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결혼 문화의 한 형태

[생활 에세이 20] 자신과 결혼한 사람

등록 2012.04.02 15:44수정 2012.04.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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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해외 뉴스에 꽤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자기 자신을 신랑 삼아 혼자만의 결혼식을 올린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미국 노스다코타 주에 사는 나딘 슈와이거트(36세)다. 그녀는 지난 15일 어느 작은 갤러리에서 친구 및 가족 45명을 앞에 두고 자신이 신랑인 동시에 신부가 되어 결혼 서약을 하고 반지를 교환하는 의식을 치렀다. 이혼 후 홀로 세 자녀를 키우던 그녀가 이 같이 별난 결혼식을 감행한 것에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보통의 여성들처럼 그녀 역시도 지금까지는 늘 누군가 자신을 지켜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만을 기다려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행복을 타인을 통해서가 아닌 자기 스스로 쟁취하리란 결심을 세우고, 그 의미로 자신이 신랑이면서 동시에 신부가 되어 결혼식을 올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식 후에는 뉴올리언스로 여행을 떠남으로써 혼자만의 허니문까지 즐겼다고 하니 참으로 독특한 발상이다 싶다. 물론 법적으로야 인정되지 않는 결혼일 게 분명하지만 말이다.

이혼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라고나 할지, 아니면 새로운 싱글 문화의 표명이라고 할지 모르겠다만, 요즘은 결혼문화가 예전처럼 고정적이진 않은 것 같다. 유명인사이건 대중이건 누구에게나 이혼이 매우 가까이 다가와 있는 느낌이다. '돌아온 싱글'들이 흔히 눈에 띄고, 당사자들도 배우자와의 힘겨운 투쟁을 계속하느니 결단을 내린 것을 오히려 자랑으로 여기는 추세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그들은 또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한 번 실패한 결혼에 대한 충격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재혼 상대는 매우 신중히 고르는 것도 일반적인 추세다.

하지만 그것도 자녀가 없는 경우에나 해당 되는 일일 뿐이다. 나이나 기타 이유로 결혼을 급하게 서둘렀으나 어느 순간 배우자와의 정 없는 결혼에 염증을 느껴 이혼은 했으되, 이후의 삶이 더욱 순탄치 못한 경우도 보게 된다. 혼자 자녀 양육에 힘겨워하고, 수 십 년에 이르도록 위자료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그러다 지쳐 누군가에게 의지하고자 이리저리 구걸하다시피 재혼상대를 급히 물색하지만 그것조차 잘 되질 않는다. 결국, 한번 잘못한 결혼으로 인생 자체가 고통의 연속으로 치달아버려 어느 순간 삶의 방향까지도 잃어버리는 것이다.

신은 남녀가 서로 어울려 살도록 만드셨다. 하지만 무지한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상대가 모두 채워주길 바라며 '너는 왜 나를 모르느냐?'며 시비만 걸고,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재단하려고만 든다. 그 가운데 자신이란 존재는 사라져 버린 채 의존심은 자꾸만 높아가고, 그것을 대신해 줄 누군가가 없단 생각에 날로 불행해지기만 한다. 결국 이혼을 해도 스스로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이상은 예전의 불행이 영속 될 뿐이란 걸 알게 되지만 극복 방법을 모르니 도리가 없다고 외쳐댄다.

이로써 혼자 신랑 신부 역할을 하며 인생을 독립적으로 살겠다는 앞서의 그녀가 현명하고 강하게 보이는 이유가 나온다. 적어도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 두 개의 자아를 두어 서로 대화하게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발전하는 삶을 살겠단 것이니, 한 마디로 굉장히 앞선 생각을 가진 여성이란 생각이 든다. 현실적으론 싱글이되 마음은 결혼으로 인한 든든함을 항시 누리겠다는 그녀가 열정적으로 행복을 일궈나가길 기대해 본다.
#결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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