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전문 스튜디오에서 취업용 사진을 찍고 있다.
조윤희
'취업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가장 절실히 느낄 때는 또래 친구들과 대화할 때이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나와 친구들은 처음의 주제가 무엇이었든 모든 이야기의 결론이 '취업 준비'로 끝난다.
얼마 전 상반기 공채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이력서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친구들이 많다. 특히 '이력서의 꽃'이라는 취업 사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취업경쟁에 혹여 '이미지' 때문에 서류심사에서 떨어질까 취업 사진도 공들여 찍는 것이다. 일반 기업에 취업하려는 이들마저도 이제는 스튜어디스나 아나운서 지망생들처럼 '전문성'을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선호하고 있다.
공개채용 시즌이 되면 지인들의 취업용 사진이 SNS에 올라오곤 한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좋은 인상을 주는 친구들의 사진을 보면 취업용 사진에 무심하던 나마저도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게 된다.
취업지원서 사진 한 장에 3만 원... "기다리는 동안 웃는 연습하세요"취업 사진을 잘 찍는 사진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에게 '이력서 사진'이라고 운만 떼면 유명한 곳을 줄줄 말해주기 때문이다. 취업 사진 전문 스튜디오는 각 대학가마다 유명한 곳이 있을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
나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줄임말)' 사이에서 유명한 서울시 대학가의 한 스튜디오에서 직접 취업용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사진 하나에 3만 원이라는 가격이 부담되기는 했지만, 사진에 공을 들이지 않으면 다른 이들과의 이력서 경쟁에서 뒤쳐질 것 같아 전문 스튜디오에 맡겨보기로 한 것이다.
친구에게 추천받은 취업 사진 전문 스튜디오를 찾았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재킷과 톱(민소매) 등의 촬영의상은 스튜디오에서 빌릴 수 있었다. 여성의 경우 지원하는 직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목과 어깨 부분이 드러나도록 톱을 입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라고 스튜디오 직원은 설명했다. 톱을 입으면 목 라인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 역시 셔츠, 재킷뿐 아니라 넥타이까지 스튜디오에서 빌릴 수 있었다.
추천해준 옷으로 갈아입고 메이크업에 대한 몇 가지 팁을 들었다. 카메라의 플래시 때문에 눈썹은 '짱구처럼' 진하게 그리는 것이 좋단다. 직원은 이어 '직종별로 좋은 화장법'에 대해 설명했다. 항공사를 지망하는 여성은 전반적으로 밝은 톤의 화장이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되고 아나운서는 신부 화장 보다는 조금 덜 진할 정도로 강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또 일반기업용 사진으로 스모키 화장은 피해야 한단다. 언더라인을 그리면 인상이 독해(?)보이기 때문에 직원은 아이라인만 그리는 것을 권장했다.
"치아는 8개 이상 드러내는 것이 좋아요."
스튜디오마다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이 스튜디오는 여자 손님들에게 이를 드러내 웃는 모습으로 사진 찍기를 권장했다.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 밝은 인상을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튜디오 벽에 붙여진 예시용 사진들은 모두 하나같이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었는데 인상이 깨끗하고 좋아보였다.
사실 나는 치아 배열이 고르지 않아 평소에도 이를 잘 드러내고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이를 드러내고 웃는 사진은 '악마 웃음'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사악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치열이 고르지 않아 걱정이다"는 나의 말에 직원은 "이빨도 보정이 가능하니 괜찮을 거다"라고 안심시켰다. 남자의 경우엔 이를 드러내면 자칫 가벼워 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소만 짓는 것을 권유한다고 직원은 말했다.
"기다리시는 동안 웃는 연습 하고 계세요." 메이크업을 마치고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거울을 보며 이 여덟 개가 보이도록 웃어보았다. 거울을 보면서 연습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미소에 혼자 민망해졌다. 몇 번 더 연습하니 안면 근육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자꾸 연습할수록 오히려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 그만 두었다.
눈 키우고 머리 심고 치아 교정하고... '신의 손' 같은 보정 작업