 낼 수 없다. 차라리 텐트를 치고 점령을 하는 게 낫다"
청년예술가 단편선씨와, 시간강사일을 하면서 예술활동을 하는 박은선씨는 최근 일본 총리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일본사회에 잘 알려진 기본소득을 주장하기도 했다. 시청광장점령에서 디자인닝그룹으로 프로그램 기획을 맡은 조병훈씨는 점령지에서 밥을 해먹으면서 끼니를 해결하고, 매주 금요일에는 음악회를, 일요일에는 영화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종례의 금기와 상식을 깨는 음악과 영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의 말에서 Occupy운동이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모든 억압에 도전하는 운동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Occupy대학생운동본부로 활동하면서 지난 여의도 점령에 함께한 서강대학교 총학생회장 고명우씨는 대학 점령과 '시청으로 달려, 330 대학생무한점령프로젝트' 기획단에 함께 할 것을 대학사회에 제안했다.
대학점령은 적립금환수와, 대학운영에 대한 참여, 시간강사와 청소노동자 등 대학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3월 30일 대학 텐트를 걷어서 3300명의 학생들과 330개의 텐트를 치고 대규모 점령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1%를 위한 시스템 자체를 바꾸고 우리들의 삶을 바꾸는 것이 이들 점령운동의 목적이다. 집 없고 돈 없는 이들이 지하방이나 고시원이 아닌 텐트를 치고, 삼각김밥과 라면 대신 길 거리의 코펠과 쌀밥을 먹는다.
세상과 대학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상식과 경쟁이 아닌 다른 세계에 대한 책과 함께하는 이들의 생각을 배우고, 대학축제에 오는 1000만 원 짜리 가수가 아닌, 우리 스스로 작곡하고 써내려간 B급 가수의 목소리를 즐기며 놀았다. '내가 춤추지 않으면 혁명이 아니다?' 그렇다. '내 삶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은 3월 광장을 점령했다.
덧붙이는 글 | 박정훈 기자도 서울점령자들 중에 한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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