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제주도지사 비서실장우근민 제주도지사와 면담 약속이 잡혀졌다고 설명하고 있는 김영주 제주도지사 비서실장
이정훈
그렇다면 이 싸움의 정당성을 평가하고, 정당하다면 싸움을 하고 있는 주체들의 이야기를 대변해 협상을 주도해 가야 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우근민 제주도지사"이다. 그렇다면 우 지사의 행보는 어떠한가? 이러저러한 평가 이전에 우 지사에게 더욱 힘 있게 강정마을을 대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12명의 목사들과 한 명의 평신도 집사가 3일(화) 오후 4시를 기해 우 지사 집무실과 같은 방에 위치한 소회의실을 점거했던 것이다.
점거가 시작되자마자 목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타난 인물은 "김영주 비서실장"이었다. 점거에 들어 간 목사들은 김 비서실장에게 "여러 가지 일로 바쁘신 줄 알지만 단 5분이라도 좋으니 직접 대면해서 강정마을 주민 분들과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도록 연락을 취해 주십시오" 하며 간곡하고 정중히 부탁드렸다. 하지만 김 비서실장의 시종일관한 대답은 "절대 만나게 해 줄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일정에도 없는 면담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바쁜 도지사님께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대답만 되풀이되어 돌아왔다. 상황이 이 정도가 되자 이에 대한 목사들의 대답도 시종일관이었다.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려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고 체포되어 있는 동료 이정훈 목사에 대한 석방을 바라는 마음을 직접 전달하고자 한다. 우 지사를 해코지 하려는 마음으로 들어 온 것이 아니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김 비서실장은 이렇게 요구하는 목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해 주었다.
"도지사님이나 도철 실무자들도 강정마을 주민 분들과 종교계의 요구를 잘 알고 있습니다. 공사 중지 명령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카드를 쓰고 나면 다음은 뭐가 남습니까? 지방 자치 단체 중에 중앙정부와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은 저희들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어쩌겠습니까? 저희들도 여러 법률자문을 구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러자 목사님들은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러는 사이에 계속 파괴되는 구럼비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리고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 분들과 평화활동가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사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런 파괴와 폭력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지 명령이 먼저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행정소송을 준비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어나는 파괴와 폭력을 먼저 막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실랑이하기를 두 시간이 흘렀을까, 김 비서실장은 한 시간 가까이 자리를 비웠고, 다시 점거 장소로 돌와 와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넸다.
"목사님들의 요구를 도지사님께 전달해 드렸습니다. 내일(3월 4일) 오후 2~3시 사이에 만날 수 있도록 약속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만남 시간이 15분이 될지 30분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 말을 믿고 돌아가 주십시오. 이렇게 버티시는 것도 9시까지입니다. 그 이후에는 강제로 끌어내겠습니다."
이런 말을 남기고는 또 휭 하니 저녁식사를 위해 사라졌다.
다시 돌아온 김 비서실장에게 목사들은 "내일이 되어 안 만나줄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닙니까? 어떤 문건이라도 하나 만들어 주십시오" 하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 비서실장은 "그런 것은 절대 만들어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목사님들께 이런 문제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저를 믿고 자진해산해 주십시오." "네, 그럼 김 비서실장님을 믿고 저희들이 점거를 풀고, 내일 다시 연락을 드리고 도청으로 우근민 제주도지사님을 찾아뵙겠습니다."
하지만, 4일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김 비서실장에게 돌아온 대답은 "만나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런 일로 목사님들께 거짓말을 하겠냐"고 했던 김 비서실장이나,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목사들께 거짓말을 한 것이었고, 신뢰를 저버렸다. 점거에 나섰던 목사들의 반응은 "당연히 예상한 대답이었지, 뭐. 그런데 자신을 믿어 준 사람들에게 이게 뭐하는 경우야" 하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이 되어 우 도지사를 만나기 위해 도청으로 찾아가는 발걸음을 그만두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인터넷 신문 "에큐메니안"(http://www.ecumenian.com)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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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들이 우근민 제주도지사를 만나려 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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