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인 이승현씨의 모습
강진아
이승현씨는 2년 전 모 통신기업의 협력업체 소속 상담직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새롭게 상담직을 교육하는 강사 업무를 하는 중이다. 지금은 자기계발을 하며 새로운 도전에 힘쓰고 있지만, 그는 이 일을 갖기 전까진 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고등학교 졸업생'이었다.
2005년으로 훌쩍 뛰어넘어, 그의 고등학교 졸업 당시로 돌아가 보자.
"제가 공고를 다녔기 때문에 졸업하기 6개월 전에 실습을 나갔어요. 실습 나간 곳에서 계속 일하며 취업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자의 경우 병역문제가 걸려있어요. 회사에서 병역산업체 근무까지 권유하는데, 개개인이 다르겠지만 당시 저는 좋지 못한 소문을 들어 탐탁지 않았죠. 소문이지만, 병역산업체로 근무하면 일단 군인이니까 임금은 조금 주는데 아무리 일을 많이 시켜도 중간에 그만둘 수 없다는 거죠. 일을 그만두면 군대를 다시 가야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거죠. 정확하진 않지만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그래서 그는 병역산업체에 지원하지 않았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그 회사도 그만뒀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딱히 직업을 구할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군대를 다녀와야 했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해봤자 평생직장이 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란다. 입대 전까지 구직에 대한 개념 자체를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학에 들어가면 군 입대 한다고 휴학을 하죠?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생은 달라요. 저희는 군대 가기 전에 직업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제가 직업을 선택해봤자 1~2년 뒤에 군대를 가버리니까요. 한마디로 틈이 있는 거죠. 물론 어디 공장에 들어가서 잠깐 일하다가 나올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게 내 직장이라는 생각은 안 들잖아요. 물론 열심히 돈을 모아 군대 이후의 생활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거의 군대를 다녀와서 직업을 구하게 되죠."그는 군대를 가기 전까지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 이력서를 쓰는데 유난히 이력서가 짧았단다.
"고등학교 때 전기과를 나왔는데 제가 그쪽에는 흥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사실 남들은 전기 관련 자격증이니 뭐니 많이 있지만 전 자격증이 없었어요. 겨우 정보처리기능사 정도? 이력서를 쓰면서도 '고졸, 정보처리기능사' 딱 두 줄 쓰면 끝이더라고요. 스스로 정말 허무하게 내세울 게 없었죠. 특별한 기술도 없고요."여기저기 아르바이트 이력서를 보낸 곳 중에 연락 온 곳은 딱 한 곳, 피시방이었다. 2005년 1년여 동안 피시방에서 일을 하고, 다음해에는 군대 갈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2006년 1월, 입영통지서가 왔는데 입대는 9월 달이었다. 갑자기 다시 9개월의 시간이 생겼고, 무작정 놀 수 없어 아웃소싱 휴대폰 판매 업무와 호프집을 돌며 일했다.
"직업훈련소 같은 곳에 가서 뭔가 배울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직업훈련소가 있는 것은 알아도 실행하는 것 자체가 쉽진 않아요. 그 나름대로 참 용기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거의 학교를 다시 다니는 것처럼 기술을 배우고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걸 일일이 찾아서 시도하는 사람은 보편적으로 많이 없어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바로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엔, 알아도 하기 힘들고요. 그리고 사실 미래에 투자한다는 개념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죠."군대를 전역한 후에도 당장 일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역시나 대형마트 단기 알바, 용산에서 배송업무, 노래방, 호프집 아르바이트로 1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2009년 본격적으로 일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이력서를 쓸 수 있는 곳이 매우 한정적이었다. 그는 "요즘 일자리가 많이 없다고 하지만 당시에도 고졸 채용은 거의 없었다"며 "100곳이 있다면 10곳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채용 공고를 보다가 괜찮은 회사 같아서 '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보면 다 고졸채용이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초대졸, 대졸을 원하죠. 처음엔 어린 나이니까 그런 걸 보면서 기분이 상했어요. 그런데 점점 채용공고를 보면서 덜컥 겁부터 나는 거예요. 차츰 용기가 사라지니까 이력서 넣어보는 것조차 시도를 못하게 되는 거죠."고졸자에겐 너무 높은 '취업의 문턱'... "일자리 정책, 겉만 좋아선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