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구럼비 바위 지역의 발파를 시작한 7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 앞을 찾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마을 주민들을 위로하며 포옹하고 있다.
유성호
해군은 7일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1차 구럼비 폭파를 강행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거침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해군의 구럼비 폭파 강행은 되레 심각한 역풍이 되고 있다. 야권 지도부가 강정마을 구럼비를 가장 핵심적인 연대의 고리로 약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천정배·홍영표·김재윤·강창일·김우남 의원, 신경민 대변인 등과 함께 이날 오후 7시 강정마을을 전격 방문했다. 한 대표가 한국 사회 현안 현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대표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한 대표 방문에 앞서 정동영 의원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함께 강정을 방문해 해군기지사업단장과 6시간이 넘게 대화하며 구럼비 발파중지를 설득했다.
한 대표는 우선 "제주도민과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구체적 설명을 곁들이지는 않았지만 참여정부 시절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시작돼 결과적으로 주민들에게 그 자신의 표현처럼 "참을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을 준 것"에 대한 첫 공식사과로 해석됐다.
한 대표는 "4.3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사는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이명박 정부는 구럼비 폭파를 통해 다시 한번 폭탄을 던졌다"며 "제주도지사, 새누리당 도당위원장까지 나서서 구럼비 폭파를 중지하라고 외쳤지만 결국 강행하는 불통의 정치를 언제까지 할 것이냐"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국회가 여야 합의로 제주해군기지 예산 1380억 원을 삭감한 것은 공사를 중단하라는 뜻이고, 이는 곧 국민의 요구인데 이명박 정권은 들은 척이라도 하기는커녕 대통령이 나서서 사업 강행을 지시했다"며 "국민 이기는 권력은 없다,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면서 4.11총선을 통해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대표는 전례없는 강한 톤으로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 강정마을을 함께 지켜내겠다"며 "4.11총선을 통해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해군기지공사를 중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한 대표가 언급한 '이길 수 있는 힘'은 야권연대. 그는 "합쳐서 이기라는 국민의 요구를 겸허히 받들겠다"며 "연대의 힘으로 4.11총선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한명숙-이정희 대표의 조우... '구럼비 야권연대'의 강력한 중간재로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