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정씨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반도체 산재 노동자 추모 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동철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울면서 말했다. 정씨는 산재인정은 커녕 7년째 삼성 측으로부터 사과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황민웅씨는 삼성전자 기흥공장 1라인 CNP설비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2005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행사에 참석한 반도체 노동 사망자 유족들은 계속되는 반도체 노동관련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전하며 반도체 관련 사망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와 해당 반도체 기업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황상기씨는 "삼성이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면 정부라도 나서서 노동자를 보호해야 된다"며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이 고 황유미씨에 대해 산재인정 판정을 내렸음에도 이에 불복하고 항소한 근로복지공단을 비판했다. 또한 황씨는 "아직까지 유미가 일하던 삼성측과는 대화도 못해 봤다"며 "너무 억울해서 5년 동안 싸우는 동안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5년, 산재인정에 최선 다할 것."반올림은 지난 2007년 고 황유미씨의 산재인정투쟁을 계기로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인권을 위한 활동을 주도적으로 벌여왔다. 5주기 추모행사를 준비해온 반올림 공인노무사 이종란씨는 추모제의 의의를 묻는 질문에 "삼성 등 반도체 대기업을 상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말하던 주변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며 "반도체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이 많이 알려지고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이 성과다"라고 평가했다.
이씨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인권을 위한 향후 과제에 관해서 "가장 확실한 안전예방 대책은 산재인정에서부터 출발한다"며 "정부나 반도체 기업의 태도를 봐서는 쉽지 않겠지만 사망 노동자들의 산재인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9시께 사망한 반도체 노동자들에 대한 헌화를 끝으로 5주기 추모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