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CDFI 주요 실적(A new vision for community finance, cdfa / 2011)
문진수
우리는 어떠한가?
지역 이름을 앞에 붙인 금융기관은 넘쳐나지만, 지역사회와 사회적 경제 영역에 자금을 지원하는 사회적 금융기관(Social finance institutions)은 잘 보이지 않는다. 중소상인이나 서민들의 자립 자활을 위한 소액대출(Mocrocredit) 사업은 존재하나, 피폐화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마을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발전기금은 없다. 지금 우리나라 금융기관 가운데 윤리은행이나 지역금융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가치 창출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곳이 있기는 한 것일까?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시중은행과 특수은행을 합친 국내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총 12조원으로, 특별이익 발생 및 대손비용 감소로 인해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덜 주고 많이 받는 방식으로 벌어들인 이자수입(예대 마진)을 포함하여 각종 수수료 수입 등 은행이 거둬들인 수익은 어디서 생긴 것인가? 모두 고객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은행들은 자신들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준 국민들과 중소기업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해왔는지 되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에 대한 지방정부, 자치단체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공공과 민간이 해결하기 힘든 사회적 틈새를 메우고, 다양한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영역인 제3 부문(Sector)을 성장시켜 협치의 하모니를 이루어 나가는 일은 이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들린다. 대기업 중심의 승자독식 체계 속에서 '가치와 수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사회적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너무나 힘든 게임이라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지난 5년간의 성적표가 말해주듯, 실제로 신생 사회적기업이 망하지 않고 성장을 지속해가기란 여간해서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할 점이 있다.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 여부를 제도적 지원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회적 인프라를 무시한 채 개별 사회적기업의 생존을 오직 그들만의 문제로 치환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이 주제는 '사회적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게 효과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또 준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지원 시스템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금융'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기업, 지역 공동체 기반의 마을기업,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을 키우고 성장시키려면 영국과 같이 제 3섹터 기관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금융 이익(financial return)보다 사회적 가치(social return)를 우선시하는 사회적 금융기관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 아울러 '소셜 임팩트본드'와 같은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고, 주요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자금을 지원하는 사회투자시장(social investment market)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악마의 금융에서 착한 금융으로, 사적 금융에서 사회적 금융으로의 '금융혁신'을 추진하는 것은 주체와 객체가 따로 있는 일방의 게임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가야 할 공통 과제이며, 금융이 가진 본래의 목적과 순기능을 통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를 좀 더 밝고 희망찬 곳으로 바꿔나가기 위한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월가에서 시작된 점거시위를 포함하여,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계좌 이동 캠페인은 탐욕적인 금융자본에 대한 시민사회의 집단 거부운동이며, 1%의 이익을 위해 작동되는 작금의 그릇된 금융 구조가 99%를 위해 새롭게 거듭나지 않는다면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회적경제리포트 24호(2012.3.29)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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