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를 저렇게 죽게 놔두지는 않을거야!

[시사 동화] 구럼비 할망 이야기

등록 2012.03.08 11:10수정 2012.03.2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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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르르쾅쾅.
하늘도 땅도 흔들렸습니다. 바닷물은 놀라서 출렁출렁 놀란 파도를 일으켰고 산과 들 바위와 흙이 놀라 뒤엉켜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하늘을 날던 새들도 무서워 이리저리 헤매었고 온갖 동물들은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라 갈팡질팡 뛰어다녔습니다. 세상이 생긴 후 처음 듣는 커다란 소리와 온 세상을 뒤흔드는 진동이었습니다. 이런 혼란을 헤치고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타나셨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키는 하늘 끝까지 닿을만큼 컸고 할머니가 입고 있는 치마는 온 세상을 덮고도 남을 만큼 넓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커다란 손으로 땅을 쓰다듬자 오돌오돌 떨던 산과 들 바위와 흙들이 모두 안심하였습니다. 흙에서는 예쁜 꽃들과 풀들 그리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가 커다란 치마를 바다를 향해 펼치자 성난 파도가 잠잠해졌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북으로가고 할머니는 남으로 향했습니다. 북으로 간 할아버지는 백두산이 되고 남으로 간 할머니는 한라산이 되었습니다. 백두산이 되신 할아버지는 이땅의 산들과 땅을 보살피는 역할을 맡으셨습니다. 한라산이 된 할머니는 강과 계곡 그리고 바다를 지키고 보살피셨습니다. 백두 할아버지와 한라 할머니에겐 3000명의 아들과 딸들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들과 딸들에게도 이 땅에 많은 산과 바다 계곡과 강 그리고 산과 들과 논과 밭을 지키고 보살피도록 하였습니다.

아드님들은 백두 할아버지를 따라 이 땅의 산과 들을 담당하였습니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이 이렇게 백두 할아버지와 아들들이 지키게 된 것입니다. 따님들은 강과 계곡 그리고 바다를 맡았습니다. 삼천리 방방곡곡 아들들이 지키는 산 사이에서 솟은 작은 샘들은 계곡을 따라 흐르고 시내가 되고 강이 되어 바다를 향해 달리는 동안 따님들의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바다에 모이면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 할머니가 이들을 지켜주었습니다.

구럼비는 백두 할아버지와 한라 할머니의 막내따님이었습니다. 구럼비는 평소 겁이 많았습니다.

"얘야. 넌 어디서 살거니?"
한라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난 어머니를 떠나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럼 저 남쪽에서 내 치맛자락을 잡고 살거라. 무슨 일이 있으면 그 치마를 잡아당기면 언제라도 이 에미가 달려 가마."


구럼비는 그렇게 제주도의 남쪽 바다에 살게 되었습니다. 몇만 년이 흘렀습니다. 백두 할아버지와 한라 할머니의 머리는 더욱 하얗게 되었고 구럼비도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구럼비를 보고 구럼비할망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동안 백두 할아버지와 한라 할머니가 보살피는 땅 한반도는 너무나 살기 좋은 곳이 되었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습니다. 백두 한라 부부와 그 자식들이 보살피는 한반도는 정말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 되었습니다.

특히 구럼비할망이 보살피는 마을은 너무나 살기 좋은 곳이 되었습니다. 구럼비할망의 치맛자락을 따라 펼쳐진 바다에는 예쁜 물고기가 언제나 헤엄쳐 다녔고 구럼비 할망의 모습은 세계 어느곳에도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밭을 갈고 고기를 잡으며 바다와 구럼비 할망에게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그런 소박하고 착한 사람들을 위해 구럼비 할망은 아버지 백두에게서 받은 물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백두 할아버지는 머리 위에 커다란 물을 이고 계셨고 그 물은 백두대간을 따라 삼천리 방방곡곡으로 흘러흘러 가서 이땅을 비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다건너 한라 할머니와 물을 교류하고 다시 그 물이 막내따님 구럼비 할망에게도 이어진 것입니다. 사람들은 구럼비 할망의 선물을 용천수라고 부르며 소중하게 다루었습니다. 그 물로 아픈 아이를 씻기고 그 물로 조상께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느 못된 쥐나라 대왕이 이땅 한반도에 살며시 들어왔습니다. 그리곤 아름다운 강산을 조금씩 파먹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겐 4대강을 살린다며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강이 파이자 강을 담당하던 백두와 한라의 따님들은 엄청난 아픔을 느껴야 했습니다. 허리가 잘리고 팔다리를 물어 뜯긴 따님들은 절규하며 아버지 백두와 어머니 한라에게 도움을 부탁했습니다. 강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산들은 허리가 잘리고 바다를 막아 발전소를 짓겠다며 바다도 파들어갔습니다.

못된 쥐대왕은 급기야 구럼비 할망이 있는 곳까지 야금야금 먹어 들어왔습니다. 구럼비 할망은 처음엔 별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구럼비 할망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이 구럼비 할망을 지켜 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쥐대왕은 이들을 구박하고 때리고 물먹이고 잡아갔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구럼비 할망을 향해 이빨을 들이되었습니다.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 쥐나라 대왕은 구럼비 할망의 허리춤을 깊숙이 물었습니다. 구럼비 할망은 아픔으로 신음했습니다.

사람들이 구럼비 할망을 구하려고 애를 썼으나 허사였습니다. 쥐나라 대왕의 더러운 이빨은 할망의 팔다리를 물어 뜯고 허리에 이빨을 묻고 드디어는 심장을 향해 야금야금 들어갔습니다. 구럼비 할망은 큰 비명을 질렀습니다. 한라 할머니가 안타깝게 백두 할아버지를 불렀습니다.

"영감. 우리 막내 딸을 이데로 죽게 만들거유?"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나도 참을만큼 참았어. 저 못된 쥐나라 대왕을 혼내 줘야겠어."
"막내뿐이 아니에요. 이러다간 우리 자식들이 다 죽게 생겼다우."
"우리 딸 구럼비가 저렇게 죽게 놔두지는 않을거야."

백두 할아버지는 천둥을 부르고 비를 불렀습니다. 번개와 우박을 불렀습니다. 쥐나라 대왕이 구럼비의 심장에 이빨을 들이되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우 르르쾅쾅.
하늘도 땅도 흔들렸습니다. 바닷물은 놀라서 출렁출렁 놀란 파도를 일으켰고 산과 들 바위와 흙이 놀라 뒤엉켜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하늘을 날던 새들도 무서워 이리저리 헤매었고 온갖 동물들은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라 갈팡질팡 뛰어다녔습니다. 비가 내리고 천둥이 쳤습니다. 큰 비와 우박이 온 세상을 때렸습니다. 번개가 번쩍번쩍 날카로운 칼날을 휘둘렀습니다. 구럼비 할망의 심장에 이빨을 드리대던 쥐왕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 심장만 먹으면 난 세계 제일의 부자 쥐가 된다."

쥐대왕은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이며 다시 구럼비 할망의 심장에 들이대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우박이 쥐대왕을 때렸습니다. 천둥은 쥐대왕을 향해 무섭게 몰아쳤습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번개칼이 쥐대왕의 심장을 파고들었습니다. 쥐대왕은 그대로 죽어버렸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구럼비 할망께 더욱 감사를 드리며 살았습니다. 지금도 제주도 남쪽 어느 바닷가에는 커다란 구럼비 할망 바위가 있고 맑은 샘이 솟아 오르고 있습니다. 그 구럼비 할망 바위에는 죽은 쥐대왕의 흔적을 씻기 위해 부지런히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있다고 합니다.
#구럼비 바위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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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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